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聖人이 되고 싶습니까? -기도하는 공동체, 좌우명, 내 삶의 성경-2021.6.29.화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낮미사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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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29.화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낮미사

사도12,1-11 2티모4,6-8.17-18 마태16,13-19

 

 

 

성인聖人이 되고 싶습니까?

-기도하는 공동체, 좌우명, 내 삶의 성경-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

의인들아, 주 안에서 기뻐하들 하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양들 하라."(시편97,11-12)

 

아침 성무일도시 주옥같은 시편성구입니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참 자랑스러운 우리 천주교회의 양대 기둥인 두 사도들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늘 가까이 현존해 계시는 느낌이 드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입니다. 말그대로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롭게(ever old, ever new)’ 느껴지는 성인들입니다. 두 사도 성인 대축일 때마다 흥겹게 불렀던 성가 291장 ‘사도 성 베드로와 바오로’ 가사도 생각납니다.

 

-“교회의 반석 성 베드로와 선교의 주보 성 바오르는 

신앙을 위해 순교하시고, 승리의 관을 받으셨도다”-

 

1절만 인용했지만 4절까지 내용이 참 풍부하고 깊습니다. 두 사도의 삶이 짧은 가사안에 다 담겨있습니다. 늘 생생한 느낌으로 와닿는, 샘솟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참 서로 잘 보완하고 있는 둘이자 하나처럼 생각되는 두 사도입니다. 성 베드로를 교회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과 정주의 총사령관이라 하면, 바오로는 복음 선포 전투 현장의 야전사령관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좌우간 두 분 사도는 수없이 갈린 교회의 ‘일치의 중심’이라 주저없이 고백할 수 있습니다.

 

성베드로와 성 바오로뿐 아니라 우리 천주교회의 참 자랑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인들을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흡사 교회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같은 성인들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교회의 보물이자 우리 삶의 좌표가 되는 성인들이요 끊임없는 회개의 표징,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이 되는 성인들입니다. 

 

기념하고 기억하라만 있는 성인들 축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성인들이 되라고 격려하는 성인들 축일입니다. 사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되라 불림받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감사하고 감탄하고 감동하는 것은 성인들뿐 아니라 현재의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지난 주일은 교황주일이었고 제1대 교황이 오늘 대축일을 지내는 성 베드로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인정하는 살아 있는 성인이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최초의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출신이요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님이요 역대 교황님들중 가장 개방적인 분에 속할 것입니다. 1936년생이니 우리 나이  86세의 고령으로 2013년 이후 8년동안의 재위기간을 맞이하셨어도 참 한결같이 직무에 충실하십니다. 힘있고 젊을 때 성인되기는 싶습니다. 그러나 고령이 되면 심신의 병에 치매의 위험성으로 성인될 확률은 점차 줄어듭니다. 그런데 86세의 고령인 교황님의 정신과 영혼은 영원한 청춘처럼 느껴집니다.

 

아마 세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보다 사람 많이 만나고 바쁘신 분도, 부지런한 분도 없을 것입니다. 자기 시간이 전혀 없는 완전 공개된 공인公人의 삶같습니다. 제가 잠깨어 일어나면 교황님 홈페이지의 강론과 메시지를 읽어 봅니다만 참 불가사의라 할 정도로 샘솟듯 쏟아지는 귀한 말씀들입니다.

 

보고 배웁니다. ‘보고 배운다’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참 행복합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 2000년 전통과 역사를 지닌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천주교같은 종교가 어디 있습니까! 무엇보다 우리의 자랑은 늘 보고 배울 성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자 세례명도 그와 같은 성인이 되라 주어진 선물같은 이름입니다. 성인이 되고 싶습니까?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겠는지요? 사실 성인이 되고 싶은 청정욕은, 깨끗한 욕망은 언제든 좋습니다. 그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첫째, 기도하는 공동체입니다.

늘 기도하는 공동체에 몸담고 살아갈 때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참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기도하는 공동체입니다. 기도하는 가정, 기도하는 교회, 기도모임의 모든 소공동체입니다. 정치 현장에 복무하고 있는 대통령을 위시한 모든 정치가들이 하느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6월27일자 가톨릭 평화신문 5면의 아름다운 기사와 사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오스트리아-스펜인에서도 가톨릭 코드 외교, G7회의에 이어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순방. 오스트리아 시토회 아빠스. 스페인 주교회의 의장 오메야 추기경 만나 한반도 평화 의지 다져’란 심도깊은 기사였습니다. ‘기도하는 가톨릭 교회 공동체’의 산물이 작금의 문대통령입니다. 거듭 간절한 바람은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사도 성 베드로의 살아 있는 배경이 되고 있는 기도하는 교회공동체입니다. 베드로가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주님 천사의 개입으로 감옥에서 풀려났을 수 있었던 기적도 순전히 기도하는 공동체 덕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다음 대목에 이은 베드로 사도의 고백이 그대로 생생한 증거입니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감옥에 갇히고 교회는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다.’

“이제야 참으로 알았다.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헤로데의 손에서, 유다 백성이 바라던 그 모든 것에서 나를 빼내어 주셨다.”

 

우리 요셉수도원이 또 수도형제들이 이렇게 건재할 수 있음도, 날마다 끊임없이 거행하는 공동전례기도 은총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둘째, 내 삶의 좌우명을 지니는 것입니다.

좌우명도 좋고, 미리 써보는 유언도, 묘비명도 좋습니다. 참고로 제 좌우명은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입니다. 나름대로 좌우명을 써놓고 날마다 바라보면서 삶의 좌표로 삼아 깨어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참 절실하고 절박할 것입니다.

 

참고로 성 바오로의 삶의 좌우명은 오늘 제2독서의 다음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이 말씀을 대할 때면 늘 어김없이 인용하는 구절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위대한 전사, 성 바오로입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면서, 또 임종시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 베드로의 좌우명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축일 전야미사의 복음에 나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께서 세 번 연거푸 물으셨던 질문이 아마도 베드로 사도의 평생 좌우명이지 싶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저 역시 택하고 싶은 좌우명입니다.

 

셋째, 내 삶의 성경을 끊임없이 렉시오 디비나 하는 것입니다.

성 베드로의 삶이, 성 바오로의 삶이 그대로 성서가 되지 않았습니까? 보십시오. 제1독서는 사도 베드로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2독서는 사도 바오로에 관한 내용입니다. 주어는 하느님이고 베드로와 바오로는 목적어가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어가 되어 하시는 일을 묵상하는 것이 바로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우연은 없고 모두가 하느님 자비의 섭리은총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우리가 성서나 성인전, 평전을 읽을 때 궁극의 목적은 나를 읽는 것입니다. 내 삶의 성경을 렉시오 디비나 하는 것입니다. 성서나 성인전, 위인들의 평전은 스토리(이야기)와 컨텐츠(내용)이 분명하고 풍요롭습니다. 이들은 바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런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사도 베드로의 축복은 내 축복이 될 수 있고 바오로의 고백은 내 고백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아마 평생 베드로를 늘 새롭게, 분발케 했을 체험임이 분명합니다. 양상은 달라도 우리 역시 때로 이런 하늘 은총을 체험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 이렇게 요셉 수도원에 몸담고 살 수 있음이 놀라운 신비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바오로의 체험적 고백도 감동적이고 용기백배 힘을 줍니다. 이런 고백이 바오로의 믿음을 깊이 했을 것이며 역시 우리 믿음에도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는 사자의 입에서 구출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앞으로도 나를 모든 악행에서 구출하시고, 하늘에 있는 당신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영광이 무궁하기를 빕니다.”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운지요. 그대로 우리의 고백으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성서 독서, 렉시오 디비나의 궁극의 목표는 내 삶의 성경을 렉시오 디비나 하는 것입니다. 성서나 성인전을 읽을 때 동시에 내 삶(의 성경책)을 읽으며 하느님 섭리의 발자취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365일 곱하기 내나이 하면 아직 미완의 내 삶의 성경책 쪽수가 나옵니다. 죽는 그날, 살아 있는 그날까지 날마다 읽으며 써나야가야 할 내 삶의 성경입니다.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오늘 말씀을 바탕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1.기도하는 공동체, 2.내 삶의 좌우명, 3.내 삶의 성경책 셋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름다운 미사 감사송 고백으로 두 사도의 위업을 기리며 강론을 마칩니다.

 

“베드로는 신앙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모든 민족들을 그리스도의 한 가족으로 모아,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같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결합되었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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