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0.사순 제2주간 화요일                                                        이사1,10.16-20 마태23,1-12

 

 

 

주님과 만남의 여정旅程

-경청傾聽, 회개悔改, 연민憐愍, 진실眞實, 겸손謙遜-

 

 

 

새벽 인터넷 검색중 스위스 출신의 저명한 한국학 1세대 학자인 마르티나 도이힐러(1935-) 박사의 인터뷰 기사중 한 대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빨리 옛 모습과 관습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참 잘 잊는 망각忘却도 병입니다. 인터넷 ‘검색檢索’보다는 독서를 통한 ‘사색思索’이 더욱 필요한 시대라는 어디선가 읽은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요즘 계속되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혼란이 참 큽니다. 말그대로 전쟁상태 같습니다. 이와 흡사한 매우 고약한 악성 영적 바이러스가 바로 무수히 떠 다니는 참 황당한 가쨔뉴스들입니다. 가짜뉴스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일탈한 사이비 종교, 지역 감정, 극단의 이념들 역시 유해한 전염성 높은 영적바이러스처럼 생각됩니다. 

 

이런 유해한 영적 바이러스들이 전염되어 고착되면 편견이나 광신병을 앓게 됩니다. 이런 유해한 영적 바이러스들을 뭉뚱그려 성서적 용어로 ‘더러운 영들’이겠습니다. 참으로 온갖 종류의 더러운 영들이 범람하는, 만연된 세상같습니다. 참 좋은 영적 면역력이, 분별력이 절실한 시절입니다.

 

이러한 더러운 영들 역시 무지無知에 기생합니다. 참으로 무지로부터 벗어나 영적 면역력을, 분별력을 좋게 하는 참 공부, 말씀 공부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어떻게 영적 면역력을, 분별력을 좋게 할 수 있을까요? 

 

답은 단 하나 주님과 만남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는 것입니다. 주님과 만남의 여정이 깊어갈수록 무지로부터 벗어나 영적 면역력, 분별력 좋은 삶에 참으로 자유로운 하느님의 자녀, 빛의 자녀가 될 것입니다.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미사 강론중 ‘머리로 하는 죄의 고백보다는 마음으로 하는 진정한 죄의 고백’에 대한 권고에 공감했습니다. 

 

어제 제1독서의 다니엘처럼 ‘머리에서 마음으로 돌아가(moving from the mind to the heart)’ 참으로 부끄러워하며 마음으로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래야 ‘하느님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touching God’s heart)는 것입니다. 분도 성인의 ‘제20장, 기도 때의 공경심에 대하여’ 주제중 나오는 다음 대목과 같은 맥락입니다.

 

“많은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의 순결함과 통회의 눈물로써 우리 간청이 들어 허락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참으로 고백성사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전례행위와 언행이나 글들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지도층의 제자들에게 주는 말씀이고 제1독서 이사야서는 소돔의 지도자들과 고모라의 백성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이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을 바탕으로 마음으로부터 주님과 만남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눕니다. 

 

첫째, 경청傾聽입니다.

마음의 귀로 들음으로, 즉 경청으로 시작되는 회개입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공감하며 듣는 것입니다. 잘 듣기위한 침묵이요 잘 들을 때 순종이요 겸손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늘 후회되는 것이 깨어 잘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분도 규칙은 물론 예언자들의 공통적 서두 말씀은 늘 ‘들어라’로 시작됩니다. 진정한 대화도 기도도 마음의 귀로 들음으로 시작됩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우리 하느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시작됩니다.

 

둘째, 회개悔改입니다.

경청에 이어 마음으로부터의 회개의 실천입니다. 바로 공정과 정의의 실천이요 빈자와 약자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입증되는 회개의 진정성입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내 눈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 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

 

순종의 회개로 응답할 때 축복이지만 거스를 때는 심판이 따를 것이란 엄중한 말씀이 뒤를 잇습니다.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이 땅의 좋은 소출을 먹게 되리라. 그러나 너희가 마다하고 거스르면, 칼날에 먹히리라.”

 

셋째, 연민(憐愍;compassion)입니다.

연민은 자비입니다. 자비는 하느님의 이름이요 얼굴입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은 물론이요 인간 전 존재에 대해 측은히, 가엾이, 불쌍히 여기는 깊은 연민의 사랑입니다. 위 회개의 구체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함양되는 연민의 사랑입니다. 최종 분별의 잣대도, 최후 심판의 잣대도 연민의 사랑입니다. 연민의 사랑의 무지의 병을 치유하여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넷째, 진실眞實입니다.

경청, 회개, 연민에 이른 이들은 진실합니다.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언행일치의 삶을 촉구하는 주님이요, 허영의 껍데기 삶이 아닌 진실의 알맹이 본질적 회개의 삶을 살 것을 명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내적으로 허할 때 외적인 것을 추구하는 허영의 본말전도의 삶입니다. 이런 허영 또한 무지의 병이 드러난 것입니다.

 

정말 주님과의 만남으로 속이 꽉찬 내공의 사람들은 영적 면역력이, 분별력이 좋아 허영이나 가짜뉴스, 사이비 종교의 더러운 영들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진실한 이들은 오늘의 복음의 일부 바리사이나 율사들처럼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외적으로 멋을 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윗자리나 높은 자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인사받기를 또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결코 외적인, 비본질적인 것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다섯째, 겸손謙遜입니다.

겸손한 이들이 참으로 매력적인 참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을 액면 그대로 공감하며 마음에 깊이 받아드리는 이들이 참으로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참으로 우리를 정신 번쩍들게 하는, 또 부끄럽게 하는 말씀입니다. 일체의 우상들이 배격됩니다. 하느님 앞에 만민평등의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이 말씀을 그대로 마음으로 사는 이들이 진짜 겸손한, 건강한 자존감과 자부심을 지닌 참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최종적으로 우리 모두 겸손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섬김의 사랑으로 표현되는 겸손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섬기는 사람, 겸손한 사람이 참으로 높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낮아짐으로 높아지는 섬김과 겸손, 이처럼 영적진리는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친히 우리 모두 주님과 만남의 여정중, ‘경청-회개-연민-진실-겸손’의 참사람되는 수행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내 주님, 내 기쁨은 당신 뜻을 따름이오니, 내 맘속에 당신 법이 새겨져 있나이다.”(시편40,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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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3.10 08:30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말씀으로 혼란한 세상속에서도
    빛과 소금의 참사람되는 수행에 충실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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