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은총의 선물 셋 -천상비전, 평화, 분별력-2016.5.1. 부활 제6주일(생명주일, 이민의 날)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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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 부활 제6주일(생명주일, 이민의 날)

                                                                              사도15,1-2.22-29 요한묵21,10-14.22-23 요한14,23-29


                                                                            주님 은총의 선물 셋

                                                                         -천상비전, 평화, 분별력-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계속되는 부활 축제시기 새벽을 여는 화답송 후렴입니다. 일간신문의 기사 인용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지난 4월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강과 협연한 그의 스승인 독일의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 포펜의 조언입니다.


“연주자에게 유일한 적은 '일상성'입니다. 프로 연주자들은 같은 작품을 여러번 반복해서 연주하게 되기 때문에 특정한 패턴에 고착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익숙한 작품을 대할 때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새롭게 바라보려 하고, 모든 연주를 그 작품의 세계 초연처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은 하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무대위에서 놀랄 만큼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조언입니다. 이런 연주자의 자세로 하루하루 살아야 하고 매일미사를 봉헌해야 함을 배웁니다.


모두가 은총의 선물입니다. 오늘은 가장 아름다운 시절 성모성월 5월의 첫날입니다. 온통 신록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얼마전에는 신록의 생명으로 충만한 수도원 배밭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 찍은 사진을 ‘신록의 바다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지인들에게 전송했습니다. 아름다움 역시 나누고 싶은 것은 본능입니다. 


삶이 은총의 선물임을 깨달을 때 저절로, 끊임없이 솟아나는 하느님 향한 찬미와 감사입니다. 은총의 선물에 대한 자각에서 샘솟는 찬미와 감사요,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를 바칠 때 은총의 선물에 대한 자각도 깊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 역시 은총의 선물에 대한 감사의 찬양입니다.


“창생이 하느님을 높여 기리게 하소서.”


오늘 화답송 시편 첫 구절 역시 1월1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 미사 때 흥겹게 노래했던 화답송 후렴입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어제 아침 미사후 만났던 한 자매의 말도 생각납니다. 


“신부님, 미사 시작전 ‘하루하루가 자비하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라 하신 말씀이 마음에 꽂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기도는 물론이고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에서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요한14,23-24).


사랑하면 표현하기 마련입니다. 정말 주님을 사랑하는 자는 주님의 말씀을 지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그분의 말씀을 실행할 때 성부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 당신도 우리와 함께 살 것이라는 예수님의 분명한 약속 말씀입니다. 


주님이 함께 하실 때 선사되는 무수한 은총의 선물들입니다. 며칠전 전 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까기 길게 난 길 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街路樹)들 옆에서 쓴 ‘당신 옆에 서도’ 라는 자작시를 나눕니다.


-하늘 향해/쭉쭉뻗은

 계속 커가는/가로수 메타세콰이어

 참/곧다/크다/푸르다


 옆에서면/기분이 좋다

 하늘 기운으로 가득하다

 당신 옆에 서도 그렇다-


물론 당신이 지칭하는 바 늘 우리와 함께 계신 파스카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고맙게도 부활 제6주일에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은총의 선물 셋을 선물하십니다. 하여 강론의 제목은 ‘주님 은총의 선물 셋’입니다.


첫째, 주님 은총의 선물은 ‘천상비전’입니다.

제2독서 요한 묵시록에서 착안했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천상비전입니다. 천상의 꿈이, 천상의 비전이, 천상의 희망이 있어야 삽니다. 땅에 발 딛고 살지만 천상비전을 지녀야 하고 마음은 천상신비를 묵상해야 합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눈이 열린 요한이 본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의 천상비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 도성은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광채는 매우 값진 보석 같았고, 수정처럼 맑은 벽옥 같았습니다. 나는 그 도성에서 성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과 어린양이 도성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그 도성은 해도 달도 비출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그곳에 빛이 되어주시고 어린양이 그곳에 등불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천상비전이, 천상신비 체험이 우리 영혼에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 됩니다. 세속화를 막아주고 속물(俗物)의 실용주의자가가 되는 것을 방지해 주며 고결한 영혼으로 살게 합니다. 이런 천상비전의 새 예루살렘을 미리 앞당겨 체험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현대인들의 치명적 결함은 신비감각의 상실에 있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칼 라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미래의 그리스도인은 신비가가 되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신비와 만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하느님 체험의 본질이며, 이것 없이 외적인 제도와 형식 ‘소시민적인’ 자기만족의 방편으로서의 종교 생활만이 남을 때 그것은 더 이상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다”


천상신비 체험은 현실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 깊이 침투되어 현실을 변화시킵니다. 신비주의자만이 진정한 현실주의자가, 낙천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신비주의자가 진정한 신비주의자요, 부단히 천상비전의 선물을 추구할 때 이런 평범한 일상의 신비주의자가 됩니다.


둘째, 주님 은총의 선물은 ‘평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착안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평화입니다. 그래서 평화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줄 수 없고, 주님만이 줄 수 있는 깊은 내적평화입니다. 주님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 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평화보다 귀한 선물은, 보물은 없습니다. 주님은 세상을 떠나실 때 주신 평화를 부활후에도 맨 먼저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수도원 십자로 중앙의 예수부활상 역시 가슴 활짝 열고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평화의 축복으로 환대합니다.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불안 중에도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깊은 내적 평화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갖췄어도, 기쁨이 없다면, 평화가 없다면 그 지닌 것 무슨 쓸모가 있겠는지요. 


천상비전의 선물과 함께 가는 평화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진정 천상비전을, 평화를 지닌 자가 내적 풍요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천상비전과 평화를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십니다.


셋째, 주님 은총의 선물은 ‘분별력’입니다.

제1독서에서 착안했습니다. 분별력은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지도자뿐 아니라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이런 분별력 역시 은총의 선물입니다. 혼자 보다는 함께 사랑의 마음으로 의논하며 찾을 때 계시되는 분별력의 은총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개종한 이방인들의 할례 문제로 인한 분쟁과 논란을 말끔히 정리하는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이 분별력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곧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것들만 삼가면 올바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짐을 최소한 줄여주어 자유롭게 하는 것이 실질적인 사랑입니다. 바로 사랑은 분별의 잣대임을 깨닫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은총의 선물이 바로 이런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부활 제6주일을 맞이하여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천상비전과 평화, 분별력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셋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깊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천상비전을 체험함으로 평범한 일상의 신비가로 만들어 주시고 평화와 더불어 분별력의 지혜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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