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성찬례의 삶-2022.6.19.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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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19.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창세14,18-20 1코린11,23-26 루카9,11ㄴ-17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성찬례의 삶-

 

 

 

하느님이 인류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 셋입니다. 성경, 예수님, 그리고 미사입니다. 이 셋만 있으면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듯 성경을, 예수님을, 미사를 사랑합니다. 6월은 예수성심성월은 참 좋은 달입니다. 어느달보다도 대축일이 많습니다. 

 

오늘은 예수성심사랑이 활짝 드러난, 절정의 날인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모든 축일이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드러내지만 오늘은 더욱 그러합니다. 하느님 주신 참 좋은 선물중 하나인 성체성사를 경축하는 날입니다. 

 

이날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얼마전 타계한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이다’라는 시입니다. 읽을 때 마다 새롭게 감동을 선사하는 시입니다. 예전 한국의 세계적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가 성체성사의 핵심을 정말 잘 드러냈다고 극찬했던 시입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그래서 지체없이 강론 제목을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성찬례의 삶-”으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살기 위하여’,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을 모시기 위하여 이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혈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궁극적 배고픔을, 목마름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 바로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입니다. 예수님의 다음 말씀 그대로입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 생명의 빵,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을 모시기 위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이기에 하느님을 모셔야 비로소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 되며, 우리를 날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닮게 하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그러니 도대체 세상에 이 성체성사 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아름다움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은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많이많이 사랑하면 얼굴에 손대지 않아도 됩니다. 저절로 예뻐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전례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전례의 아름다움을 통하여, 교회는 복음화하고 복음화됩니다. 전례는 또한 복음화 활동을 경축하는 것이며 자신을 내어 주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됩니다.”

 

어제 저녁성무일도는 물론 오늘 아침성무일도 전례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 감동으로 와닿는 많은 내용들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멜키체덱의 품위를 따라 영원한 사제께서 빵과 포도주를 올리셨도다.”

 

엊저녀 부른 저녁기도중 첫 후렴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창세기에 나오는 신비의 사제 멜키체덱은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 예수님의 예표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지는 후렴들 모두가 은혜롭습니다.

 

“구원의 잔을 받들고서 찬미의 제사를 올리리이다.”

 

예수님과 함께 구원의 잔을 받들고서 찬미와 감사의 제사를 올리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하늘의 빵을 그들에게 주셨도다. 사람들이 천사들의 빵을 먹게 되었도다. 그 맛이 더할 나위 없었나이다.”

“오 거룩한 잔치여, 예수의 몸은 음식이 되었도다. 수난의 기념, 은총의 충만, 장차 영광의 보증이로다. 알렐루야”

 

이어 아침성무일도시 초대송 후렴도, 즈카르야 후렴도 은혜로웠습니다.

 

“생명의 빵이신 주 그리스도께 어서 와 조배드리세”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리라.”

 

하느님 자랑하는 마음에 많이 인용했습니다. 예전 있었던 추억이 새롭게 생각납니다. 초등학교때 친구가 와서 두시간 동안 자랑을 늘어놓고 갔고 저는 듣기만했습니다. 간다음 요약하니 자식자랑, 돈자랑 둘이었습니다. 내 자랑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하느님 자랑, 예수님 자랑이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다음 시편처럼 주님을 찬양하는 재미로 사는 수도자들입니다.

 

"당신의 은총이 생명보다 낫기에, 내 입술이 당신을 찬양하리이다.

 이 목숨을 다하도록 당신을 찬양하며, 당신 이름 부르며 두 손 치올리이다."(시편63,4-5)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 자랑하는 재미로, 하느님 찬미하는 재미로, 예수님 사랑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 또한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너는 멜키체덱의 품위를 따라 영원한 사제이니라.”

 

‘너’가 가리키는 바 예수님은 물론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는,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들입니다. 또 제2독서후 부른 하느님 사랑의 깊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성체송가’는 얼마나 풍요로웠는지요! 성체성사의 은총이 얼마나 풍성한지 무려 24절까지 계속됩니다. 마지막 23,24절을 또 하느님 자랑하는 마음으로 인용합니다.

 

“23.참된음식 착한목자 주예수님 저희에게 크신자비 베푸소서.

    저희먹여 기르시고 생명의땅 이끄시어 영생행복 보이소서.

 24.전지전능 주예수님 이세상에 죽을인생 저세상에 들이시어,

    하늘시민 되게하고 주님밥상 함께앉는 상속자로 만드소서.”

 

정말 깊고 아름다운 전례에 잘 참여하면 강론시 미진했던 것을 완전히 보완해 줌을 깨닫습니다. 성찬례는 단지 전례로 끝나면 반쪽입니다. 우리 하루 전 삶으로 확산되어 성찬례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주님과 하나되어 살아있는 성체로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정말 성체를 공경하는 이들은 살아있는 성체인 형제를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래야 비로소 성체신심의 완성입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 200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반포한 회칙 그대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힘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몇가지 성찬례의 고마움을 나눕니다. 너무나 끝없이 깊어, 나누는 내용은 그 일부일뿐입니다. 마치 바다 같은 넓이와 깊이에서 퍼올리는 몇컵의 생명수같은 내용입니다.

 

첫째. 회개와 배움의 성찬례입니다.

이 거룩한 성찬례 시간은 회개와 배움의 시간입니다. 내 죄를 회개하고 주님 사랑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이런 자세는 하루 전삶으로 파급됩니다. 성찬례를 통한 끊임없는 회개와 배움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여 날로 주님을 닮게 합니다. 평생, 죽을 때까지 회개하는 삶, 공부하는 삶을 살게 합니다. 늘 새로운 시작의 새 하늘과 새 땅의 파스카의 삶을 살게 합니다.

 

둘째, 기억과 감사의 성찬례입니다.

성찬례는 과거 구원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화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오늘 성찬례를 통해 현실화되고 오늘은 영원이 됩니다. 그리하여 기억과 감사로 바치는 성찬례의 은총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의 두려움을 없애니 그대로 살아 계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이미 2천년전 오늘 제2독서 코린토 1서 말씀안에 성찬례 말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얼마나 뿌리 깊은 전통의 가톨릭 교회인지요!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ever old, ever new)’ 미사은총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2천년전과 똑같은 파스카 예수님께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지금 여기 현존하셔서 당신 사제를 통해 친히 성찬례를 집전하십니다. 참으로 놀랍고 놀라운, 영원한 현재의 구원을 살게 하는 성찬례 은총입니다.

 

셋째, 섬김과 나눔의 성찬례입니다.

성찬례의 영성은 섬김과 나눔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대로 파스카 예수님께서 미사를 집전하는 장면을 상징합니다. 황량한 광야인생중에 지친 이들이 흡사 생명의 샘터이자 오아시스인 주님을 중심으로 모인 형국입니다. 보십시오! 예수님의 모습은 그대로 섬기는 모습으로 계시됩니다. 온전히 우리를 섬기러 오신 참 겸손한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필요한 이들에게는 병을 고쳐주신후 본격적으로 빵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그대로 미사로 하면 전반부 말씀전례같습니다. 말씀을 경청하면서 이미 시작된 영육의 치유가 성체를 모심으로 완결될 것입니다. 복음 후반부 나눔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마치 인류의 영원한 꿈인 대동사회大同社會, 하늘 나라의 실현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세상을 지향하는 성찬례입니다. 아, 이런 파스카 잔치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바로 하느님이 꿈꾼 세상이요 예수님을 통해 현실화된 하늘나라의 꿈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거룩한 과제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 하늘의 빵인 성체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정말 큰 죄는 혼자서 먹고, 갖고, 누리는 독점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어려울 것도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 나부터 섬김과 나눔의 삶에 충실하면 바로 그것이 성찬례의 삶이요 하늘나라 꿈의 실현입니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되니 바로 이 거룩한 공동미사전례은총입니다.

 

넷째, 일치와 평화의 성찬례입니다.

성찬례의 빛나는 은총의 선물이 바로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일치와 평화라면 사람이 하는 일은 분열과 불화와 갈등입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데 작금도 계속되는 현실입니다. 나라든 가정이든 내적분열로 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작고 약해도 내적으로 일치와 평화의 상태에 있으면 누구도 다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진짜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고 분열을 조장하는 이들입니다. 참으로 내적일치와 평화를 증진시키는 성찬례의 은총입니다. 

 

사상누각, 모래위의 집이 아니라, 주님 바위 위에 일치의 공동체라는 집을 짓게 하는 성찬례의 은총입니다. 성찬례 미사가 아닌 도대체 세상 그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일치시킬 수 있겠는지요! 하느님의 자녀로 만들고 서로간 형제들로 만들 수 있겠는지요! 2017년 이날 대축일 미사때 프란치스코 감동적인 강론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성체성사는 추상적인 기억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대해 살아 있는 기억입니다. 예수님의 ‘영적 DNA’안에 새겨져 있는 성사입니다. 성체성사는 일치의 성사, 평화의 성사입니다. 이 일치의 빵(성체)이 다른 이를 지배하려는 욕망으로부터, 자기 자신만을 위해 독점하려는 탐욕으로부터, 불화를 조장하고 비난을 퍼뜨리려는 마음으로부터, 우리를 치유해 주시길, 또한 우리가 경쟁의식을 버리고, 서로 시기하거나 험담하지 않으면서 서로 사랑하는 기쁨을 주시길 빕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더욱 깊이 마음에 와닿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활짝 계시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이 거룩한 성찬례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성찬례의 삶을 살게 하며 날로 주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끝으로 2007년 써놓고 애송했던 “온 세상 제대로 삼아” 자작시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아침마다 미사를 드리신다.

 

불암산佛巖山 가슴 

활짝 열고

 

온세상 제대로 삼아

모든 피조물 품에 안고

미사를 드리신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신

둥글고 커다란

찬란한 태양 성체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가슴마다 

태양 성체 모시고

태양 성체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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