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탈속脫俗의 아름다움-2021.11.11.목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 397)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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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1.목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 397)기념일

이사61,1-3ㄹ 마태25,31-46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탈속脫俗의 아름다움-

 

 

“경건하고 모없이 슬기로와서, 

겸손으로 티없이 보낸 생애여,

주께 받은 생명을 꽃피웠으니, 

그 향기를 만세에 남기었도다.”

 

성 마르티노 축일, 아침 성무일도시 찬미가 한 연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첫 눈발이 꽤 날렸습니다. 예전 써놨던 시가 생각나 주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중얼중얼 읊었습니다.

 

“계속 쏟아지는/흰 눈발들

 임보내시는/천상 편지

 하얀 그리움/가득 담겨 있는/임의 편지

 글씨 보이지 않아도/다 알아 보겠네.”-2001.1.28

 

오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성인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축일미사를 봉헌합니다. 성인의 생애도 참 판란만장합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술피키우스 세베루스가 쓴 ‘마르티노의 생애’라는 전기는 아타나시우스의 ‘안토니오의 생애’ 전기를 연상할만큼 당대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성인은 헝가리 솜버트헤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은 이탈리아의 파비아에서 보냈고 성년 시절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보냈습니다. 만81세를 살았으니 당시로 보면 장수했던 성인입니다. 프랑스의 투르 주교가 된 후는 사목생활과 수도생활을 병행했고 투르의 교구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자기가 세운 수도원에서 수도자로 살았습니다. 마르티노에 관한 세 특별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결정적 개종의 계기가 된 예수님 체험입니다. 어느 날 거의 헐벗은 걸인을 아미엔스에서 목격한 마르티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 반을 잘라 내어 걸인에게 입혀주었고 그날 밤 꿈속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는 천사들에게 “마르티노는 아직 예비신자이지만 나에게 이 옷을 입혀주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합니다. 그후 마르티노는 18세에 세례를 받게 됩니다.

 

성인의 군복무 기간은 25년이었고, “저는 그리스도의 병사입니다. 따라서 저는 싸울수가 없습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군감옥에 투옥됐다가 군복무에서 해제되고 후에 신자들의 열렬한 지지로 투르의 주교가 되어 사목생활에 헌신했고 1년 한번 꼴로 직접 걸어서, 당나귀로, 배를 타고 본당 사목방문을 했습니다. 

 

새삼 ‘세상의 전사’에서 회개와 더불어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로 탈바꿈 한 성인들을 주목하게 됩니다. 빠코미오, 마르티노, 프란치스코, 이냐시오 로욜라가 바로 그 대표적 성인들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가 되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탈속의 아가페 사랑을 실천한 열정의 성인들입니다.

 

성인을 사랑했던 그의 백성들은 그가 늙어 죽음이 가까웠을 때 그들을 떠나지 말 것을 간청했고, “주님, 당신 백성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저는 이것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그의 응답은 유언이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칸데스에서 397년 81세에 선종했고 오늘 11월11일 투르에 묻힙니다.  

 

참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가 마르티노 사후 3년후 어제 기념미사를 봉헌한 성 대 레오 교황이 탄생했고 성 레오 교황에 이어 성 베네딕도가, 그리고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계속 뒤를 잇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교회가 필요로 할 때 당신의 사람들을 보내 주신다는 참 은혜로운 진리를 깨닫습니다.

 

요즘 만추의 아름다움을 만끽滿喫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집무실 문을 열 때 마다 한눈에 펼쳐지는 단풍물든 아름다운 장면들은 그대로 '죽음의 문', '천국의 문'이 열렸을 때의 천국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싶습니다. 이승에서의 삶, 참으로 아름답게 살아야 하겠다는 자극이 됩니다.

 

“초연한/탈속脫俗의 아름다움이다!

 만추晩秋의 단풍

 이런 노년老年 가을 인생일 수는 없나?”-2021.11.10

 

어제 써 놓은 짧은 시가 생각납니다. 제가 늘 추구하는 가치인 탈속脫俗이란 말마디만 대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탈속의 초연한, 무욕의 깨끗한 아름다움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아가페 사랑은 탈속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됩니다. 

 

바로 성인의 사랑이, 아름다움이 그러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탈속의 아가페 아름다운 성인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 사막에 가지 않고 내 삶의 자리, 넓은 내적 공간의 사막에서 고유의 참 나의 성인이 되어 초연한 탈속의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받은 존재라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의 신원이자 존재이유입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파견자는 예수님을 비롯한 성인들은 물론 우리의 신원을 보여줍니다. 우리 각자의 고백으로 읽으시기 바랍니다.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1.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2.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3.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4.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5.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게 하시고,

6.슬퍼하는 이들에게 슬픔대신 기쁨의 기름을, 

맥풀린 대신 축제의 옷을 주게 하셨다.”

 

과연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윗 항목에 따라 내 자유로움의 정도를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주님은 파견에 앞서 우리를 먼저 이처럼 치유 구원하시어 자유인이 되게 하신 다음, 당신의 복음 선포의 일꾼으로 파견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구체적 자비행의 항목을 제시합니다. 예수님의 최후심판 잣대이기도 합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1.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2.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3.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 주었고,

4.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5.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6.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바로 이런 이가 의인들이요 성인들입니다. 한 번 위의 6개 항목에 걸쳐 자신의 구체적 성덕 점수를 셈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당신 자신과 곤궁중에 있는 하나하나를 일치시킵니다. 우리 자신의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을 거울처럼 비춰주며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런 구체적 자비행의 실천이 빠진 영성생활은 참으로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예수님의 결정적인 결론 말씀이 우리를 회개와 더불어 분발케 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가장 작은 이들 하나하나가 예수님의 현존이라는 것입니다. 이들 사랑을 위해 세상에 파견된 우리들입니다. 탈속의 아름다운 자발적 아가페 사랑의 실천이 참으로 필요한 이 가장 작은 이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의인義人이자 성인聖人이 되어 이런 탈속脫俗의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며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은총의 기묘한 능력을 우리 마음에 부어주시어, 우리로 하여금 사나 죽으나 당신의 사랑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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