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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3.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사도4,13-21 마르16,9-15

 

 

 

복음 선포의 삶

-경청敬聽, 순종順從, 선포宣布-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118.24)

 

계속되는 복음 환호송이 부활 축제 시기에 참 잘 어울립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매일의 오늘, 이날이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 주님의 부활 축일입니다. 죽는 그날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주님의 자녀답게 날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이 마련하신 이날, 기쁘게 즐겁게 살아가는 삶 자체가 바로 신바람나는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시편118,1)

 

주님의 자애는 부활하신 주님을 통해 절정에 도달합니다. 이런 참 좋으신 주님을 드러냄이 참 아름다운 삶은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복음 선포는 교회는 물론 우리의 존재이유입니다. 비상한 복음 선포가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잘 드러내는 평범한 일상의 삶입니다. 바로 내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자 복음이 선포되어야 할 꽃자리입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우리 모두에게 복음 선포를 명령하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온 세상에 가서’란 말마디에서처럼 온 세상,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이 복음 선포의 대상임을 깨닫습니다. 예외없이 믿는 이들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삶의 양상이듯 똑같은 복음 선포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중심인 바로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복음 선포의 삶을 살면됩니다. 

 

바로 복음 선포의 모범이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 사도입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했기에 무식하고 평범하나 담대한 사도들이요, 이들에 놀라는 유다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사도들을 통해 명백한 표징이 드러나니 저절로 존재 자체가 복음 선포입니다. 과연 어떻게 복음 선포의 삶에 충실할 수 있을까요? 

 

첫째, 경청敬聽입니다.

우선 주님 말씀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의 기본자세가 경청입니다. 귀기울여 잘 듣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잘 듣는 경청이야 말로 영성생활의 출발점입니다. 회개한 겸손한 이들의 특징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도 활짝 마음을 열어 귀기울여 듣는 경청임을 깨닫습니다. 

 

제가 면담성사시 강조하는 세가지 내용이 있습니다. 이웃에게 화내지 않는 것, 큰소리 치지 않는 것,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깨어 듣는 경청의 자세가 훈련되고 습관화되어 있다면 저절로 지켜질 것입니다. 경청의 사랑, 경청의 겸손, 경청의 개방, 경청의 침묵, 경청의 믿음입니다. 이런면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발현 소식을 듣고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은 경청의 측면에서 불합격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의 반응을 보십시오.

 

막달라 마리아의 주님 부활 소식의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고, 시골로 가던 두 제자들의 주님 발현 소식도 믿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귀가 닫혀 있었던 것이요, 바로 우리의 공통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십니다. 

 

바로 불신과 완고한 마음은 닫힌 마음의 반영입니다. 평소 마음의 귀를 열고 잘 듣는 경청이 습관화되어 있었다면 분명 믿었을 것입니다. 새삼 경청의 믿음 역시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순종順從입니다.

우선 주님께, 진리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경청에 저절로 뒤 따르는 순종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유다 지도자들은 사도들을 불러 예수님 이름으로는 절대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지시했을 때 베드로와 요한은 지체없이 대답합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뿐이 없는 그들의 입장을 용감히 피력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해 보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했기에 이런 확신에 넘친 고백입니다. 순종의 지혜, 순종의 자유입니다. 참된 순종은 분별의 지혜요, 참으로 하느님 말씀에 순종할 때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셋째, 선포宣布입니다.

우선 우리 삶을 통해 주님을,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새삼 혼자의 복음 선포보다 공동체적 복음 선포가 우선적임을 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보다시피 베드로와 요한은 복음 선포의 삶에 함께 합니다. 바로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부터 복음 선포의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여기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우리 수도공동체의 복음 선포는 밖에 나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모든 분들을 환대함으로 복음 선포입니다. 정주의 환대입니다. 바로 수도공동체의 삶의 자리가 환대를 통한 복음 선포의 장이 됩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삶의 모습 자체가 존재론적 복음 선포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그리하여 수도원의 공동전례가 행해지는 성전과 넓은 배밭의 일터는 그대로 복음 선포의 현장이 됩니다. 

 

우리 파스카의 영성은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입니다. 비상한 복음 선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 섬김의 직무에 최선을 다함으로 파스카의 주님이 잘 드러날 때 저절로 성공적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바, 섬김의 직무, 서비스업의 3대 요소입니다. 첫째, 사람이요, 둘째, 실력이요, 셋째, 환경입니다. 참으로 좋은 사람과 공동체, 참으로 유능한 실력에 영적 깊이를 지닌 사람과 공동체, 참으로 내외적 좋은 환경의 사람과 공동체라면 참 이상적인 복음 선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성군聖君이라 칭하는 세종대왕, 성웅聖雄이라 칭하는 이순신 장군, 두분의 특징 셋은, 지혜로운 분별력, 천재에 버금갈 정도의 유능함, 용감하고 단호한 결단력과 책임감입니다. 두분은 참으로 노력하는 천재였습니다. 섬김의 직무에 최상의 조건을 지녔던 성군 세종대왕, 성웅 이순신 장군입니다. 

 

우리 삶의 자리가 복음 선포의 장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일상의 평범한 각자의 제자리가 바로 복음이 선포되어야 할 꽃자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세상의 중심인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하시어 주변의 모든 피조물에 복음을 선포하며 각자 복음 선포의 사명에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구상 시인의 꽃자리란 시로 강론을 마칩니다. 정말 각자 삶의 자리에서 꽃자리를 살 때 저절로 복음 선포의 삶이 될 것입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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