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여정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주님을 향해-2023.5.9.부활 제5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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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9.부활 제5주간 월요일                                                          사도14,5-18 요한14,21-26

 

 

 

떠남의 여정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주님을 향해-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다 떠나갑니다. 우리 삶도 지나갑니다. 우리 삶도 떠나갑니다. 옛 사진들을 보면 얼마나 지나왔는지, 떠나 왔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니 현재에 지극히 충실하되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래야 초연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 데레사의 시를 바탕한 “아무것도 너를”이라는 유명한 성가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이런 이들이 진정 믿음의 사람들이요 영적부자들이요 참으로 자유로운 이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삶의 중심이, 삶의 목표가, 삶의 방향이, 삶의 의미가 될 때, 하루하루 잘 살 수있고, 잘 떠날 수 있습니다. 역시 떠남의 훈련, 떠남의 습관입니다. 하루하루 잘 살아야, 잘 떠나야 마지막 떠남인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갑작스러운 좋은 떠남의 죽음은 없습니다. 문득 떠오른 22년전 선물이란 시입니다.

 

“꽃처럼 환한 웃음보다 더 좋은 선물 있을까

삶은 순전히 선물이다

꽃같은 삶이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순식간 사라져가는 꽃들

바로 선물 인생 아니던가

얼마나 그 많고 좋은 선물들 놓쳐 버리고 살았는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대로 꽃인 인생인 거다

어제의 꽃 폈다 지면 또 오늘의 꽃 폈다 지고...

평생을 하루하루 그렇게 꽃으로 사는 거다

끊임없이 폈다 지면서 

떠나는 삶이다

잘 떠날 때 아름답지 않은가

길이길이 향기로 남는다”-2001.4.23.

 

바로 예수님의 삶이, 성인들의 삶이 그러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이 이런 아름다운 떠남의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말 그대로 “파스카의 꽃”같은 삶입니다. 잘 떠나는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평화와 일치를 남겨 놓고 떠나는 향기로운 떠남의 죽음이 그러합니다. 지난 성소주일 교황님의 강론중 다음 대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목표의 시야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들은 이런 질문들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향해 걸어가는 곳은 어디인가? 무엇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인가?’ 이런 질문들이 없으면 우리 삶은 현재에 매몰되어 길을 잃습니다. 

 

반면 ‘우리의 고향은 하늘입니다(Our homeland is Heaven)’ 이 목표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거기에 이를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됩니다. 특히 곤경에 처할 때 악이 날로 강해짐을 느낄 때, 우리는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가야할 길은 어느 길인지 더욱 자문하게 됩니다. 예수님께 답을 찾도록 합시다. 예수님은 우리가 진리 안에서 살기 위해, 풍성한 삶을 살기 위해 따라야 할 길입니다. 그러니 하늘을 바라보고, 목표를 기억하고, 영원에로, 하느님과의 만남에로 불리었음을 생각하십시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요 행복입니다. 막연히 목표없이 떠남의 여정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주님을 향한 떠남의 여정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길이자 진리이자 생명이신 예수님과 함께 하는 떠남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날로 깊어지는 우정의 관계가 얼마나 본질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떠남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죽음에 앞서 참 좋은 평화와 기쁨을 남기고 떠납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떠남의 여정은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죽음 역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도 평화와 기쁨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가 고백성사 보속시 말씀 처방전으로 자주 드리는 성구이기도 합니다. 흡사 예수님의 유언처럼 들립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아, 예수님을 통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아버지께 가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바로 희망과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그리하여 믿는 이들에게 ‘떠남의 여정’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歸家의 여정’이 됩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말씀도 우리 삶의 지침이 됩니다. 참으로 하느님 아버지를 온마음, 온힘으로 사랑하고 순종해야 한다는 가르치입니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

 

그 스승인 예수님께, 그 제자들인 바오로와 바르나바입니다. 이들의 눈부신 복음 선포 활동후에 떠나는 모습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얼마나 역동적인 떠남의 여정인지 상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제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교회마다 제자들을 위하여 원로들을 임명하고, 단식하며 기도한 뒤에, 그들이 믿게 된 주님께 그들을 의탁하였다.’

 

마침내 자기들을 파견한 본거지인 안티오키아 교회에 돌아와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신 것을 보고하고 오래 그곳에 머물으니 말 그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선교 여정입니다. 

 

잘 떠날 때 아름답습니다. 하루하루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주님을 향해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지막 아름다운 떠남의 죽음입니다. 죽음 역시 부활에의 새로운 시작이니 떠남의 여정은 늘 희망과 기쁨이 가득한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떠남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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