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거룩하고 슬기로운 삶-2019.8.30.연중 제21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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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30.연중 제21주간 금요일                                                                       1테살4,1-8 마태25,1-13

 

 

 

“깨어 있어라!”

-거룩하고 슬기로운 삶-

 

 

 

새벽 집무실 앞 돌층계를 내려가다 넘어져 크게 다칠번 했습니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위험하듯 삶도 그러함을 깨닫습니다. 깨어있어라는 강론을 준비했는데 순간 깨어있지 않아 넘어진 것입니다. 순간 떠오른 말이 불가의 사자성어 조고각하(照顧脚下), ‘발밑을 보라’입니다. 멀리 보지 말고 가까이 오늘 지금 여기 제자리에서 깨어 살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습니다. 봄의 때가 있으면 여름의 때가 있고, 여름의 때가 있으면 가을의 때가 있고, 가을의 때가 있으면 겨울의 때가 있습니다. 젊음의 때가 있으면 늙음의 때가 있고, 탄생의 때가 있으면 죽음의 때도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꽃필때가 있으면 열매 맺을 때가 있고,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 때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이 때를 아는 것이 지혜요,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인내의 믿음이요 겸손입니다. 

 

어제 처음으로 밤나무 밑에서 밤알을 주었습니다. 밤나무를 보니 벌어진 밤송이들이 있어 얼마동안은 밤을 주울 것 같습니다. 열매 익어가는 가을이요 추석이 점차 가까워짐을 알립니다. 이런 때의 변화는 너무나 자명하여 누구나 인정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합니다. 언제 사고가 나고 병이 날지, 주님이 결정적으로 오실 날은 언제일지, 또 죽음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깨어 있어라!”

 

결론은 모든 때에 답은 “깨어 있어라!” 이 한 말마디뿐입니다. 우리 한 수도형제의 종신서원 상본의 성구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수도승다운 우선적 덕목이 깨어 있음입니다. 수도원 성전 뒷면 양쪽의 올빼미 사진의 눈도 바로 ‘깨어 있어라’는 말없는 가르침을 줍니다. 제의방 성모자상 옆의 핀란드 흰 올빼미 상의 눈도, 또 제 집무실 책상 앞 오른쪽 흰올빼미 상의 눈 역시 ‘깨어 있어라’는 말없는 가르침을 줍니다.

 

깨어있음은 기도입니다.

깨어있음은 순수입니다.

깨어있음은 지혜입니다.

깨어있음은 겸손입니다.

깨어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있음은 은총입니다.

깨어있음은 개방입니다.

깨어있음은 현존입니다.

깨어있음은 영원입니다.

깨어있음은 생명입니다.

깨어있음은 사랑입니다.

깨어있음은 충만입니다.

깨어있음은 기쁨입니다

깨어있음은 빛입니다.

깨어있음은 기다림입니다.

깨어있음은 그리움입니다.

 

깨어있음의 은혜는 끝이 없습니다. 진공상태의 깨어있음이 아닙니다. 텅 빈 충만의 깨어 있음입니다. 사랑의 주님의 현존 가득한 깨어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깨어있을 때 깨끗한 마음이요 이어지는 깨달음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끊임없는 기도가 목표하는 바도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사유하는 사람이요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무사유에 기생하는 악입니다. 악의 평범성이요 악은 디테일 안에 있습니다. '기생충'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특징은 무사유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무사유에 기생하는 악이요, 하여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결국은 악에 희생됩니다. 어제 세례자 죽음에 관한 강론중 복음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미쳤다 했는데 모두 악의 하수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이지만 잘못 미치면 폐인廢人입니다.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제대로 미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수행입니다. 인생광야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잘 살면 성인도 될 수 있지만 잘못 살면 괴물도, 폐인도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전개되는 사회 현실을 볼 때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미칠 ‘광狂’자가 들어가는 말들도 생각납니다. 광분, 광풍, 광신, 광기, 광란, 광인 이래서 사람이 무섭고 두려운 것입니다.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깨어 있어라!”

미칠 ‘광狂’에 대한 답은 이 하나뿐입니다. 깨어 살기 위해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공동성무일도 수행에 정진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평생 주님의 전사,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깨어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들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하느님을 기다릴 때, 하느님을 그리워할 때, 저절로 깨어있게 됩니다. 막연한 깨달음이 아니라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기다리며 그리워할 때 깨어 있게 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죄가 없어서 보다는 사랑할수록 깨끗한 마음이요 이 때 하느님을 봅니다. 마음이 깨끗할 때 깨어있게 되고 이어지는 은총의 깨달음입니다. 그러니 이런 깨끗한, 깨어있는, 깨달음의 영혼들에게는 애당초 악이 기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래야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습니다.

 

수도원 정문을 지날 때 마다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이란 글귀가 새겨진 바위판 아래 네 개 벽돌에 쓰여진 성구를 읽게 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래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이요 깨어있는 삶입니다. 옆 바위판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에 대한 답인 “기도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운동하라.”역시 깨어 있음을 위한 필수적인 수행입니다. 참으로 깨어있을 때 깨끗한 마음, 깨달음에 내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열처녀의 비유가 목표하는 바도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처럼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하루하루 깨어있는 삶중에 축적되어 가는 영혼 등잔의 신망애 기름입니다. 언젠가 갑자기 준비하면 늦습니다. 신랑이신 주님이 오시는 데 영혼 등잔에 기름이 떨어진 어리석은 처녀들의 당혹감은 얼마나 컸겠는지요. 평상시 사랑 실천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반석위에 인생 집짓는 삶이었다면 이런 낭패를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자.”

 

바로 성녀 젤투르다의 임종어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신랑인 주님이 도래했을 때 등잔에 선행의 기름 가득하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입장했는데 기름 구입하러 갔던 어리석은 처녀들은 입장이 좌절되었습니다. 삶의 기름인 신망애의 삶은 도저히 돈을 주고 살 수도, 또 누구에게 빌릴 수도 없는 평생 우리 각자가 하루하루 깨어 축적해 가야할 하늘에 쌓아 놓은 보물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처녀들에 대한 주님의 반응입니다. 천국을 상징하는 혼인잔치의 문은 닫혔고 입장이 좌절된 어리석은 처녀들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얼마나 절망적인 선언인지요! 주님을 알고 나를 아는 깨어있는 삶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무지에 대한 답도 깨어있는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바오로 사도 말씀의 주제는 선명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거룩한 삶의 촉구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참으로 깨어 거룩하게 살 때 저절로 불륜을 멀리할 것이며 사람을 색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격으로 존중할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주님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준비하는 ‘깨어 있는 삶’, ‘정결하고 거룩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깨어있는 삶이 바로 슬기롭고 거룩한 삶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도 영원히 ‘낡지 않는, 부패하지 않는, 무지의 악이 기생할 수 없는 거룩하고 슬기로운 깨어 있는 삶입니다. 바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하며, 깨어 거룩하고 슬기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이런 우리 의인들에게 쏟아지는 다음 화답송 시편의 축복입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 찬송하여라.”(시편97,1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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