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토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1696-1787) 기념일

예레26,11-16.24 마태14,1-12

 

 

 

참眞되고 좋고善 아름다운美 삶

-하느님 중심의 삶-

 

 

 

어제 어느 분과의 전화 통화중 제 말마디에 새삼 공감했습니다. 수도원은 ‘늪’이 아니라 ‘숲’이라는 말마디입니다. 안주로 무기력하게 살다 보면 수도원도 늪이 될 수 있고 참으로 깨어 정주의 삶을 살 때 수도원은 숲의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침 수도형제가 말끔히 깍아 놓은 풀밭이 숲속의 잔디밭처럼 아름다웠고 풀냄새도 참 싱그러웠습니다. 문득 예전 초등학교 5학년 음악 책에 나왔던 ‘푸른 잔디’라는 동요가 생각났습니다. 70년대 중반인 그때 한 반 아이들은 대략 80명이었고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풀냄새 피어나는’으로 시작되는 ‘푸른잔디’ 동요는 모든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노래로 어제는 출력하여 불러 보기도 했습니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른 하늘가 흰구름 보면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우리들 노래소리 하늘에 퍼져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면은

모두다 일어나 손을 흔들며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부를 수 있는 참 아름다운, 동심이 물씬 풍기는 동요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참 아이들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때 80명의 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하나하나가 보물처럼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랜된 미래'의 장면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어제 신문기사중 인상적인 두 내용의 글을 소개합니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은 텅빈 우물과 같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충격이었습니다. 텅빈 우물같은 마을은 날로 늘어가는 오늘날 추세입니다.

“모두가 늙는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된 세상에 단 하나 공평한 게 있다면 모두가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노화는 꽃피고 열매 열리면 낙엽지는 거지’라고 쉽게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가 체감하는 노화는 쌓이는 시간의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방심한 사이 어느 순간 이뤄지는 종의 전환에 가깝다.”-

 

참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얼마나 귀한 참보물인지 깨닫는 요즈음입니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뿐 아니라 어린이가 없는 학교, 수도자들이 날로 줄어가는 수도원도 텅빈 우물처럼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이 외적으로는 좋은 발전처럼 보이는 세상인데 실제 사정은 날로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참 자주 바오로 수사님이 생각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참으로 살아야 참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살지 못하면 참으로 죽을 수도 없습니다. 예전 4세기 사막을 찾았던 수도자들의 소망을 반영하는 기도문입니다. “주님, 우리는 당신께 간청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살게 해주십시오(make us truly alive)”. 예나 이제나 사람들 마음 깊이에는 참으로 진짜 살고 싶은 깊은 갈망이 있는 법입니다.

 

또하나 30여년 전 강론 때 인용했던 말마디가 문득 떠오릅니다. “나이 30에 죽어 70에 묻힌다.” 30까지만 살았고 나머지 40년은 살았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무의미한 반복의 죽음과 같은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참으로 영원한 현역으로 살았다면 나이 70에 죽어 70에 묻혀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이웃 사람들을 귀히 여기며 진짜 참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바로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참된 삶, 행복한 삶입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 매일, 평생, 끊임없이 시편과 미사 공동전례 기도를 바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바로 우리는 그 참된 삶의 모범을 오늘 말씀에서 만납니다. 혼탁한 삶의 와중에서 참 삶의 모범은 복음의 예언자 세례자 요한과 제1독서의 예언자 예레미야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나머지 헤로데를 비롯한 악의 무리와의 대조가 극명히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출현에 “그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다” 헤로데의 말은 심중의 불안을 반영합니다. 

 

바로 하느님 중심이 없기에 우유부단한 무지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헤로디아와 그의 딸 살로메를 통해 하느님 중심이 없는 무지의 삶이 바로 악임을 깨닫습니다. 정의와 진리를 위해 순교한 세례자 요한을 통해 참 의로운 참된 사람 하나 만나는 느낌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마디가 인상적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지내고, 예수님께 가서 알렸다.”

 

분명 예수님은 요한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 중심의 참삶을 살려는 각오를 새로이 했을 것입니다. 제1독서의 예레미야 역시 하느님 중심의 참 삶의 모범입니다. 이미 생사를 넘어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에 올인한 삶처럼 보입니다. 

 

“이 내 몸이야 여러분 손에 있으니 여러분이 보기에 좋을 대로 바르게 처리하십시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참으로 주님께서는 나를 여러분에게 보내시어, 여러분의 귀에 대고 이 모든 말씀을 전하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의 길과 행실을 고치고 주 여러분의 하느님 말씀을 들으십시오.”

 

하느님 중심의 회개의 참된 삶을 촉구하는 예레미야의 충언에 두 부류로 나뉩니다. 예언자의 말에 공감하는 대신들과 온 백성들, 그리고 반대편의 무지의 사제들과 예언자들이었고 마침내 구사일생 살아 난 예언자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 중심의 참된 참행복의 삶을 살 수 있을런지요.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저절로 하느님의 중심의 참된 삶으로 변모됩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목적입니다. 연옥같은, 지옥같은 세상에서 변질되지 않고 천국의 순수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길, 생명의 길이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바로 우리 가톨릭 교회의 참보물인 성인들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오늘은 성 알폰소 축일입니다. 성인의 생몰연대를 헤아려 보니 그 옛날에 91세 장수를 누렸네요. 이렇게 장수의 나이까지 사시다가 성인의 되셨으니 놀랍습니다. 성 알폰소는 18세기 가장 유명한 성인 가운데 한분으로, 주교이며 교회 박사이셨고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의 설립자였습니다. 

 

성인은 윤리신학자들과 고해사제들의 수호성인으로 고해 사제들에게 참회성사를 집전할 때는 뉘우치는 아들을 언제나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시고 품어 안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성인이 참으로 강조하신 것은 단 하나 기도였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도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난하다 해도 하느님께서 풍요로우십니다.”

 

성인의 말씀에 전임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부연 설명합니다. “하느님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근본적인 관계가 빠져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 곧 날마다 드리는 기도와 성사생활로 이루어집니다.”

 

주님은 매일의 거룩한 성체성사 미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참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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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8.01 08:51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저절로 하느님의 중심의 참된 삶으로 변모됩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목적입니다. 연옥같은, 지옥같은 세상에서 변질되지 않고 천국의 순수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길, 생명의 길이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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