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眞我)의 꽃자리 삶 -순결과 진실-2020.9.7.연중 제23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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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7.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코린5,1-8 루카6,6-11

 

 

 

참나(眞我)의 꽃자리 삶

-순결과 진실-

 

 

 

살아서 보다 죽어서 영원히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구상 시인과 같은 순결과 진실의 구도자들입니다. 엊그제 주말 양일간 ‘홀로와 더불어’라는 543쪽의 구상 시인 추모문집을 양일간 독파讀破하며 절감한 사실입니다. 1919년에 태어나 2004년 선종하기 까지 만85세 병약한 몸으로 신앙 승리의 삶을 사신 정말 큰 스승, 큰 산, 큰 강같은 분이셨습니다. 선종하신지 무려 16년이 지났지만 영원히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분입니다. 시인의 ‘꽃자리’란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않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나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깨달아 무지의 눈을 뜨면 그 어디나 주님 함께 계신 꽃자리입니다. 시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입니다. 평생 가시방석에서 꽃자리를 사신 참 역설적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더불어 새롭게 발견한 글 하나와 지인에게 들은 한 구절의 말도 나누고 싶습니다.

 

“하늘에게 행복을 달라 했더니 감사를 배우라 했다.”

“분노는 쌈싸 먹고 그리움은 녹여 먹는다.”

 

감사를 배울 때 행복이요, 분노는 지체없이 삼켜 없애되 그리움은 서서히 음미하며 녹여 먹으라는 것입니다. 정말 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오늘 지금 여기가 꽃자리 하늘 나라 행복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산책때 마다 동요 부르는 행복에, 재미에 삽니다. 어제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힘껏 ‘푸른 잔디’를 불렀는 데 밭에 있던 어느 자매가 전율했다면서 준 메시지가 참 진솔하고 아름다워 나눕니다. 마침 오늘은 한국의 문대통령이 작년 제74차 유엔총회에서 제안해 지정된 최초의 유엔 공식 기념일인 ‘푸른 하늘의 날’에 잘 어울리는 푸른잔디 동요였습니다.

 

-“언뜻 언뜻 보이는 숲사이로 큰 소리로 동요를 부르시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을 꺼예요.

그리고 웬지 안정감을 주네요.

‘나이를 먹어도 이리 순수하게 살아가도 되는구나’하고

오늘 제 인생의 가장 특별한 날이었어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진정 기쁨의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글이 아름답고 진솔하여 강론에 인용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 말씀과 연결되었습니다.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반죽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누룩 없는 빵입니다.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 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묵은 누룩, 곧 악의와 사악이라는 누룩이 아니라, 순결과 진실의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냅시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복음입니다. 회개로 선사된 ‘순결과 진실의 누룩없는 빵’이 되어 미사 축제를 지내는 우리들입니다. 악의와 사악, 부패라는 묵은 누룩을 깨끗이 제거하고 누룩 없는 빵이 되어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우리 수도형제들처럼 주님의 은총으로 언제 어디서든 순결과 진실의 누룩 없는 빵의 삶을 살 때 바로 거기가 꽃자리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을 예로 들면서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자주 예로 들었던 부패인생과 발효인생이란 비교도 생각납니다. 끊임없는 회개라는 효소로 인해 예수님을 비롯한 성인들처럼 부패인생이 아닌 향기로운 발효인생, 순결과 진실의 꽃자리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순결과 진실의 꽃자리, 본래의 제자리 삶을 살 때 올바른 분별의 지혜입니다. 말그대로 늘 새부대에 새포도주의 삶입니다.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에 대한 예수님의 관점은 얼마나 신선한지요. 

 

오른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보는 관점이 너무 판이합니다. 안식일법을 잣대로 하면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순결하고 진실하신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생명과 사랑이 진리입니다. 법은 상대적입니다만 진리의 사랑은 절대적입니다. 진리와 사랑의 화신이신 예수님의 정곡을 찌르는 단도직입적 질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절대적 사랑의 법에 상대화 되는 안식일법입니다. 질문속에 이미 자명하게 드러나는 답이기에 이들은 말문을 잃고 묵묵부답, 골이 잔뜩 나서 보복을 생각합니다. 이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주님은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치유를 선언하십니다. 바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 같습니다. 

 

“손을 뻗어라.”

 

오그라든 손이 상징하는바 오그라든, 위축된 마음입니다. 그러니 오그라든, 위축된 마음을 뻗어 활짝 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과 만남을 통해 오그라든 손과 더불어 오그라든 마음도 활짝 펴졌을 것이니 말 그대로 영육의 온전한 치유와 구원이요 꽃자리 삶의 회복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누룩 없는 빵이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순결과 진실의 꽃자리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의인에게 복을 내리시고 큰 방패같은 호의로 그를 덮어 주십니다.”(시편5,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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