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6.15.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2코린6,1-10 마태5,38-42


                                                                                                 파스카 영성

                                                                                         -무공해(無公害)의 삶-


몇 번 인용했던 예가 다시 생각이 납니다. 미국에 있는 수도원에서 잠시 체류중 있었던 신선한 충격이라 십이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성요한 수도원 소속의 서품을 앞둔 수도자가 베네딕도회 봉헌회에 대한 발표를 한 후 질의 응답시간 중, 전례학 담당의 수도회 소속 교수신부님의 질문이었습니다. 


"발표 내용중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는다. '사부 베네딕도', '베네딕도회 영성'이란 말은 많이 나오는데 도대체 왜 '그리스도'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느냐?“


핵심을 집어낸 질문에 물을 끼얹는 듯한 조용한 분위기였고 발표자 또한 별다른 대답을 못하고 교수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베네딕틴 영성, 프란치스칸 영성 등등 무수한 영성이 있는 게 아니라, 죽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그리스도 영성 하나뿐이요, 사부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는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교회의 칠성사(七聖事)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중심에는 늘 죽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이 현존하신다는 것입니다.


등산중이든 산티야고 순례중이든 길을 잃었을 때는 늘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라는 충고가 있습니다. 마찬가지 영성생활에 길을 잃었을 때는 제자리의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며, 바로 그 제자리가 빠스카 영성의 샘인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빠스카 영성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빠스카 영성은 '역설의 영성',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영성입니다.


눈은 눈으로의 보복의 영성도, 악인에게 악으로 맞서는 악순환의 영성도 아니고 무저항의 노예적 영성도 아닙니다. 악에 악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악에 선으로, 미움에 사랑으로 맞서는 공격적 영성, 사랑의 저항의 영성입니다. 악의 의표를 찌르는, 악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적극적 사랑의 저항입니다.


'오른빰을 치거든 다른 빰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주고, 천 걸음 가자는 자에게 이천 걸음 가주라는 것'은 바로 사랑의 적극적 대응을 의미합니다. 사랑의 용기입니다. 패배와 체념, 비겁의 무저항이 아니라 적극적 사랑의 비폭력적 저항을 의미합니다. 파스카의 주님의 은총이 아니곤 인간 본성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단 하나의 길은 이런 빠스카의 영성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이들이 남한테는 저도 자기와의 싸움에선 이긴, 영적전쟁의 승자들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바로 파스카 영성의 모범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말마디가 파스카 영성을 요약합니다. 넘어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늘 새롭게 시작하는 영성,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늘 부활의 삶을 사는 영성입니다. 바오로의 삶은 말 그대로 백절불굴의 파스카의 삶입니다. 바로 파스카의 주님께서 바오로를 통해 하시는 일입니다. 


환난, 재난, 역경, 매질, 옥살이, 폭동에 무너져 내리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와 밤샘과 단식, 순수와 지식, 인내와 호의, 성령과 거짓 없는 사랑,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힘으로 오똑이처럼 일어서는 바오로와 그 일행입니다. 영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중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늘 한결같은 부동심不動心의 사람들입니다. 아, 이런 이들이 진정 자유인입니다. 파스카 주님과 하나되어 파스카 영성을 살 때 진정 자기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다음 묘사가 파스카 영성의 진수를, 역설적 참 자유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1.속이는 자 같으나 진실하다.

2.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 같으나 실은 인정을 받는다. 

3.죽어가는 자 같으나 살아있다.

4.벌을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5.슬퍼하는 자 같으나 늘 기뻐한다.

6.가난한 자 같으나 실은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한다.

7.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 같으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가난한 참 영성가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부러울 것없는, 두려울 것 없는 내적부요의 사람, 참으로 매력적인 겸손한 자유인입니다. 이런 파스카의 삶을 사는 이들이 진정 무공해의 산소같은 사람들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파스카의 주님과 일치되어 사는 이런 이를 이기지 못할 것이며, 어떤 교활한 악마도 이런 이를 유혹하지 못할 것입니다. 


크게 어리석은 대우大愚의 사람 같으나 실상 크게 지혜로운 대지大智의 사람입니다. 대우가 대지라는 역설적 영성이 바로 파스카의 영성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파스카의 주님과 하나 되어 파스카의 영성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90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의 실현 -늘 새로운 시작-2019.1.14.연중 제1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1.14 140
3089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 -꿈의 현실화-2020.1.13. 연중 제1주간 월요일 ​​​​​​​ 1 프란치스코 2020.01.13 120
3088 하느님의 나라 -하늘과 산-2016.10.25.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10.25 116
3087 하느님의 나라 -기다림(望), 내맡김(信), 보살핌(愛)-2015.6.14. 연중 제11주일 프란치스코 2015.06.14 448
3086 하느님의 나라 -“이미 already”와 “아직 not yet”-2016.11.10. 목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11.10 220
3085 하느님의 나라 -오늘 지금 여기, 순리順理에 따른 삶-2022.1.28.금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2.01.28 142
3084 하느님의 나라 -어린이와 같이 되십시오.-2022.2.26.연중 제7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2.26 155
3083 하느님의 나라 -배움, 섬김, 나눔-2021.2.4.연중 제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2.04 106
3082 하느님의 나라 -꿈의 실현-2018.6.17. 연중 제11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6.17 123
3081 하느님의 나라 -궁극의 희망-2019.10.29.연중 제30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0.29 134
3080 하느님의 나라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두기, 바라보고 지켜보기-2021.1.29.연중 제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1.01.29 112
3079 하느님의 꿈, 하늘나라의 꿈, 파스카의 꿈 -우리를 통한 꿈의 실현- ​​​​​2020.3.13.사순 제2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3.13 129
3078 하느님의 꿈, 이사야의 꿈, 예수님의 꿈 -뭇민족, 뭇백성의 구원-2019.12.2. 대림 제1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2.02 245
3077 하느님의 꿈 -꿈의 실현-2019.3.22.사순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9.03.22 152
3076 하느님의 꽃, 꽃같은 인생, 시(詩)같은 인생 -사람이 꽃이다-2021.4.22.부활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22 133
3075 하느님의 기쁨에 동참하는 삶-2015.11.5.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1.05 195
3074 하느님의 기쁨-2016.11.3.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6.11.03 139
3073 하느님의 기쁨, 우리의 기쁨 -참된 회개-2018.11.8.연중 제3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1.08 101
3072 하느님의 기쁨 -오, 하나하나의 사람! -하느님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하느님의 자랑이어라-2016.10.30. 연중 제31주일 프란치스코 2016.10.30 309
3071 하느님의 기쁨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2020.11.5.연중 제3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11.05 134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