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 -하루하루, 한결같은 삶-2021.7.9.연중 제14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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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9.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창세46,1-7.28-30 마태10,16-23

 

 

 

‘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

-하루하루, 한결같은 삶-

 

 

 

“주님만 바라고 선을 하라, 

네 땅에 살면서 태평을 누리리라.

 

네 즐거움일랑 주님께 두라, 

네 마음이 구하는 바를 당신이 주시리라.

 

네 앞길 주님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주시리라.”(시편37,3-5)

 

화답송 시편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요즘 곳곳에 현대 사회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띕니다. 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주 묻게 됩니다. 멀리 밖에서가 아닌 가까이 나부터 깨어 실천해야 합니다. 몇가지 눈에 띈 기사 제목입니다.

 

-“기술에 포획된 세계를 묻는다”

“평온함이 아닌, 열정을 지닌 노년”

“늙어가는 삶이 아니라 익어가는 삶”

“탄소 줄이려면 당장 육식 자제”

“돼지나 소나 죽으러 오는 거 다 알지. 피 냄새가 나거든. 소들은 눈물을 흘려”-

 

어느 작가의 글도 좋은 깨우침을 줍니다.

 

-“언젠가 ‘꼰대말고 꽃대’라는 글을 쓴 것도 자기 인생을 조금은 다르게 살 줄 아는 용기를 발휘하자는 것이었다. ‘꽃’은 젊은 세대의 몫이고, 50+신중년 및 노년 세대가 젊은 세대인 꽃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받쳐 주는 ‘꽃대’가 되자는 것이다. 괜찮지 않은가? 꼰대와 꽃대는 한 끗 차이지만 사는 모습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나는 늙어가는 삶이 아니라 익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

 

‘통닭구이’(김옥종)라는 시도 생각납니다.

 

-“나는 늙어 가는 데

너는 익어 가는구나

내 생도 한 번 쯤은

감칠맛 나게 뜯기고 싶다”-

 

어떻게 하면 늙어가는 삶이 아니라 익어가는, 둥글게 익어가는 가을 열매처럼 원숙圓熟한, 둥근 삶, 둥근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둥글게 익어 원숙한 삶을 살라고 둥근 성체, 둥근 해, 둥근 달, 갖가지 둥근 열매들입니다. 어제 한 자매가 들려준 일화도 감동적이라 소개합니다.

 

“15년전 1000원 주고 산 행운목이 15년만에 꽃을 피웠어요! 향기가 거실에 가득합니다. 관음주도 10년만에 꽃을 피기 시작하여 무슨 길조吉兆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흡사 고목古木에 싹이 난듯한 행운목幸運木을 선물 받아 1-2년 키우다 버린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행운목이 꽃을 피다니! 정말 경이驚異로웠습니다. 즉시 화답했습니다.

 

“자매님은 행운목보다 더하네요. 26년 동안 한결같이 수도원 봉사하며 살았는데 초등학생 어린 아들들은 이제 결혼하여 손주도 두었으니 자매님 행운목 나무에 꽃이 핀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제 주변에 하루하루 한결같은 삶을, 늙어가는 삶이 아니라 둥글게 익어가는 원숙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어제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수도원에 피정 온, 수년동안 새벽마다 제 강론을 읽으며 15명에게 퍼 나른다는 자매를 만났습니다. 둥글고 선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믿음으로, 말씀으로, 한결같은 삶을 살기에 고달프고 힘든 삶이지만 웃음띈 얼굴이 참 둥글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 하루하루 한결같은 삶,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모범이 진짜 행운목 노년 인생이 이스라엘이라 명명된 야곱입니다. 행운목 야곱의 꿈이 마침내 활짝 꽃으로 피어났으니 바로 요셉과의 극적 만남입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야곱의 축복인생입니다. 감동적인 창세기 제1독서 마지막 장면입니다.

 

-‘요셉은 그를 보자 목을 껴안았다. 목을 껴안은 채 한참 울었다. “내가 이렇게 너의 얼굴을 보고 네가 살아 있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기꺼이 죽을 수 있겠구나.”-

 

어떻게 하면 우리 행운목 인생나무에 하느님 꿈이 활짝 꽃으로 피어난 삶을 살 수 있을런지요. 바로 야곱처럼 하루하루 깨어 주님을 향해 한결같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바로 창세기 제1독서 서두에서 요셉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를 향해 떠나는 야곱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멋집니다. 한결같이 충실히 하느님을 섬기는 영원한 청춘의 야곱입니다. 

 

‘그는 브에르 세바에 이르러 자기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다. 하느님께서 밤의 환시 중에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 “야곱아! 야곱아!”하고 부르시자.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네 아버지의 하느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가겠다.”’

 

늘 깨어 하루하루 한결같이 하느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잘 살아 온, 잘 익어간 야곱의 평생 삶임을 깨닫습니다. 야곱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하느님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시기에 우리 역시 야곱처럼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꿈 활짝 꽃으로 피어내며 행운목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에 대한 지침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주십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 당대처럼 절박한 박해 상황은 아니어도 예나 이제나 믿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는 순교영성의 시대이자 영전전쟁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생존경쟁生存競爭, 약육강식弱肉强食,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이리 떼 세상 한 복판에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사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영이, 늘 함께 하시는 주님께서 도와 주십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두려울 것 없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불안할 것 없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걱정할 것 없습니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 봉우리로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박3,19)

 

그러니 이런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온 힘을 다해 견뎌내는, 버텨내는 인내의 행운목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이 말씀 꼭 간직하고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행운목이 되어 하늘 나라 꿈을 꽃피어 내며 살게 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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