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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7. 사순 제2주간 토요일                                                                                                              미카7,14-15.18-20 루카15,1-3.11ㄴ-32


                                                                                                       자비하신 아버지


오늘 복음의 소제목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지만 이보다 '자비하신 아버지의 비유'라함이 더 적절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추상적이자 철학적인 초월자, 막연한 하느님이 아니라 자비하신 인격적 아버지임을 깨닫습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바로 이 복음 말씀에 대한 해설이 오늘 복음의 '자비하신 아버지의 비유'입니다. 이 말씀이 진정 복음이며 우리의 자랑스런 하느님 상입니다. 도대체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친교 깊이할 수 있는 종교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지요.


안식년을 맞아 잠시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떠났던 제 경우를 복음의 작은아들과 견주는 것은 말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지만 그래도 저는 제 처지를 통해 오늘 복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년여의 안식년이 끝나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귀가 했지만 작은아들은 거의 행려자 수준의 거지가 되어 돌아왔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했겠는지요.


저의 귀가는 말그대로 금의환향이었습니다. 비단옷을 입고 온 것이 아니라 수도형제들의 따뜻하고 열렬한 환대가 그대로 비단옷이었습니다. 이어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준비된 제가 집무할 사무실도 저를 환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공동체의 수도형제들도 저를 환대한 경우와는 달리 복음의 집에 있던 큰아들은 아버지의 작은 아들의 환대에 노골적으로 화를 내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


전혀 틀린말이 아닙니다. 큰아들의 입장에서보면 공감이 갑니다. 이또한 우리의 보편적 모습입니다. 다 맞는 말같은데 자비심이, 연민의 사랑이 통째로 빠져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큰아들로 상징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큰 아들과 같은 종교지도자들이나 성직자, 수도자들은 아닌지 우리 모두의 회개해야할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 경우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 돌아오니 말그대로 살 것 같았습니다. 불암산과 하늘을 보니, 또 거룩한 성전, 큰 밥상 같은 제대를 중심으로 형제들과 미사를 드리고 성무일도를 바치니 살 것 같았습니다. 26년간 살던 제 '잘곳'의 방이, '먹을곳'의 식당이, '기도할 곳'의 성전이 있으니 살 것 같았습니다. 귀가후 처음으로 계속 숙면하니 또한 살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수도형제들만 아니라 무수한 형제자매들이 저를 환대했습니다.


제 귀가(歸家) 소식을 접한 허엘리야 수녀님의 환영 메시지 입니다.

"환영합니다. 어서 오셔요. 신부님! 기다렸습니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여요. 신부님!“

하여 안식년동안 알게모르게 저를 보살펴주신 형제자매들에게 귀원 5일째 카톡으로 사진과 함께 감사메시를 발송했습니다.

"무사귀원 5일째! 감사합니다.“

이 카톡에 대한 허엘리야 수녀님이 진정성 가득 담긴 두 번째 다음 답글에 감동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 고맙습니다. 살아, 오셔서요. 새롭게, 하느님과 고운 추억 엮어가시는 걸음 되소서!“


살아오셔서 감사하다니요. 그러니 복음의 아버지는 살아돌아온 작은아들이 얼마나 고맙고 기뻤을까요. 조마조마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가엾은 마음에 달려가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춥니다. 아버지의 자비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참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아, 작은아들의 진정성 넘치는 회개의 고백성사입니다. 


어제 귀원후 고백성사받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만난 오창선 신부님입니다. 고백성사후 별다른 훈계말씀도 없이 보속으로 '주의 기도 1회'을 받았을 때 순간 아버지의 자비와 더불어 마음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아, 보속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가벼운 선물같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민신부님도 보속은 '성모송 3회'였다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아버지는 회개의 고백성사를 본 작은아들에게 훈계도 책임추궁도 보속도 없이 곧장 환대의 비단 금의를 입혀주십니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라.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즐거운 잔치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회개를 통해 완전히 아버지의 아들로 복권된 작은아들이요 바로 이 거룩한 미사잔치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자비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는 겸손한 아버지입니다. 최고로 자비하시며 겸손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어제 고백성사후 은총처럼 떠오른 생각에 신부님 앞에 무릎을 꿇고 강복을 청했습니다.

"저에게도 강복을 주십시오.“

즉시 제 앞에 무릎을 꿇는 오창선 고백신부님의 겸손에 감동했습니다. 이미 피정중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하시기에 다른 2권의 제 책을 선물로 드리니 참 행복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아버지는 또 얼마나 겸손하신지요. 큰아들을 조용히 타이르며 설득하는 겸손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입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것이다. 너의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자기를 완전히 비운 겸손하신 아버지이심이 단박 느껴집니다. 큰아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큰아들의 반응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지만 아마 회개하여 기쁨의 잔치에 참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미카 예언자가 고백을 통해 이런 자비하신 아버지의 정체를 잘 밝혀 줍니다.

"그분은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다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 해주시리라.“


주님의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잔치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환대의 비단 옷을 입혀주시고 우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주시며, 우리를 성실히 대하시고 자애를 베풀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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