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민수6,22-27 갈라4,4-7 루카2,16-21



축복받은 사람들

-행복의 발견, 행복의 노력-



2017년 정유년(丁酉) 닭띠 해,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축복받은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행복하십니까? 행복의 발견, 행복의 노력입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은 우리의 존재이유입니다. 행복은 우리의 마땅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한 번뿐이 없는 인생, 행복하지 못하다면 너무 억울하고 허망합니다. 지금 마침 보고 있는 책도 아우구스티누스의 ‘행복한 삶’입니다. 교부의 결론같은 한 말마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모신 사람이 행복하다.”


오늘 새해 첫날은 천주의 모친 성모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우리 사랑하올 천주의 모친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의 평화의 축복을 넘치게 받는 날입니다. 엊그제 성가정 축일의 화답송 후렴에 이은 오늘의 화답송 후렴도 수십년 미사를 드려오면서 가장 즐겨 부르는 곡중 하나입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새삼 우리 축복의 원천은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좌우간 오늘은 여러 예화들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 1위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편안함, 아늑함, 따뜻함의 행복한 느낌을 ‘휘게’라고 부릅니다. ‘휘게 라이프’의 십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조명은 좀 어둡게;천장 등을 끄고 스탠드 등만 켠다. 2.현재에 충실하자;스마트폰을 끄고 앞사람을 보자. 3.달콤한 음식;살찐다고 고민하지 말자. 4.평등;나 혼자 말고 여럿이 함께하자. 5.감사;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이다. 6.조화;세상에 경쟁만 있는 건 아니다. 7.편안함;두 발 뻗고 누워라. 8.휴전;괜한 정치 이야기로 싸우지 마라. 9.화목;“거기 기억나?”추억을 이야기하자. 10.보금자리; 집은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다.-


도대체 이 십계명중 몇이나 갖추고 있는지요. 너무 불행한 우리들입니다. 놀라운 것은 행복의 궁극의 원천이신 ‘하느님’이 쏙 빠졌다는 것입니다. 웬지 불완전한 느낌을 주는 행복입니다.


행복은 발견이자 노력입니다. 이 둘은 함께 갑니다. 행복을 발견할 때 감사하며 더욱 노력하게 되고 또 발견되는 행복입니다. 행복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익부 빈익빈 진리입니다. 행복의 발견과 노력과 더불어 점점 행복의 부자가 됩니다. 두가지 행복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얼마전 어느 분이 예쁜 성탄카드를 정성껏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그 정성이 고마워 드릴 것을 찾았지만 없어, 덥석 안으며 -“주님의 평화, 제가 드릴 것은 이것뿐입니다.”-가난한 이의 선물치고는 참 기막히게 좋은 선물이라 당자도 감격했고 저도 감격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며칠전 수도가족과의 공동휴게시의 행복했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약간 늦게 들어갔을 때 모두 인터넷 탐사보도에 집중하고 있었고 가장 좋은 자리에 우리 젊은 원장신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긴의자에 걸터 앉아 보려 하자 원장은 즉시 일어나 제 곁에 와서 그 자리에 앉으라 간곡히 권했지만 사양했습니다. 그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이 내내 저를 행복하게 했기에 지금 생각나 강론에 인용합니다.


어제 2016년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날 저는 하루 내내 기뻤습니다. 사실 요즘은 하루하루가 기쁩니다. 어제 저녁은 더 까닭없이 기쁘기에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발견했습니다. 주님 뵈올날이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군대시절에 제대 날자를 기다릴 때의 기다림의 농도 보다는 옅지만 그래도 주님을 뵈올날이 가까워진다는 기쁨임을 깨달았습니다. 죽음은 허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이기에, 하루하루의 삶은 귀가준비가 됩니다.


산티야고 순례 때의 가장 행복했던 때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후 배낭을 메고 6시 떠나 새벽길을 걸을 때의 기쁨과 행복감입니다. 매일 ‘떠남의 기쁨’을 능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만남의 기쁨’만 있는게 아니라 떠남의 기쁨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디에 머물든 하루 이상은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벽 미지의 곳을, 하느님을 향한 떠남의 기쁨입니다. 지금도 매일 새벽 일어나 떠남의 기쁨으로 하루의 내적 여정을 시작합니다. 산티야고의 순례여정은 지금도 일상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제 수도생활중 위의 새벽의 떠날 때에 이어 또 행복한 시간은 하루의 여정을, 하루의 영적전쟁을 끝내고 주님 안에서 잠자리에 들 때입니다. 이 또한 행복한 죽음을 간접적으로 앞당긴 체험과도 흡사합니다. 하루의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주님의 평화속에 잠드는 시간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수도자의 공통적 행복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새벽 하루 내적여정의 ‘떠날 때’의 행복과 하루의 끝에 도착하여 ‘잠자리에 들때’의 행복 둘이 가장 깊고 고결한 행복의 체험시간입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축복받은 존재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파견받은 우리들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도 이를 입증합니다.


첫째, 우리 믿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끊임없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습니다. 제가 즐겨 드리는 것이 아마 강복일 것입니다. 미사때는 물론이고 고백성사를 보는 분들 에게도 시간되면 사죄경에 이어 강복을 드립니다. 카톡을 통해 좋은 사진을 보낼 때도 주님의 축복을 담아 보내 드립니다. 


주님의 축복보다 영육에 좋은 보약도 치유제도 예방제도 없습니다. 모든 탐욕, 무지, 교만, 질투, 미움, 불만 등 온갖 부정적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데 주님의 축복보다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영혼의 식食이자 약藥이 주님의 축복입니다. 오늘 제1독서 민수기 주님의 축복은 얼마나 풍성한지 우리의 모든 필요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중 사제를 통해 여러분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축복입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하느님의 유일한 기쁨은 우리 사람들에게 복주시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음이 주님의 축복이요, 우리 모두가 주님의 복덩어리 사람들입니다.


둘째,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축복입니다. 그러나 진정 축복은 하느님을, 예수그리스도를 알게 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된 축복입니다. 바로 제2독서 갈라티아서에서 바오로가 우리를 대표하여 하느님과 예수님을 알게 된 행복을 우리를 대표하여 고백합니다.


“형제 여러분,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 아래에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우리는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되어 성령의 선물로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축복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예수님을 몰라서 옆에 축복을 놔두고 불행하게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셋째, 축복에 대한 참 좋은 응답이 하느님 찬미와 감사, 그리고 하느님 관상입니다. 이런 응답과 더불어 하느님의 축복을 더 잘 깨닫게 됩니다. 마음이 온통 비어 있었던 마음 가난하고 순수한 목자들이 주님을 만나 축복을 받았고 이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 하느님께 찬미, 찬양이었습니다.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축복받은 목자들입니다. 찬미와 함께 가는 축복입니다. 아니 찬미 찬양하는 삶자체가 이미 큰 축복입니다. 어제 읽은 로마인들의 속담인 라틴어 글귀가 생각납니다. 


“배가 차면 공부하기가 힘들다(plenus venter non studet libenter).”


읽고 웃으며 공감했습니다. 배가 차면 공부뿐 아니라 기도하기도 힘듭니다. 배를, 욕심을 비워야 순수한 빈 마음에서 찬미와 감사의 기도도 샘솟고 비로소 행복한 축복의 삶입니다. 


관상가의 행복, 신비가의 행복 역시 최상의 행복입니다. 바로 오늘 성모마리아가 그 모범입니다. 누구보다 큰 시련과 고난을 겪으셨지만 누구보다 관상의 행복을 누린 성모님이셨습니다. 평화의 샘, 관상의 샘같은 성모님의 마음은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이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이렇게 매사 깊이 관조, 관상할 때 주님의 축복을 깨달아 저절로 찬미와 감사의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시편 저자 역시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이라 하며 관상가의 행복을 고백합니다. 


이런 관상의 열매가 바로 평화입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자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온 세계에 평화의 축복을 가득 내려주십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새해의 첫날입니다. 하느님의 축복 가득한 첫날입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우리에게 축복주시는 일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바로 주님의 행복입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창조되어 세상에 파견된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축복으로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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