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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4.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도5,34-42 요한6,1-15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

-분별력의 지혜-

 

 

 

공동체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모든 이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덕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하여 분별력의 덕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라 칭하기도 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참 중요한 분별의 지혜입니다. 배움의 지식은 짧았어도 옛 어머니들의 분별의 지혜은 뛰어났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에 대한 많은 일화가 있지만 두가지 사실은 지금도 생생히, 고맙게 기억하며 세월 흘러 나이 들어갈수록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제 어머니는 화를 내거나 매를 든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겨울철 저는 연 만드는 것을 참 좋아해 겨울에 10회 정도는 연을 만들어 띄웠을 것입니다. 

 

어머니 몰래 마실 간 틈을 이용해 만들어 놓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마실 후 연만든 것을 알아 채신후, “너 또 연만들었구나!” 곱게 눈흘기길뿐 더 이상 말씀하지 않았기에 참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창 내적 갈등으로 장기간 결석했을 때도 “너 학교 안가니?” 한마디만 하실 뿐 더 이상 말씀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도 고맙게 기억합니다.

 

사막교부들은 물론 그 후예인 성베네딕도 역시 특히 강조한 것이 분별의 지혜였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의 고생이 많듯 장상이 분별력이 부족하면 공동체가 많은 혼란과 불편을 겪기 마련입니다.

 

-‘대 안토니오 압바는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몸을 고행으로 혹사시킴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분별력이 부족하다. 하여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참으로 하느님의 사람들은 분별력이 뛰어납니다. 분별의 잣대는 사랑이자 겸손이고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사랑과 겸손, 지혜도 함께 하기에 좋은 분별력을 지니게 됩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아빠스의 자질로서 분별력의 덕을 강조합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아니면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어야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 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성규64,17-19)

 

1500년전의 성 베네딕도는 이렇듯 지혜로웠고 뛰어난 분별력의 덕을 지닌 경이驚異로운 수도승이었습니다. 참으로 수도공동체는 물론이고 모든 공동체의 책임자가 지녀야할 필수적 덕목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다음 대목 역시 성인의 분별력의 지혜를 입증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설립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설립하는 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제정하기를 결코 원치 않는다.”(성규 머리말 45-46)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교사 가말리엘의 존재가 군계일학(群鷄一鶴), 뛰어난 분별력의 덕을 지닌 이로 드러납니다. 그의 사도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별력의 지혜가 최고의회의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주님께 맡기고, ‘건들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고’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이 분별의 지혜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분별력의 대가(大家)임이 드러납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후의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예수님은 오천명을 먹이신후 군중들의 광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경거망동, 부화뇌동하지 않으셨습니다. 참으로 위태한 유혹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미, 군중들의 반응과 예수님의 처신이 참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하신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표징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분별력이 결핍된 무지한 군중들은 예수님을 임금으로 세우려 하자 예수님은 집착없이 산으로 떠나, 영원한 안식처이자 피난처, 정주처가 되시는 ‘하느님 안 제자리’에 머뭅니다. 노자의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말마디처럼 공을 이루면 거기에 머물지 않고 초개(草芥)같이 내버려 두고 떠나는 예수님의 분별력의 지혜와 처신이 참 아름답습니다.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란 시 첫 연이 생각납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무욕의 지혜입니다. 일체의 탐욕이나 야심이 없기에 이런 아름다운 떠남의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했기에, 늘 하느님과 함께 했기에, 늘 하느님 안에 머물렀기에 이런 분별력의 지혜란 은총의 선물입니다. 때로 분별이 되지 않을 때는 잠시 주님 안에 고요히 머물러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참 각별한 날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됬던 미사가 두달만에 거행된 날로 많은 분들이 주님 성체를 모실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합니다. 저 역시 어제 작심하고 많은 시간을 내어 참 많은 분들에게 수도원 하늘길 십자로 중앙에 위치한 아름다운 배경의 예수님 부활상을 찍어 카톡으로 다음 축복의 기도와 사진을 전송하며 미친듯 사랑을 나누니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사랑하는 자매님도 익명의 성녀중 한분이지요. 수도원 예수님 위로와 치유, 평화의 축복인사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가장 좋은 분별의 잣대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판단하셨겠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 보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분별력의 지혜를 선사하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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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4.24 15:00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저희 안에 계시는 주님의 성령을 기억하여 주님 닮은 삶을 살게 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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