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0.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호세14,2-10 마태10,16-23

 

 

 

시詩같은 인생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의 실천이 답이다-

 

 

 

잘 살기도 힘들지만 잘 죽기는 정말 힘듭니다. 잘 죽는 것은 생각있는 누구나의 간절한 소원일 것입니다. 아주 예전 개신교 목사님과 대화중 나눈 문답도 잊지 못합니다.

 

-“신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잘 살다 잘 죽는 것입니다.”-

 

참으로 만족했던 답변입니다. 지금 물어도 이 대답뿐일 것입니다. 마지막 마침표를 잘 찍는 죽음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요! 마치 인생은 하나의 문장같기도 하고 시같기도 합니다. 더불어 떠오르는 말마디는 명화名畫, 명품名品, 명작名作, 명국名局입니다. 

 

이런 아름답고 깊은 인생은 누구나의 소망일 것입니다. 이런 분을 가끔 만나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살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의 명화인생입니다. 절대 하느님 없이는 이런 명품인생, 명국인생은 불가능합니다.

 

바둑이 더 실감이 갑니다. 삶은 흡사 바둑같습니다. 저의 바둑 실력은 아마 아마 2급은 될 것입니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 공부보다도 바둑에 빠져 지냈던 적이 많습니다. 지금은 아예 바둑을 두지 않은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그 때는 바둑에 밤새운 적도 꽤 많았습니다. 

 

은총과 더불어 끝까지 한 수 한 수 노력을 다해야 명국입니다. 아무리 잘 두어도 한 수 삐긋하여 악수나 패착을 두면 그대로 바둑은 끝납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결정적 패착을 두지 않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기회는 오고 명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족한 바둑이 드물듯이 만족한 삶도 드뭅니다. 

 

저 역시 신의 한 수를 두듯 하루하루 강론 쓰기로 하루를 엽니다. 하루하루가 한 수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감사하게도 악수를, 패착을 두지 않고 하루하루 후회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심이나 교만은 금물입니다. 깨어 겸손히 하루하루 ‘신의 한 수’를 찾듯이 살아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의 갑작스런 선종善終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깨어 최선의 한 수를 두듯 살아가는 것입니다. 해인총림 방장 벽산원각 대종사의 경자면 하안거 결제 법어 마지막 싯구입니다.

 

-“고요하고 고요한 본마음 바탕이 나의 고향이요

  성성惺惺이 깨어 있는 삶이 나의 집이로다”

 

하루하루 매순간 참으로 깨어 있을 때 마음의 순수입니다. 한 순간에 무너지는 패착이 문제입니다. 무사無私, 무아無我, 무욕無慾의 순수한 마음으로 임할 때 명국인생입니다. 주변에서 잘 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한 순간에 무너져 목숨을 잃는 사람이나 사고나 중병으로 누워있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새벽 인터넷을 여는 순간, “<속보> 박원순 시장 삼청각 인근서 숨진 채 발견”이란 비보가 톱뉴스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희찬 전 정치가, 정대협 쉼터소장 손영미 엘리사벳도 이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마침표로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평생 삶을 잘 살기도 힘들지만 잘 마치기는 정말 힘듭니다.

 

아주 예전 시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써놨던 시가 있습니다. 22년전 써놨던 시입니다만 지금도 여전히 희구希求하는 삶입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

하얀 여백의 종이 위에 시처럼

침묵沈默의 여백餘白의 시공時空안에 시처럼 살고 싶다

여백을 가득 채운 수필이나 소설이 아닌 시처럼 살고 싶다”-1998.1.24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여 기도에 맛들이고 끊임없이 회개의 삶을 살 때 각자 고유의 명화, 명시, 명품, 명국, 명작인생입니다. 각자 고유의 명시같은 인생에는 끊임없는 기도와 끊임없는 회개가 답입니다.

 

보십시오. 성서의 사람들은 예외없이 시편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시편을 참으로 사랑하고 시편을 살았습니다. 하여 우리가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고백과 기도로 바치는 시편성무일도가 그렇게도 좋습니다. 시처럼 깊고 아름다운 명시 인생으로 만들어 주는 시편은총의 선물입니다. 세상에 생명과 빛, 희망 가득한 찬미와 감사의 시편들보다 더 좋은 시도 없습니다. 

 

성서의 예언자들 역시 시편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외없이 사랑의 시인이자 신비가인 예언자들이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 호세아서도 참 깊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시같은 인생을 살았던 호세아입니다. 회개의 은총이 참 놀랍고 아름답습니다. 회개로 살아나는 사랑에 마음의 순수입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라.

너희는 죄악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너희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께 돌아와 아뢰어라.”

 

이런 회개의 촉구에 응답한 이들에게 쏟아지는 주님의 놀라운 은총은 그대로 미사은총을, 시편성무일도 은총을 상징합니다.

 

“이제 내가 반역만 꾀하는 그들의 마음을 고쳐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

이스라엘의 싹들이 돋아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

 

얼마나 아름답고 깊은, 은혜로움 가득한 시인지요.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누구나 시인이자 신비가가 될 수 있습니다. 뱀처럼 슬기로운 분별의 지혜에 비둘기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닐 수 있습니다. 저절로 사람들을 분별하여 다치지 않을 수 있고 난국에 처해서도 답변의 길이 열립니다. 사실 말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내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기 때문입니다. 언젠가의 지인의 질문에 대한 답도 성령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건강하십니까?”

“노력합니다!”-

 

대답하니 이보다 더 좋은 대답도 없고 성령의 지혜로운 답변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끝까지 기다리며 인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끝까지 견뎌내며, 버텨내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백미이자 결론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는 작품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로 다시 정성을 다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정성과 노력은 그대로 내 인생 작품에 반영될 것이고 주님도 이런 과정을 눈여겨 보실 것입니다. 

 

마지막 선종과 더불어 주님께 바칠 내 명화같은, 명국같은, 명시같은 인생이 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하루하루 ‘신의 한 수’ 같은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7.10 08:12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여 기도에 맛들이고 끊임없이 회개의 삶을 살 때 각자 고유의 명화, 명시, 명품, 명국, 명작인생입니다. 각자 고유의 명시같은 인생에는 끊임없는 기도와 끊임없는 회개가 답입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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