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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4.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에즈6,7-8.12ㄴ.14-20 루카8,19-21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삽시다

-사랑이 답이다-

 

 

 

아침 성무일도 찬미가 첫연이 참 아름답습니다.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입니다. 

 

-“누리는 산뜻이도 빛나는 도다/새벽의 빛향기는 상쾌하여라

누리의 온갖 것과 모든 사물이/오색빛 색색으로 밝아져오네”-

 

한 밤중 떠오른 강론 제목은 ‘신나게, 차열히, 기쁘게 삽시다-사랑이 답이다’입니다. 저는 강론 제목을 참 중시합니다. 제목에 메시지의 핵심이, 제 다짐과 고백이, 결의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첫날 강론부터 사랑이 주제였습니다. 정말 ‘생각이 없다’, ‘열정이 없다’, ‘영성이 없다’, 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악은 바로 이런 상태에 말없이 슬며시 들어와 기생하며 암세포처럼 퍼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 자주 늘 피정 강의 때 마다 강조하는 예가 있습니다. 요즘 참 많이 사용하는 말마디중 하나가 '여정旅程'입니다. 삶은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사랑의 여정, 믿음의 여정, 회개의 여정, 순종의 여정, 자유의 여정 등 끝이 없습니다. 이 삶의 여정중에 과연 나는 오늘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내 한 생애를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했을 때 과연 오전입니까 오후입니까? 6시 죽음의 해가 지는 오후라면, 오후 몇시 지점에 와 있겠는지요? 내 한 생애를 인생사계, 한해로 압축했을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는지요? 

 

이런 자각이 분발하여, 쏜살같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중에도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사랑하며 살게 합니다. 어제 고백성사때 준 보속을 잊지 못합니다. 이건 비밀이 아니라 공개합니다. 모든 고백 수녀님들께 피정 끝나는 날까지 1.기쁘게, 2.평화롭게, 3.감사하며, 4.사랑하며, 5.행복하게 사시라는 다섯 사항의 보속이었습니다. 

 

아니 피정 기간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이렇게 사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얼마전 자신을 추슬러 다잡기 위해 써놓은 ‘치열한 삶’이란 글이 생각납니다. 

 

-“치열하기가/흡사 산불같다

마라톤할 때도/갈수록 속력을 냈던 나

산티아고 순례 때/갈수록 나르듯 빠르게 걸었던 나

누군가는 말했지/‘한 번 불븥으면 막을 길 없다’는 나라고

세월흘러/나이들어갈수록/날로 밝게 치열히

주님 향해/불타오르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800km, 2000리 산티아고 순례시 걸을수록 힘이 나 산티아고 대성전 목표지점에 이를 때까지 나르듯 기쁘게 걸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되뇌었던 시편 짧은 기도가 바로 화답송 첫구절 시편, “주님의 집에 가자 할 때, 나는 몹시 기뻤노라’라는 구절이었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운 귀천이란 시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 세상 휴가 끝내는 날 하느님께 갔을 때 과연 내 인생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는지요? 아니 내 인생 참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며 감사하게 임종할 수 있겠는지요? 이래서 하루하루 갈수록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더욱 사랑하며, 부지런히, 열심히, 성실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습니까?

 

사랑입니다. 우선 첫 순위로 하느님 사랑입니다. 마음을 다해, 목숨을 다해, 정신을 다해,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측면에 걸쳐 사랑을 권합니다.

 

첫째, ‘하느님의 집’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저절로 하느님의 집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이번 피정지도차 수도원을 떠난 지도 거의 열흘이 다 되어갑니다. 1년이상 치료차 수도원에 거주하고 있는 손님 사제로부터 어제 문자 메시지를 받고 행복했습니다. 

“신부님이 안계시니까 수도원이 텅 빈 것 같습니다.” 

저를 사랑하기에 이런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집에 사랑하는 하느님이, 성모님이 계시지 않으면 정말 텅 빈 집같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십시오. 유배지에서 귀환하자마자 실행한 것이 하느님의 집 건축이 아닙니까? 얼마나 공동체의 중심인 하느님의 집을 사랑하는 지 깨닫습니다. 돌아온 유배자들은 하느님의 집에서 파스카 축제를 지냈고, 사제들과 레위인들은 일제히 자신을 정결히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에 이어 다리우스 임금까지 전폭적으로 하느님의 집을 짓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새삼 하느님의 집은 믿는 이들뿐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사랑 받아야 할 집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수녀원이 바로 하느님이 계신 하느님의 집입니다.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집인 수녀원을, 수도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수녀원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가 매일 공동 시편전례와 미사전례가 거행되고 있는 하느님의 집, 성전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하느님의 집은 물론 하느님의 집에서 거행되는 하느님의 일인 공동전례기도를 사랑할 것입니다.

 

문득 모닥불의 이치가 생각납니다. 장작도 혼자 타면 얼마 못가 꺼집니다. 물에 젖은 나무라면 아예 처음부터 불붙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함께 모닥불이 되어 타면 심지어 물에 젖은 나무도 끝까지 활활 재가 될 때까지 탈수 있습니다. 바로 공동전례기도가 모닥불의 이치와 똑같습니다. 그러니 개인기도에 앞서 하느님의 집에서의 하느님의 일인 공동전례기도를 사랑하여 충실히 참여하는 것입니다.

 

둘째, ‘하느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저절로 하느님 말씀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환호송도 은혜롭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은 행복하여라.”(루카11,28).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킬 때 참 행복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살아있으며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영이요 생명이요 빛입니다. 바로 이 하느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자체인 예수님은 물론 성경 말씀 모두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래서 렉시오 디비나의 항구한 수행입니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관상하고’로 끝나는 렉시오 디비나가 아니라, ‘행하라’에서 끝납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말씀을 실행할 때 비로소 렉시오 디비나의 완성입니다. 하느님의 집 공동체의 중심에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파스카의 예수님은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이르십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세례 받았다 하여, 전례기도 참석 잘 한다하여 예수님의 형제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할 때 비로소 주님의 형제들이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항구히 듣고 실행할 때 예수님과의 형제애도 우애도 깊어집니다. 

 

여기서 내 어머니는 바로 마리아 성모님을 지칭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함의 으뜸은 바로 마리아 성모님이십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드님, 마리아 성모님을 닮은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성모님의 수태고지때 순종의 응답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지기를 바랍니다.” 고백대로 마리아 성모님은 참으로 하느님 말씀을 잘 들은 ‘경청(傾聽,敬聽)의 어머니’이자 잘 순종한 ‘실행實行의 어머니’이심을 깨닫습니다. 

 

셋째, 하느님의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저절로 하느님 자녀들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니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고, 서로는 형제가 됩니다. ‘인간답게’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답게’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이들은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고, 하느님의 자녀들인 형제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자녀들인가는 바로 하느님 사랑과 형제 사랑으로 입증됩니다. 또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형제 사랑으로 입증됩니다. 하여 주님은 너희는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명령하셨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다음 요한복음의 두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안에 머물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사랑이 답입니다. 정말 살아갈수록 신나게, 치열히, 기쁘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살 때 아름답고 품위 있는 매력적인 삶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마음을 다해, 목숨을 다해, 정신을 다해,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1.하느님의 집을 사랑하는 것이고, 2.하느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것이며, 3.하느님의 자녀들인 형제들을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지칠줄 모르는 사랑에 항구할 수 있도록 풍성한 사랑을 선물하십니다. 오늘 미사중 본기도가 오늘 강론을 요약합니다.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19.09.24 08:31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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