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9.목요일 성 미카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다니7,9-10.13-14 요한1,47-51
참 고마운 천사들
-하느님의 심부름꾼들-
어제 베네딕도 규칙에 대해 금요강론을 준비하는 도중 다음 글귀로부터 깊은 깨달음과 더불어 위로와 평화를 받았습니다.
“신자와 비신자를 구별하는 것은 고통들이 아니라, 이들 고통들을 향한 그들의 자세이다.”
신자들도 비신자들과 같이 똑같이 고통을 받지만, 고통에 대한 자세가 판이하다는 것입니다. 수도원에 산다해도 고통이나 죽음 역시 비켜가지 않습니다. 다만 주님의 은총으로, 천사의 도움으로 이 고통들을 파스카의 삶으로 승화시킴으로 구원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병고나 온갖 시련도 은총이 될 것이며 결국은 다 좋게 잘 될 것입니다.
얼마전 “20년전 당시 수사님의 모토는 ‘하루하루’에 ‘종신불퇴’였지요.”라는 수도형제의 말에, 불연듯 지금은 “한결같이” “영적승리” 둘을 더 추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성 미카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입니다. 로마 전례력에서는 성 미카엘과 성 가브리엘과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을 지냅니다만 우리 수도승 전례력에서는 대천사와 수호천사를 이날 함께 경축합니다. 대천사의 소임과 관련된 이름도 은혜롭습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 같은가?”라는 뜻이고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권세”라는 뜻이며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뜻입니다.
이런 대천사들외에도 무수한 천사들이 있고 각자를 보호하는 수호천사들이 있습니다. 참 고마운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며 전령인 천사들임을 깨닫습니다. 바티칸 공의회 이전 미카엘 천사는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대천사로 존경을 받았으며 다음 기도문도 바쳤습니다. 수호천사께 바치는 기도와 미카엘 대천사께 바치는 기도가 좋아 소개합니다.
“언제나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오늘 저를 비추시고 인도하시며 다스리소서. 아멘.”
“성 미카엘 대천사님,
싸움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오! 하느님, 겸손되이 하느님께 청하오니
그를 감금하소서.
그리고 천상군대와 영도자시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탄과 모든 악령들을 지옥으로 쫓아버리소서. 아멘.”
대 영성가 토마스 머튼도 늘 수호천사 상본을 지니고 다녔다 합니다.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라 할 수 있는 수호천사와 수호성인을 좌우에 모시고 있다는 신심은 큰 영적 유익이 될 것입니다. 그대로 하느님 자비의 현존이 수호천사에 수호성인입니다. 천사에 대한 교회의 공적 가르침(가톨릭교리서328-336)도 참 좋습니다.
1.성경이 보통으로 천사라고 부르는,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인 것들의 존재는 신앙의 진리이다.
2.천사는 본성이 아니라 직무를 가리킨다. 그 본성은 영이고 직무는 천사다. 존재로서는 영이고 활동으로는 천사다.
3.순수한 영적 피조물인 천사들은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인격적인 피조물들이며, 죽지 않는 피조물들이다.
4.그리스도께서는 천사 세계의 중심이시다. 천사들은 그분께 속한다.
5.그들은 창조때부터 구원 역사의 흐름을 따라, 줄곧 구원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알리고, 이 구원 계획의 실현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
6.사람이 되신 ‘말씀’의 생애는 강생부터 승천까지 천사들의 경배와 봉사에 싸여 있다.
7.그리하여 교회는 삶의 모든 면에서 천사들의 신비하고 능력있는 도움을 받는다.
8.전례 안에서 교회는 천사들과 하나되어, 하느님을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하고 찬미한다.
9.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
교회의 공적인 가르침도 고맙고 참 좋은 천사들도 고맙습니다. 지금도 만 2년전 2020.9.29.일 바로 오늘 대천사 축일날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중 기적같이 살아난 은총의 사건을 잊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대천사 성 미카엘을 통해 살려 주셨다는 믿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당시는 너무 평온했기에 대형사고인줄 몰랐다가 후에 설명을 듣고야 알았고 크게 놀랐습니다. 사고당시 생각난 것은 내일 강론과 미사걱정이었습니다만, 전혀 지장없이 강론도 썼고 미사도 봉헌했습니다.
하느님 찬미와 하느님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한 신자 역시 천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또한 저에겐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입니다. 참으로 잊지 못할 어제의 두 깨달음입니다. 병원 진료차 외출했을 때 저의 행보를 염려해준 지인이 함께 해주며 큰 도움을 준 순수한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시종일관 경청하며 시중들며 함께 해주는 모습에서 천사를 연상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언급한 하느님의 세 특성, 가까움, 연민, 부드러움이 반영된 모습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병원진료가 늦어져 저녁 늦게 도착하여 끝기도때 일찍 성전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밖에 나왔을 때 방도 휴게실도 주방도 불빛 하나 없는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완전히 죽음의 침묵이 덮은 듯 했습니다. 후에야 오늘이 친교의 날임을 깨달았고 아랫집 TV방에 가보니 형제들이 있었고 비로소 마음이 안정됐고 잠시 머물다 올라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순간 바로 사람이 빛임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만 빛이 아니라 좋은 사람 역시 하느님의 빛을 반사하는 빛이란 것입니다. 사람이 있고 하느님도 천사도 있지, 사람이 없는 하느님은, 천사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건물이라해도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공허하고 쓸쓸하겠는지요!
아무리 애완견, 반려견이 좋다해도 어찌 사람에 비할 수 있겠는지요! 사람아닌 무엇과 깊은 소통이, 영적 우정이 가능하겠는지요? 참 좋은 사람은 빛같은, 별같은 존재로 그가 죽거나 사라지면 세상은 그만큼 어둠이 짙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들인 빛이자 천사같은 좋은 사람들을 참으로 귀히 여기고 아껴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 별들이 있고 땅에 꽃들이 있듯이, 하늘에는 천사들이 있고 땅에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천사들에 에워싸여 있는 천상의 하느님이 계시고, 사람의 아들같은 이가 그분께 인도되니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다음 다니엘의 예언은 그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교회를 통해 서서히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바로 오늘 복음은 이런 예수님과 나타나엘의 감동적인 만남을 보여줍니다. 빛과 빛의 만남이요, 참사람과 참사람의 만남이요. 천사와 천사의 만남같습니다. 두분의 만남으로 주변이 환해진 느낌입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이십니다.”
거짓이 없는 참사람 나타나엘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아본 예수님이요 역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의 예수님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본 나타나엘입니다.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천사들의 천사가 바로 예수님입니다. 바로 다음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예수님이 하늘길이자 하늘문임을, 하느님과 부단히 소통하는 천사들중의 천사인 예수님이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모시는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빛이되고 주님 찬미의 사람이 되고 주님 심부름꾼이 되어 주님의 천사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