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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10.연중 제10주간 수요일                                                   열왕기상18,20-39 마태5,17-19

 

 

 

하느님의 전사

-기본에 충실한 삶-

 

 

 

800km 2000리 산티아고 순례여정중 잊지 못할 추억은 전혀 순례길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힘껏 걸었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언제 어디서든 매일 강론을 써서 아이패드를 통해 수도원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어 도반형제와 미사를 봉헌하고 새벽 5시 넘어 어둠중에 이마에 헤드랜턴을 하고 순례길에 올라 오전 내내 걸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출발할 때는 마치 전장에 출전하는 주님의 전사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걸었을 때는 80리 32km 오후 2시쯤 하루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참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신기했던 것은 최종 목적지 주님의 집 산티아고 대성전에 가까워질수록 뛰다시피 할 정도로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많이 되뇌었던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 나는 몹시 기뻣노라” 시편 구절이었습니다.

 

객지에서 공부하던 시절 어머니 계신 고향집에 가까워질수록 역시 뛰다시피 빨랐던 발걸음도 생각납니다. 지금의 처지가 비슷합니다. 80평생을 한 생애로 계산하여 인생 경주로 생각한다면 거의 막바지의 최종 목표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즈음 더욱 마지막 전력질주할 때임을 느낍니다. 죄지을 시간이 없습니다. 때로는 밥먹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이, 노는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습니다. 넘어지거나 주저앉거나 다치거나함이 없이 힘껏 달려 마지막 목표지점에 도착할 때 비로소 주님의 전사로서 영적 승리의 삶일 것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서 새삼 생각하는바 삶의 바탕이 되는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여 강론 제목도 ‘주님의 전사-기본에 충실한 삶’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기본에 충실한 분을 많이 만납니다. 특히 예수성심자매회 회원들을 보면 거의가 얼마나 가정생활에, 부부생활에 충실한지 모릅니다. 바로 이런 기본에 충실한 삶이 바로 영적 삶의 진정성을 입증합니다. 

 

어제는 수도형제를 통해 주문했던 ‘수덕신비신학’이란 책을 받았습니다. 수덕의 바탕위에 신비요 수행의 바탕위에 관상입니다. 수덕, 수행의 바탕이 없는 영적 삶은 말그대로 사상누각, 모래위의 영적 집일 것입니다. 하여 불가의 삼학三學의 순서도 계정혜戒定慧입니다. 계율을 충실히 지킬 때 마음의 고요와 깊이의 안정이 있고 여기서 피어나는 은총의 지혜라는 것입 니다. 흡사 우리 영적 삶의 정화-조명-일치의 단계와도 흡사합니다. 탐진치貪瞋癡의 인간을 다스리는 데에 철저한 계율 준수의 수행이 우선임을 봅니다. 하여 방장 큰 스님이 있는 불가의 대찰에는 율원律院, 강원講院, 선원禪院이 구비되어있습니다.예전 수도원 초창기 아빠스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영성이전에 기본부터, 일상의 상식이나 양식부터 충실하라. 어줍잖게 묵상하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풀이나 뽑아라.머리만 깎으면 도사인가. 내 당신들을 아는데---. 기본도 되지 않고 무슨 영성생활이라고---기본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되어 있어 야지.”

 

기본도, 기초도 부실한 영적 삶의 폐단을 지적한 것입니다. 분도회 영성의 특징도 기도와 성독과 일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기본에 충실한 삶위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문득 어느 타계한 유명 정치인이 생전 묘비명을 물었을 때, “잘 놀다 간다”라는 대답의 인터뷰에 참 기발한 묘비명이라 생각하며 웃었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치열하게 살되 잘 놀다가는 기분으로 기도도 성독도 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선배 수도사제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제가 전사라는 말마디를 맨 처음 알게된 것도 ‘평화의 전사’인 분도회 수도승이 되어야 한다는 그분의 글에서입니다. 그 신부님은 당신을 찾아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냐의 수도자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답하셨다 합니다.

 

“규칙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면 규칙이 날 지켜줍니다. 아주 평범하나 자명한 진리입니다. 살아갈수록 일상의 기본과 기초가 되는 규칙에 충실한 삶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안에 숨어있다 합니다. 지도자는 디테일이 강해야 한다 합니다. 아주 섬세하고 자상하며 주도면밀周到綿密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충, 얼렁뚱당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의 이해는 자명해집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단호한 예수님이신지요. 율법은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으로 깊이 보면 사랑의 율법입니다. 예수님의 율법 사랑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율법의 어떠한 세부 사항도 소홀히 다뤄선 안된다는 것입니다.사실 정말 하느님을 이웃을 사랑한다면 어느 율법하나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디테일에 강할 수뿐이 없습니다. 내적 무너짐은 아주 작다 생각되는 것을 소홀히 할 때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전사, 예수님이야말로 참으로 디테일이 강한 분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이 참으로 매사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좀 그렇습니다만 기본基本이나 본질本質이란 한자는 일본日本말이고 기본이 강한 일본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늘 나라는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됨을 봅니다. 누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요, 가장 큰 자입니까?

 

바로 계명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그렇게 가르치는 자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요,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평범 자명한 진리이지만 너무 잘 잊고 지내는 우리들입니다. 이러면 됐다가 아니라 늘 기본으로 돌아가 언제나 초보자의 수행자 정신으로 살아야 함을 봅니다. 이런 수행의 여정과 함께 가는 깨달음의 여정입니다. 

 

예수님은 물론이고 제1독서 열왕기상권의 엘리야 또한 하느님의 전사입니다. 하느님의 전사이자 예언자인 엘리야와 바알 예언자 450명과의 결전에 승리한 엘리야입니다.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 사백오십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인 엘리야는 참으로 기본에 충실했던 분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주저없이 ‘기본의 승리’, ‘믿음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주님!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거듭된 엘리야의 간청에 하느님은 응답하시어 엘리야에 승리를 안겨 줬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비굴하고 비겁했던 백성들도 얼굴을 땅에 대고 부르짖으며 고백합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전투지만 얼마나 피말리는 상황이었는지요. 그러나 엘리야의 영적전쟁은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우리 역시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 우리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본에 충실한 주님의 전사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진리로 저를 이끄소서.”(시편25,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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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6.10 08:39
    "살아갈수록 일상의 기본과 기초가 되는 규칙에 충실한 삶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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