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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8. 사순 제3주일                                                                                                                          탈출20,1-17 1코린1,22-25 요한2,13-25


                                                                                                   사랑의 이정표(里程標)


오늘 1독서 탈출기와 2독서 코린도1서, 요한복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강론 주제를 찾다가 은총처럼 떠오른 주제가 '사랑의 이정표'입니다. 처음엔 '삶의 이정표'로 했다가 '사랑의 이정표'로 바꿨습니다. 삶은 사랑이요 사랑은 삶의 의미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삶을 살 때 비로소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삶-사람이 같은 뿌리를 둔 말같습니다. 그러니 사랑이 빠진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하겠는지요. 사랑은 우리 인생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안식년을 맞아 1년여의 광야순례여정을 마치고 '아버지의 집'인 오아시스 수도원에 돌아온 무사귀원 9일째, 정말 행복하기가 꿈만 같습니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서도 늘 주님과 함께 하며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했기에 무사귀원에 귀원후의 꿈꾸듯 행복합니다. 우리 요셉수도원은 밖에서 볼 때는 섬같은 데 안에 들어와 보니 세상의 중심이자 낙원이요, 말그대로 아버지의 집입니다. 


 광야순례여정중 깊이 각인된 주제가 삶의 이정표였습니다. 특히 800년 역사를 지닌, 산티아고 800km, 2000리 순례길중 요소요소 마다 배치된 돌판에 새겨진 조가비 선명한 이정표의 발견은 얼마나 고맙고 반가웠던지요. 이정표 따라 우보천리 묵묵히 걷다보면 하느님을 상징하는 최종목적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합니다.


산티아고 순례중, 카톡으로 가장 많이 선물한 것이 산티아고 목적지를 가리키는 이정표의 사진이요, 귀국후 고마운 분들께 선물한 것도 작은 인조석의 이정표 선물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는 30여일로 끝나지만 우리 인생광야순례여정은 평생입니다. 새삼 평생 삶의 이정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과연 우리 삶의 영원한 이정표는 무엇이겠는지요.


우선 어제 읽은(주간경향2-2015.3.10.)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몇가지 머릿기사를 소개합니다. 

1.'앞이 잘 안보이는 대학졸업식'-갈수록 취업하기가 힘들어지는 세상. 저 뿌연 하늘이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황사는 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사라지는데, 취업전선의 황사는 언제나 물러가려는지 한숨만 나온다.

2.결혼, 출산 늦어지면서 연약한 아기 늘고 있다.- 만혼, 난임 영향 제체중, 조산아 출산 증가, 쌍둥이 출산 확률도 높아져.

3.'보고 배우는게 없는' 우리 아이들.-오늘 부모들은 예전 부모들이 일상에서 당연하고 예사로웠던 가르침들 가운데 어떤 것도 가르치지 못한다. 그 하나하나가 아이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해로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4.분노사회(가톨릭 신문2015.3.8.일 20면)-'욱'하는 시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 충동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사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근원적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삶의 어두움입니다. 이런 사회일수록 우리 믿는 이들에게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느님 사랑의 이정표에 따른 삶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첫째, 말씀의 이정표입니다. 

그러니 평생 말씀을 공부해야 합니다. 잘 아시는 시편1장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여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 바로 말씀공부의 축복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발의 등불이요 우리의 앞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은 빛이요 생명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중 이마에 헤드랜턴을 부착하고 새벽 어둠을 뚫고 산길을 걸을 때 영적순례영적여정에 말씀의 빛을 생각했습니다. 빛의 길은 바로 생명의 길임을, 빛이자 생명이신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영혼의 영혼이요, 영혼의 빛이 말씀입니다. 영혼과 말씀이 하나되어야 비로소 생명의 빛을 발하는 영혼입니다.


말씀중의 말씀이 오늘 탈출기 모세를 통해 하느님 주신 사랑의 이정표, 십계명입니다. 모듬살이를 위한 최소한 지켜야 할 계명입니다. 약간 변형된 가톨릭의 십계명을 요약하면 1.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3.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4.부모에게 효도하여라. 5.사람을 죽이지 마라. 6.간음하지 마라. 7.도둑질을 하지 마라. 8.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9.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10.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이런 기본 계명에 충실한 것이 영성생활의 지름길이요,  고백성사 때의 성찰내용들입니다.


바로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십계명이요, 하느님을 위한 우리 사랑의 수행이 십계명의 이정표입니다. 십계명의 이정표에 따라 살아야 죄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십자가의 이정표입니다.

그러니 평생 끊임없이 십자가의 이정표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봐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성호경보다 더 좋은 기도도 없습니다. 나 더하기(+) 주님할 때 충만한 삶이요 성호경을 통해 온존재에 각인되는 주님의 십자가는 마귀를 막아내는 최고의 방패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의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합니다. 죽음을 넘어 부활의 희망을 보여주는 십자가의 그리스도요 우리 삶의 문제들에 대한 모든 답도 이 안에 있습니다. 바오로의 열정적 고백은 그대로 믿는 우리 모두의 고백입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이지만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며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고무적인 고백인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힘이자 지혜입니다. 사랑의 이정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항구히 바라보며 사랑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힘과 지혜를 선사받습니다. 그러니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삶의 이정표도 없습니다. 


셋째, 성전의 이정표입니다.

사랑의 성전입니다. 외딴곳에 자주 머물렀던 주님처럼 우리 역시 아버지의 집인 거룩한 성전에 자주 머물러 기도해야 합니다. 성전에 머물러 삶의 이정표를 새로이 확인하며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성전이 더럽혀졌으니 예수님의 열화와 같은 분노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 또한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의 표현이요 이를 알아 챈 제자들입니다.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전정화 사건을 통해 위 성경 말씀을 상기한 제자들입니다.


아버지의 집인 성전은 세상광야의 오아시스이자 마지막 보루입니다.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성전이 오염되고 속화(俗化)되면 그 무엇으로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할 수 있겠는지요.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전에 이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 성전이 주님의 몸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부단히 성전을 정화하라는 말씀이요 죽으신 후 사흘만에 부활하신 당신 몸이 바로 진정한 성전임을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보이는 성전 안에 머물러 '주님의 몸'인 성전에 깊이 일치를 이루는 시간이 바로 성전 안에서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참 놀라운 사실은 주님의 몸인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 또한 주님과 일치를 이룸과 동시에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유명한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루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1코린6,19-20).


우리가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될 때 우리의 삶 역시 하느님을 찾는 이웃들에게 참 좋은 '사랑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사랑의 이정표따라 살아갈 때 무사히 하느님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제 1년여의 안식년 광야순례여정에 최고의 든든한 이정표는 매일 미사와 강론이었습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말씀을 묵상하여 강론을 썼고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성무일도 시간경도 꼭 바쳤습니다. 


끝으로 꼭 언급할 것이 있습니다. 광야순례여정중에 환대했던 무수한 형제자매님들 알고보니 참 좋은 삶의 이정표들이자 하느님이 보내주신 수호천사들이였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들 모두를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하여 참 좋은 이정표 덕분에 광야순례여정 무사히 마치고 아버지의 집인 요셉수도원에 귀원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정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말씀 공부에 항구하십시오

2.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늘 바라보십시오.

3.성전 안에 자주 머무르십시오.

참 중요한 사랑의 세 이정표가 말씀과 십자가, 성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삶의 이정표를 새로이 확인하며 당신과 우정을 깊이하는 당신 성전(聖殿)인 우리 모두를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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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3.08 05:45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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