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과 활동 -신비 변모 체험의 일상화-2021.8.6.금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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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6.금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다니7,9-10.13-14 마르9,2-10

 

 

 

관상과 활동

 -신비 변모 체험의 일상화-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축일입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날마다의 오늘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이래야 늘 새롭고 풍요로운 영적 삶입니다. 아침 성무 일도 첫 후렴도 이를 입증합니다. "오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셨도다."

 

오늘 축일은 9월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40일 전에 지냅니다. 교회의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하시기 40일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 축일은 1457년 제209대 교황인 갈리스토 3세가 로마 전례력에 도입했습니다. 

 

십자가의 길, 광야 여정중 지친 제자들에게 당신 영광스러운 변모를 체험케 하신 주님의 자비로운 은총입니다. 기도와 일, 관상과 활동은 영적 삶의 리듬이자 함께 갑니다. 기도와 관상을 통해 주님을 만날 때 심신도 새로워져 광야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제목은 ‘관상과 활동-신비 변모 체험의 일상화日常化’-로 정했습니다. 행복기도문 일부를 인용합니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중에

주님을 만나니

주님은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기쁨과 평화, 희망과 자유를 선사하시나이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광야 세상 살이에 부패하고 변질되기 쉬운 삶을 끊임없이 새롭게 변모시켜 주시는 주님과의 만남은 절대적입니다. 주님과 만날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신비롭게 변모됩니다. 바로 우리가 평생 날마다 참여하는 시편성무일도 미사의 공동 전례미사은총이 신비 변모 체험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날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을 살게 해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성서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주님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새삼 인간이 물음이라면 주님은 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순전히 은총의 선물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주님은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셨고, 주님은 이를 만류하던 베드로를 참으로 혹독하게 꾸짖었습니다. 멋진 신앙고백으로 주님의 극찬과 더불어 반석이란 베드로 이름까지 받은 시몬이 졸지에 사탄이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구나”

 

심한 질책으로 의기소침해진 제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새로이 하고자 주님은 이들에게 당신의 신비 변모 체험을 선물하십니다. 바로 오늘 복음 서두가 이를 입증합니다.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났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체험하면서 세 제자들 역시 내외적으로 변모되어 정화되고 성화되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신비 변모 체험 은총은 끊임없이 오늘도 계속됩니다. 주님의 신비스런 변모를 체험해야 살 수 있는 우리 영혼들입니다. 이런 신비 변모 체험의 결핍으로 날로 거칠어지고 사나워지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만나는 ‘높은 산’이 상징하는 바 이 거룩한 미사전례가 거행되는 성전입니다. 아니 ‘오늘 지금 여기’의 우리 삶의 자리 역시 어디나 주님의 신비스런 변모를 체험할 수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주님의 변모 장면중 다음 대목에 눈길이 갑니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구약의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아요 둘다 에녹과 더불어 승천한 분들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평소 예수님은 기도중에 모세와 엘리아야 함께 깊은 영적 우정을 나눴음을 봅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 역시 시공을 초월하여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보나벤투라를 영적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는 말씀도 생각납니다.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베드로의 솔직하고 열정 가득한 순수한 반응 역시 베드로답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영적 집착과 독점욕의 유혹에 빠진 베드로입니다. 아무리 수도원 피정이 좋다하여 수도원에 내내 머물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 했습니다. 하느님을 찾지 않으면 거룩한 성지의 수도원도 세속이 되어 버립니다. 내가 하느님을 찾고 만나야 할 거룩한 성지는 바로 내 몸담고 있는 평범한 일상의 자리입니다. 성지가 있어 성인이 아니라 성인이 있는 곳이 성지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인이 되어 평범한 일상의 신비가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다니엘 예언자입니다. 이미 그 옛날에 일상의 평범한 삶의 자리에서 밤의 환시 신비 체험중 주님을 만난 다니엘 예언자입니다.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바로 그리스도의 교회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주님의 나라에 대한 예언입니다. 바로 이 주님과 함께 광야 여정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산위에서의 거룩한 변모체험에 집착하는 베드로와 그 일행은 물론 우리 모두에 대해 하느님은 지체없이 명령하십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주님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영이요 생명이요 빛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 주님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 치유와 위로를 받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광야 인생,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우보천리, 그분을 따라 한결같이 사는 일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우구스티노처럼 ‘진리의 연인’이 되어, 베네딕도 16세 교황처럼 ‘진리의 협력자’가 되어 사는 일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새삼 인생광야여정중인 우리들에게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우정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아시는 주님은 우리가 참으로 신비체험을 필요로 할 때 그 체험을 선물하실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의 신비스런 변모를 체험하게 하시고 우리 또한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영성체후 기도가 참 고맙고 적절합니다. 

 

“주님, 저희가 천상 양식을 받아 모시고 비오니, 영광스러운 변모로 보여 주신 아드님의 그 빛나는 모습을 닮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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