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되기(Becoming Love) -사랑의 여정旅程-2022.1.4.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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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4.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1요한4,7-10 마르6,34-44

 

 

사랑이 되기(Becoming Love)

-사랑의 여정旅程-

 

 

작년 연피정때 피정 주제가 다시 생각납니다. “토마스 머튼의 삶과 영성-사랑이 되기(Becoming Love)”입니다. 사랑이 되기, 바로 존재론적 변화를 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사랑이 되기’는 바꿔 말하면 ‘하느님이 되기(Becoming God)’란 말과 통합니다. 그래서 ‘새해 2022년 소원’이란 기도문중 첫부분이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나

하느님이 되고 싶다

모세처럼

하느님과 대화하고 싶다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올해는 ‘오소서, 주 하느님!’ 짧은 말마디를 만트라로 삼아 끊임없이 기도 훈련에 전념할까 합니다. 호흡에 맞춰 ‘오소서’ 들숨에, ‘주 하느님!’ 날숨으로 끊임없이 기도로 바치는 것입니다. 호흡은 기도가 되고 하느님을 숨쉬는 느낌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랑이, 하느님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 1서의 짧은 네 구절에도 무려 사랑이란 단어가 10회 나옵니다. 하나도 생략할 수 없는 내용이라 전부 인용합니다. 오늘도 시간나는 대로 소리 내어 읽고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체험은 비상하지 않습니다. 사랑 체험이 바로 하느님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사랑의 선물, 사랑의 지혜입니다. 사랑이 없는 온갖 지식이나 언행, 선물들은 무거운 짐이 되거나 쓰레기가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결국 인생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이런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탓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우리의 부족한 사랑입니다. 그분 예수님 사랑을 통하여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그러니 평생 공부가 사랑 공부, 하느님 공부, 예수님 공부요, 평생 여정이 하느님이 되는 공부, 사랑이 되는 공부뿐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발전도상중에 있는 사랑이요, 사랑에는 늘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주교님의 평이했던 두 예화가 여전히 생생합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관계도 만나지 않으면 저절로 멀어지기에 자주 만나야 하듯 주님과의 깊어지는 관계를 위해서도 자주 주님을 만나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며, 또 물주지 않으면 모종도 시들어 죽기에 계속 물줘야 하듯 영혼도 계속 사랑의 물을 줘여 산다는 것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끊임없는 사랑의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지 않으면 하느님과의 관계도 멀어진다는 것이며 끊임없이 사랑의 기도라는 물을 주지 않으면 사랑도, 영혼도, 사람도 점차 시들어 죽어 간다는 것입니다.

 

집무실에는 ‘세심한 사랑’이라는 꽃말의 ‘스파트필름’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집무실안에 가장 오랫동안 살아 있는 식물입니다. 물주는 것을 잊어버려 거의 시들어 죽어가다가도 물만 주면 금방 살아나는 모습이 영혼에 사랑의 물주기와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받지 않으면 영혼이, 사람이 시들기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똑같습니다. 며칠전 읽은 인터뷰 기사중 길다 싶지만 감동적인 어머니 사랑을 나눕니다.

 

-하지만 삼형제를 키우실 때 어머니는 항상 당차고 강인하셨고, 아버지가 감옥에 가셨을 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지요. 어머니는 저를 ‘괴테의 문장’으로 키우셨어요. 제가 과음을 한 날이며 어김없이 책상 위에 이렇게 쓰인 쪽지를 놓아주셨지요. “인생의 절반을 술과 담배로 탕진하려느냐”(괴테)

 

아무튼 아버지 덕에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우리 삼형제는 결핍을 몰랐고 불안도 몰랐어요. 어머니의 힘이었죠. 그때는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의 말이 제가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힘이 되었어요.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 

“누리야, 될 수 있으면 생활 수준을 높이지 말아라!” 

 

너무 황당했어요. 이렇게 가난한데 도대체 어떻게 더 가난해지란 말인가. 하지만 아버지 말씀의 의미를 이젠 알아요. 생활 수준을 한번 높여 놓으면, 그것을 내리기가 어려운 법이지요. 그러면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되는 거지요. 전 가난이 그다지 두렵지 않아요. 가난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힌 거지요.-

 

말 그대로 어머니의 힘, 아버지의 힘, 말의 힘, 사랑의 힘입니다. 모두가 그렇지만 사랑도, 기도도 보고 배웁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삶이 얼마나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습니다. 어제 면담고백 성사중 도반과도 같은 본당 사제와의 대화도 잊지 못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사랑처럼 신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바로 밑빠진 독에 물붓듯 하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그러려니 하며 하느님처럼 지칠줄 모르는 아가페 사랑을 본받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미풍을 태풍으로 만들지 말고, 태풍은 곧 미풍으로 만드세요. 바로 이것이 실제적인 사랑의 힘입니다.”

 

이어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새해에도 멋지고 착한 목자로서 열성熱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도 풍성한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수사님,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살겠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은 진인사대천명의 믿음이요, 밑빠진 독에 물붓듯 하는 지칠줄 모르는 진인사대천명의 사랑, 아가페 사랑이요 사랑의 기적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착한 목자로서 이런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말 그대로 진인사대천명, 사랑의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 두 마리’라는 절체절명의 절박한 순간, 태풍이 올듯한 예감의 상황중에도 진인사대천명의 믿음과 사랑으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시니 그대로 사랑의 기적입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남은 빵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고,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명이었다 합니다.

 

예수님의 지극정성의 사랑이 하늘이신 하느님을 감동시켰고 군중을 감동시켰으며, 이어 감동한 군중들이 마음을 활짝 열어 각자 가진 것을 다 나누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대로 성체성사의 사랑을, 기적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말 그대로 폭풍같은 위태한 분위기를 사랑의 기적으로 미풍의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꾼 착한 목자 예수님입니다. 그대로 시편 23장 전반부의 고백이 절로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시편23,1-3ㄱ)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사랑이 되어가는 사랑의 여정에 우리 모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끝으로 제가 늘 명심하는 바를 말씀 드립니다.

 

“미풍을 태풍이 되게 하지 말고, 태풍은 즉시 미풍이 되게 하십시오. 예수님처럼!”

 

답은 오직 하나! 끊임없이, 한결같이 바치는 항구하고 간절한, 충실한 사랑의 기도 하나뿐입니다.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의 사랑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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