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2.목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묵시5,1-10 루카19,41-44

 

 

파스카의 기쁨

-기쁨, 기도, 감사-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리스도교는 기쁨의 종교입니다. 믿음의 기쁨, 희망의 기쁨, 사랑의 기쁨, 생명의 기쁨, 순종의 기쁨, 겸손의 기쁨, 봉헌의 기쁨, 비움의 기쁨 등 끝이 없습니다. 바로 이 기쁨의 뿌리에 파스카의 기쁨이 있습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이 바로 이 기쁨의 원천입니다. 어제 21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2018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원로들의 발언이 신선했습니다.

 

“분단과 대립, 불신과 적대의 과거에 집착하는 자들은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 상상이 평화다. 평화는 꿈꾸고 상상하는 자들의 것이다.”

“지금은 꿈꿀 때이다. 어차피 꿈을 꾸지 않으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걷는 한반도 평화의 길은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라, 눈 덮인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기적처럼 찾아 온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파스카의 사람들은 꿈꾸는 사람들이자 담대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파스카의 꿈과 상상력이 한반도의 평화에 참 절실합니다. 오늘은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체칠리아는 ‘천상의 백합’이란 뜻으로 성녀의 향기로운 삶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260년경 순교한 성녀로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에서 모두 기념하며 음악의 수호성인으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성무일도시 즈가르야의 노래 후렴과 성모의 노래 후렴이 성녀의 파스카의 삶을 잘 드러내니 은혜롭습니다.

 

-태양이 솟아 오늘 무렵, 성녀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전사들아, 어두음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하고 부르짖었도다.-

 

-복된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밤낮으로 기도하며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였도다.-

 

하여 파스카의 기쁨을 사는 이들 결코 삼망三望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삼망입니다. 삼망이 무엇입니까? 절망絶望, 원망怨望, 실망失望입니다. 분도 성인도 그의 규칙에서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절대로 실망하지 마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 역시 요셉수도원에 30년 이상 살면서 결코 절망, 원망, 실망 등 삼망한 적이 없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할 때 수도원 배경의 하늘과 불암산을 바라봤을 지언정 삼망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사는 이들은 삼감三感의 삶을 삽니다. 삼감이 뭡니까? 감사感謝, 감동感動, 감탄感歎입니다. 행복기도문에 나오는 그대로입니다.

 

-주님/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생명/저의 사랑/저의 기쁨/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사람들은 삼망三望이 아닌 삼감三感의 삶을 삽니다. 고백성사시 참 많이 보속으로 써드리는 말씀 처방전이 생각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이렇게 살아야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처방전 말씀을 써드립니다. 올해의 단풍은 유난히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얼마전 나눴던 ‘땅이 하늘이 되었다’라는 13년전 2005년 가을에 써놓은 시입니다. 땅을 가득히 덮은 단풍잎들이 흡사 하늘의 별처럼 보였습니다.

 

-별들이/땅을 덮었다/땅이/하늘이 되었다

 단풍나뭇잎들/하늘향한/사모의 정/깊어져/빨갛게 타오르다가

 마침내/별들이 되어/온땅을 덮었다/땅이/하늘이 되었다

 오!/땅의 영광/황홀한 기쁨---/죽음도 축제일 수 있겠다-

 

후에 생각해 보니 그대로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노래한 시였습니다.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파스카의 삶이기에 죽음도 그대로 축제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歸家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歸天이란 시로 이 진리를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바로 오늘 말씀에서 착안한 강론 제목 ‘파스카의 기쁨-기쁨, 기도, 감사’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멸망을 예고하며 우시는’ 짧은 내용입니다. 루카는 예루살렘 파괴의 세 예고 가운데 그 첫 번째 것을 여기에 배치합니다. 루카는 기원후 70년에 일어난 이 사건을 종말의 심판을 예시하는 역사적 심판으로 봅니다.

좌우간 예수님이 우셨다는 대목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저는 여기서 예수님의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무지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불행하고 불쌍한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안타까움이 구구절절 잘 드러납니다. 바로 독자들인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며---!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무지에 눈이 가려진 이들은 회개의 은총으로 눈을 뜨고 평화의 길이신 주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무지에 눈이 가렸기에 예수님을 통해 찾아 오신 하느님을 몰랐던 당대 예루살렘 사람들입니다. 바로 여기 지금 거룩한 미사시간, 오시는 평화의 예수님을 환대하라는 회개의 촉구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우시던 예수님께서 제1독서 묵시록에서는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천상 옥좌에 승리의 어린양으로 나타나십니다. 요한이 두루마리를 펴거나 들여다 보기에 합당하다고 인정된 자가 아무도 없기에 슬피 울자, 원로중 하나가 그를 위로합니다. 

 

“울지 마라. 보라,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여 일곱 봉인을 뜯고 두루마리를 펼 수 있게 되었다.”

 

파스카의 신비가 확연이 드러나는 오늘의 묵시록입니다. 그 어린양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옥좌에 앉아 계신 분의 오른 손에서 두루마리를 받으시자 모두가 새노래를 부릅니다. 

 

바로 묵시록 5,9-10절의 아름다운 새노래는 우리가 매주 화요일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바치는 찬가입니다. 천상의 성인들, 천사들과 함께 파스카의 승리를, 파스카의 기쁨을 노래하는 우리들입니다. 길다 싶지만 인용합니다.

 

-당신은 두루마리를 받으실 자격이 있사옵고, 봉인을 떼실 자격이 있나이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 피로 값을 치루어,

 모든 민족과 언어와 백성과 나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어, 

 우리 하느님을 섬기는 제관이 되게 하셨으니, 우리는 땅위에서 다스리이다.-

 

가톨릭 교회가 얼마나 전통에 충실한지, 살아있는 전통을 사는 교회인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초대교회 파스카의 찬가를 2천여년 동안 끊임없이 노래하며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살아 온 가톨릭 교회가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파스카의 기쁨을 가득 선사하시어 우리 모두 파스카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8.11.22 07:39
    주님, 저희가 세상속 현실에
    가려진 주님 회개의 은총을 보게 하시어 평화의 길이신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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