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심판의 잣대 -경천애인敬天愛人의 거룩한 삶-2020.3.2.사순 제1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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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2.사순 제1주간 월요일                                                       레위19,1-2.11-18 마태25,31-46

 

 

 

최후 심판의 잣대

-경천애인敬天愛人의 거룩한 삶-

 

 

 

어제처럼 주일미사를 아침 7시 하기는, 또 일반 신자들 없이 수도형제들만 하기도 수도원 설립이후 처음있는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요즘 방문객이 거의 없는 정적靜寂한 분위기의 수도원입니다. 마침 사순시기와 더불어 시작된 ‘코로나 19’사태에 삶의 환상은 말끔히 걷히고 기도와 회개등 삶의 본질적 측면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성체로 하루살이처럼 살다가 요즘 너무 슬퍼요. 영상미사보고---”

-“요즘 미사도 없어져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생활!?”-

 

미사없는 삶의 허전함을 호소하는 자매들의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삶의 본질을 즉 경천애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투명히 보여주는 미사입니다. 거룩한 삶은 비상한 삶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주 평범 자명한 경천애인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말씀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삶의 천’입니다. '천'인 직물(織物)은 직조로 만들어낸, 즉 날실과 씨실이 직각을 이루면서 짜여진 피륙을 뜻합니다. 날실의 세로줄과 씨실의 가로줄로 이루어진 천입니다. 날실의 세로줄과 씨실의 가로줄로 이루어진 천이듯 우리 삶의 천 역시 하느님 사랑의 세로줄인 날실과 이웃 사랑의 가로줄인 씨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나뉠 수 없이 하나가 된 경천애인의 삶이야 말로 온전한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레위기 말씀이 그대로 이런 ‘삶의 천’을 연상케 합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 온 교회 공동체에 속한 하나하나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생과제가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구체적 처방이 바로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웃 관계에서 ‘---안 된다’라는 구체적 금령이 무려 17회 나옵니다. 모두 삶의 천으로 하면 가로줄 같은 씨줄들의 금령입니다. 이 사이사이에 세로줄 같은 날실들의 주님과 관계된 말씀들입니다.

 

-“그러면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게 된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 이웃의 생명을 걸고 나서는 안된다. 나는 주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로 끝납니다.-

 

새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삶의 천으로 직조된  믿는 이들의 겅천애인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신 것처럼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라.’ 말씀하신후 17개의 구체적 금령을 나열하시는데 한마디로 이웃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삶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하나로 직조된 즉 경천애인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거룩한 삶은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고 이웃 사랑은 더욱 하느님을 경외하는 거룩한 삶을 열망하게 됩니다. 바로 이의 결정적 요약이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우리 ‘삶의 천’이 참으로 거룩하고 아름답게 직조되는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최후 심판에 관한 예언적 서술의 복음도 경천애인이 하나의 실재임을 보여줍니다. 최후 심판의 잣대는 그 무엇도 아닌 지극히 작은 자들에 대한 구체적 사랑 실천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도 많이 하고 거룩한 전례에 많이 참석하여 구원이 아니라 구체적 사랑 실천으로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1.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2.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3.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4.내가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5.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6.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25,34ㄴ-36)

 

과연 6개 항목중 실천되고 있는 항목은 몇이나 되는 지요. 이런 이들을 주님은 의인들이라 칭하며, 주님은 또 국적, 언어, 문화, 풍습, 종교, 성별 모두를 초월하여 곤궁중에 있는 이런 가장 작은 이들을 내 형제들이라 하며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바로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가게된 구원받은 의인들입니다. 반면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게 된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에 소홀했던 이들을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날마다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구원의 열쇠’가 되는 존재들인지 깨닫게 됩니다. 작은 사람 하나하나가 그대로 주님의 현존이요 거룩한 주님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거룩한 사람은 그대로 주님의 살아 있는 성체와도 같은 하나하나의 작은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은 거룩한 사람이 되어 구체적 작은 이웃을 하느님처럼 대하며 경천애인의 참삶을 살게 하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경천애인의 삶을 산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25,34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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