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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30.부활 제3주간 목요일                                                              사도8,26-40 요한6,44-51

 

 

 

구원의 여정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의 삶-

 

 

 

오늘도 어제처럼 강론 주제를 “구원의 여정”으로 정했습니다. 때로는 단순한 말마디가 치유의 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어제 마침 어느 지인으로부터 ‘구원의 여정’이란 제목으로부터 위로와 구원을 받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삶은 선물이냐 짐이냐? 제가 자주 피정자들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여러분 남편은, 아내는, 자녀는, 여러분 자신은 선물입니까 혹은 짐입니까?” 물으면 대부분 망설이다 선물이라 대답하기도 하고 짐이라 대답하기도 합니다. 

 

사실 살아갈수록 무거워지는 삶의 짐에, 삶의 무게에 힘들어 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어렸을 때는 몸이 에너지 덩어리와 같아 하루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는 몸이 그대로 선물처럼 느껴졌지만 나이들며 무거워지는 몸과 마음은 그대로 짐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에 관계 없이 정말 구원의 여정에 충실한 신자들에게는 삶은 선물이란 자각과 더불어 삶의 무게도 가벼워짐을 느낄 것입니다. 고백성사중 가장 많이 써드리는 다음 말씀 처방전대로 살아간다면 구원의 여정은 그대로 선물의 삶이 될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5,16-18).

 

이 말씀을 가훈으로, 또는 좌우명으로 삼은 이들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구원의 여정입니다. 구원의 여정에 함께 하는 도반들에 대해 연민이나 고마운 마음의 동지애同志愛가 들 때 또 짐을 나눌 때 삶의 무게는 선물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어제 읽은 “무게(백무산)”란 시도 생각납니다.

 

“시내버스에 앉아 졸고 있으려니

차가 기우뚱 쏠리면서 서서 졸던

살찐 사람의 무게가 사정없이 내 가슴을 밀어붙인다

그 당황한 무게의 여운이 얼룩처럼

몸에 남는다 연민처럼 번진다

 

모든 절박한 것은 무게다

슬픔의 모든 것은 무게에서 배어나온다

견디기만 해왔던 무게

들어내려고만 해왔던 그 무게에서

 

언제나 허덕여온 무게

벗어버리고 싶던 짐짝

초월을 꿈꾸던 중력

나의 배후에 수줍게 실려 있던 그 무게

 

그런데 이렇게 쾌활한 무게라니

묵직하게 실리는 무게의 실감이여

긍정적인 무게라니

나를 덜어내는 무게라니”-

 

연민과 더불어 무게의 짐이 선물이 된 깨달음의 놀라운 기쁨을 고백한 시처럼 들립니다. 참으로 더불어 구원의 여정에 주님과 함께 할 때 은총의 선물처럼, 쾌활한 무게, 긍정적인 무게, 나를 덜어내는 무게를 느끼게 되고 삶은 홀가분하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사랑하고 기도할 때 삶은 선물이지만. 사랑과 기도가 사라지면 삶은 무거운 짐이 되어버립니다.

 

엊그제 연노한 두분이 일년만에 고마운 분의 차량봉사 도움으로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도움이 있었기에 무겁고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수도원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마운 도반이 되어준 자매와 주고 받은 덕담이 생각납니다.

 

-“자매님들 모셔다 드리고 집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자매님들께서 신부님을 뵙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고 자연힐링을 하고 하고 가신다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자매님! 오늘 주님의 천사, 주님의 성녀로 잘 사셨고 늘 그렇게 사시기 바랍니다.”

 

자연힐링 참 좋은 말마디입니다. 구원의 여정중에 얼마나 절실히 갈망하는 힐링의 치유인지요. 파스카의 주님 자체가 힐링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집인 자연친화적 수도원은 힐링센터요, 영육의 치유에 미사은총보다 더 좋은 힐링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 역시 구원의 여정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일화입니다. 주님의 천사의 지시에 따라 에티오피아 여왕 칸타케의 내시를 방문하여 도반이 되어준 필리포스가 내시에게는 주님의 천사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주님의 천사같고 성령의 심부름꾼 같은 필리포스가 참 매력적입니다. 성령께서 필리포스에게 “가서 저 수레에 바싹 다가서라.”이르시자 본격적 개입이 이루어집니다. 이사야 예언서를 읽고 있던 내시와의 만남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이 그대로 실증되고 있습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산다.”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생명의 빵, 예수님을 믿을 때 영원한 생명이요, 이 생명의 빵을 모시기 위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구원의 여정중에 있는 사도행전의 필리포스나 칸타케의 내시, 그리고 오늘의 우리들 모두가 삼위일체 하느님안에 있는 삶임을 깨닫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 우리를 성자 예수님께 보내 주셨고 성령의 은총으로 성서말씀을 깊이 깨달아 가면서 주님과의 일치도 깊어질 것이며 더불어 무거운 삶의 짐도 가벼워질 것입니다. 새삼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성경공부가 구원의 여정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천사의 사람이자 성령의 사람, 필리포스의 구원의 여정은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참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삶의 짐은 완전히 삶의 선물로 변한 듯 참 경쾌해 보입니다. 필리포스가 내시에게 세례를 주고 그들이 물에서 올라오자 주님의 성령께서 필리포스를 잡아채듯 데려가십니다. 

 

성령따라 집착없이 살아가는 참 자유인 필리포스는 구원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의 롤모델이 됩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께서는 필리포스를 통해 일하듯이 역시 오늘의 우리를 통해서 일하십니다. 

 

구원의 여정중에 참 좋은 도반 필리포스를 만나 세례까지 받은 칸타케의 내시는 필리포스를 더 이상 보지 못하였지만 기뻐하며 제 갈 길을 갑니다. 구원의 여정중에 참 아름다운 만남이자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필리포스는 물론 내시의 몸과 마음도, 삶의 짐의 무게도 많이 가벼워 졌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동시대 함께 하는 모든 이들 역시 넓은 의미에서 도반들입니다. 어제 이천 물류 창고 화재 대참사로 38명이 사망했습니다. 화재 당시 이곳에는 9개 업체, 78명이 근무중이었고 사망자는 추가로 늘어달 가능성이 있다 합니다. 참 가슴 답답하고 먹먹한 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구원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의 참 좋은 영원한 도반이 되어주시고, 뜻밖의 이천 화재 대참사로 죽음을 당한 분들에게는 자비를, 유가족들에게는 위로와 힘을 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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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4.30 07:58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고 안젤로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5,16-18).


    모든것을 하느님께 맡기신 예수님처럼
    저희도 세상속 모든것을 주님께
    맡깁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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