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4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사도13,13-25 요한13,16-20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까?”
-개방, 섬김, 환대-
5월 성모성월이 시작되면서 계속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의 생명과 신록의 빛이 파스카의 기쁨중에 살게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수도원 곳곳을 샛노란 야생화 들꽃인 애기똥풀꽃들이 수놓고 있습니다. 25년 전 1998년 5월에도 그러했고 마침 그당시 써놓고 애송했던 '검정 고무신'이란 동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때도 수도원 초창기 때처럼 늘 검정고무신을 신고 지냈습니다.
“볼품없는
검정 고무신
애기똥풀꽃밭에
다녀오더니
꽃신이 되었다
하늘이 되었다
노오란 꽃잎 수놓은
꽃신이 되었다
노오란 꽃잎 별 떠오른
하늘이 되었다”-1998.5.7.
주님을 만날 때 변화된, 정화되고 성화된 모습을 상징하는 검정고무신이란 시입니다. 요즘 끊임없이 주님을 만나기 위해, 주님의 평화를 찾아 많은 이들이 수도원을 방문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주님의 집인 아름다운 요셉 수도원인지요! 수도원의 자랑은 1987년 3월 19일 개원후로 늘 활짝 열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여기 수도원 성전처럼 개원후 36년 동안 하루 24시간 늘 열려있는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명실공히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영혼들의 쉼터이자 오아시스 같은 주님의 집, 평화의 집, 기도의 집, 환대의 집인 여기 ‘베네딕도회 성 요셉 수도원’입니다.
요셉 수도원의 영성을 셋으로 요약한다면 “개방, 섬김, 환대”일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까? 개방하고 서로 섬기고 환대하십시오. 개방, 섬김, 환대는 주님을 만나기 위한 세 필수 요소이자 참영성의 잣대도 됩니다. 물론 앞에 사랑을 붙여야 합니다. 사랑의 개방, 사랑의 섬김, 사랑의 환대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주제이기도 합니다.
어제의 아름답게 빛났던 추억을 잊지 못합니다. 노래하는 영혼의 아름다움은 늘 감동하게 합니다. 오랜만에 수도원을 찾아 면담성사를 받은 자매의 일화입니다. 집무실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늘 명심하는 요소 역시 개방, 섬김, 환대입니다. 바로 이런 정신으로 면담성사차 찾아 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어제 자매님은 음성이 고와 보속으로 성가 244장 성모의 성월을 4절까지, 또 스승의 은혜를 3절까지 전부 부르도록 했습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알고보니 오랫동안 찬양 봉사를 해온 자매였고 너무 고맙고 감동하여 사죄경과 강복후 안아 드리며 주님의 축복을 받으라는 덕담과 더불어 “참 정성껏 성실히 사셨습니다”라며 격려하며 결정적 덕담을 드렸습니다.
“자매님 5월 성모성월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성모의 성월' 성가를 통해 성모님을 찬양했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통해 스승이신 예수님을 찬양했기 때문에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자매님을 각별히 돌봐주실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까? 서로 개방하고 섬기고 환대하십시오. 서로 개방하고 섬기고 환대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인류 역사는 오직 단 한 분 예수님으로 수렴되며, 최종적으로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실 결정적인 분은 오직 단 한 분 예수님입니다. 바로 이 예수님이 개방과 섬김, 환대의 모범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은 안티오키아 회당에서 바오로의 감동적인 연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이스라엘 역사를 렉시오 디비나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주어가 되어 행한 위업의 나열입니다. 마지막 절정이자 마감이신 예수님으로 대단원의 막은 내립니다.
“이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보내셨습니다. 요한은 사명을 다 마칠 무렵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바오로는 물론 우리가 평생 보고 배울 스승이자 주님은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의 개방과 섬김, 그리고 환대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까?
첫째, 개방하십시오.
예수님은 “나는 문이다”라고 천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벽이 없는 진리와 생명, 구원의 문자체, 개방 자체이신 분입니다. 지난 성소주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교황님의 강론 끝부분도 개방에 대한 감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문들을 열어라(Be open doors)!”
라는 주재하에 주교들, 사제들, 교회내의 모든 목자들, 바로 하느님 은총의 기획자들인 이들에게 끊임없이 문을 열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평신도들, 교리교사들, 사목일꾼들, 정치지도자들, 사회지도자들에게 문들을 열 것은 촉구했습니다.
“문들을 여십시오! 열고 포용하십시오. 그래서 헝가리가 형제애를 꽃필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것이 평화의 길입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은 자신을 활짝 열고 우리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을 따르게 하시고 한없이 온유한 사랑으로 우리를 돌보십니다.”
제가 최고의 강론가를 뽑는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고 김수환 추기경님일 것입니다. 두분의 강론은 늘 보편적이자 구체적이고, 쉽고 단순하고 깊으며, 힘있고 감동적이며 착한 목자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둘째, 섬기십시오.
예수님 역시 섬김의 모범이요 그 결정적 절정의 장면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사건일 것입니다. 바로 발을 씻어 주신 일은 사랑의 겸손, 사랑의 섬김으로 최고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어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섬김의 삶에 최선을 다하라 말씀하십니다. 참행복도 섬김의 삶에 있다 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셋째, 환대하십시오.
성 베네딕도 역시 주님을 환대하듯 찾아 오는 이들을 환대하라 하십니다. 정주와 직결되는 환대영성입니다. 환대를 통한 선교가 베네딕도회 정주 수도승들의 선교 사명입니다. 참으로 이웃을 사랑으로 환대하는 것이 예수님을 그리고 예수님을 보내신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라고 예수님 친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진짜 땅에 깊이 뿌리 내린 건강한 신비주의자는, 영성가는 이렇게 이웃을 예수님처럼, 하느님처럼 사랑으로 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까?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사랑의 개방, 사랑의 섬김, 사랑의 환대를 실천하십시오. 바로 이때 개방과 섬김, 환대의 주님을 만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자신을 활짝 열고 우리를 섬기시고 환대하심으로 우리에게 개방과 섬김, 환대에 대해 가르치시고 깨우치십니다. 주님을 닮을수록 개방과 섬김, 환대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제 좌우명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중 한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