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파스카 신비의 삶, 말씀과 기도와 회개의 삶-2021.7.27.연중 제17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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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27.연중 제17주간 화요일                                             탈출33,15-24.30-34 마태13,36-43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파스카 신비의 삶, 말씀과 기도와 회개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29년전 1992년 1월 15일 왜관 수도원에서 종신서원미사때 한 제 강론 제목이 지금도 여전히 현실성을 지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 이후로도 강론에 여러번 인용했던 제목입니다. 오늘 가라지의 비유 설명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묻게 합니다. 

 

먼저 번 가라지 비유의 중심은 하느님의 ‘인내’였지만 오늘 비유 설명의 중심은 물론 하느님의 인내를 전제하지만 ‘종말 심판’입니다. 역시 예수님의 발설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우의적 해설입니다. 초대교회 내부 역시 가라지같은 골치 아픈 존재들이 많았던 듯 합니다. 우리 독자들 모두 종말 심판의 현실에 자기를 들여다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성찰하라는 초대입니다. 

 

1.“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이를 갈 것이다.”

2.“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3.“귀있는 사람은 들어라.”

 

과연 우리는 죄인들과 의인들중 어디에 해당될까요? 참으로 귀기울여 ‘경청(敬聽,傾聽)’하여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씀입니다. 이런 종말 심판을 늘 염두에 두고 살라는 것입니다. 요즘 절박한 인류 최대의 화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일 것입니다. 한겨레 신문의 인터뷰 <세계지성에게 10년 생존전략을 묻다> 기사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60년간 문명을 조망해온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이며 생리학자인 로스앤젤리스 캘리포니아대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입니다.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 세계인구가 증가하는 속도, 숲이 잘려나가는 속도, 그리고 기후변화 진행 단계까지---. 약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돌이킬 수 없어요. 제가 코로나보다 더 크게 우리를 엄습하는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자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2050년까지 이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너무 늦을 겁니다.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아내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합니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대재앙이 열립니다. 문명파괴의 상황은 인구의 15%가 사망하고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의 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됩니다. 10년 안에 우리는 인류문명의 생존전략을 구축해야 합니다.”

 

참으로 예외없이 누구에게나 30년후 닥칠 인류 종말 심판! 참으로 어떻게 살야 하나? 절박한 질문입니다. 30년후에 앞서 우리의 실제적 종말인 죽음에 대한 준비 역시 절실한 과제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 베네딕도 규칙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환히 두고 살 때 말그대로 오늘 지금 여기서, 무지의 탐욕이나 환상이 걷힌 투명한 본질적 하늘 나라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7년전 산티아고 800km 2000리, 순례여정중 참 깊이 깨달았던 진리가 ‘인생 광야 내적 여정’입니다. 이 여정중 제 강조하는 세 인간 유형이 성인聖人, 폐인廢人, 괴물怪物입니다. 참으로 비상한 성인이 아니라 각자 고유의 평범한 성인이 되어 하늘 나라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비유 풀이중 좋은 씨의 하늘 나라의 자녀들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이 복음 말씀을 언젠가 그날의 아버지 나라에 앞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성인이 아니면 폐인이나 괴물이라 했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죄가 많으니 병도 많은 세상입니다. 보십시오. 인생광야 내적여정중 갖가지 중독으로, 또 삶의 희망과 의욕을 잃고, 또 무지와 탐욕으로 삶의 중심과 의미를, 인간성을 잃고 폐인이나 괴물로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광야 인생 내적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참 많이 강론에 인용했던 말마디가 여정입니다. 우리 인생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하루중 몇시쯤, 일년사계중 어느 계절에 위치해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로 말하면 오후 4시, 초겨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예도 수차례듭니다. 이런 확인이 바로 깨어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게 합니다. 

 

하루하루보다 더 귀하고 고마운 하느님 선물은 없습니다. 제가 하루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둘입니다. 하루의 영적전투를, 분투奮鬪의 하루를 마치고 끝기도후 잠자리에 들 때입니다. 죽음도 이처럼 맞이하면 얼마나 좋겠나 생각하곤 합니다. 끝기도후 강복은 얼마나 감미로운지요!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또 하나 행복한 시간은 이른 새벽 잠깨어 강론을 쓰며 주님과 함께 지내는 관상시간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여기서 다 얻습니다. 끝기도후 다음 마침기도 역시 얼마나 감미롭고 위로와 힘이 되는지요! 

 

“전능하신 하느님, 무덤에서 편히 쉬신 아드님과 같이 저희도 편히 쉬게 되었으니, 내일도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부활하신 그분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하소서.” 

 

말 그대로 하루하루 날마다 파스카 신비의 삶을, 하늘 나라의 삶을 살아야 할 우리들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대략적인 윤곽을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하루하루 날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삶을, 파스카 신비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여기서 필수적으로 자연스럽게 따르는 평생 수행 셋이 말씀공부와 기도와 회개입니다.

 

인간의 부정적 정의는 무지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불치의 병같은 무지에서 기인한 온갖 탐욕에 악덕들입니다. 말씀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말씀공부와 더불어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감으로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요 자유로운 삶입니다. 무지의 병의 치유에 말씀공부보다, 이 거룩한 미사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참으로 끊임없이 말씀을 먹고 숨쉬며 살아가는 우리의 영적 삶이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기도입니다. 말씀공부가 기도에로 이끕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입니다. 말씀에 이어 기도 역시 무지에 대한 답입니다. 오늘 탈출기의 모세가 기도의 모범입니다. 모세처럼 자기 방이든 성당이든 경당이든 ‘만남의 천막’으로 삼아 거기 머물러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다음 모세의 주님과 만남의 묘사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 모세는 그곳에서 주님과 함께 밤낮으로 사십일을 지내면서,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는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판에 기록하였다.’

 

우리들은 또 모세의 기도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을 만납니다. 주님은 모세 앞을 지나가며 선포하십니다.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시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하신다.”

 

참으로 이런 하느님을 닮을 때 모세처럼 자비와 너그러움의 달인, 분노에 더딘 인내의 달인, 자애와 진실의 달인, 용서의 달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 뱃장좋게, 잽싸게 기도하는 모세입니다.

 

“주님, 제가 정녕 당신 눈에 든다면,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 저희 죄악과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당신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말씀과 기도에 이어 회개입니다. 회개에 따른 참 자기를 아는 겸손입니다. 참으로 눈만 열리면 회개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오늘 탈출기도, 복음의 가라지 비유의 우의적 해설도 우리 모두 하늘 나라의 자녀들로 살라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무엇보다 기후재난의 뚜렷한 징후들이 생태적 회개의 구체적 실천을 촉구합니다. 땅이든 바다든 쓰레기들로 넘치는 세상입니다. 자발적 느림, 불편함, 힘듬을 감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너무 빠르고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할수록 지구는 망가지고 삶은 천박淺薄해집니다. 구체적으로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쓰레기 덜내는 무공해의 간소한 삶을 살라는 회개의 촉구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바로 끊임없는 말씀, 기도, 회개의 수행이 답입니다. 인간 무지에 대한 답도 이 셋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루하루 날마다 파스카 신비의 삶에 결정적 도움이 되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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