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2.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판관611-24ㄱ 마태19,23-30
하늘 나라의 구원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
"영원토록 동정이신 마리아,
세상의 지극히 높으신 여왕이시여,
당신은 온 인류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낳으셨도다."
아침 성무일도 즈가리야의 후렴이 잔잔한 위로와 힘을 줍니다.
-“한미일 사실상 ‘군사동맹’....격랑 한복판 선 한반도”-
어제 어느 일간지 1면의 톱기사 제목에 마음이 참 착잡했고 이어 다른 칼럼 내용에 충격과 더불어 공감한 내용 일부를 나눕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서 퍼디낸드가 폭풍우 속에서 외친 말이다. “지옥이 비었다. 악마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말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여기가 지옥이다. 악마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 불길은 점점 거세져 지구 기온이 계속오르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들끓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과학은 이미 악마편에 선 것 같다.
지구전체 인구의 2배가 먹을 만큼 식량이 생산되지만, 매일 최소 약1만4천명, 매년 약500백만명이 굶어 죽는 건 식량이나 첨단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난해 그 과학이 만든 전쟁무기로 사망한 사람이 4만3천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무기 수출 세계 8위, 성장률 1위 국가가 됐다.
망각과 둔감은 지옥의 단어다. 잊으라, 용서를 강요하는 자가 악마다. 신곡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희망을 가질수 없는 곳이 지옥이란 말이다. 지금 이곳이 지옥이다. 악마는 모두 여기에 있다.”
지옥은 텅비어 있으니 지옥에 있는 악마들이 모두 나와 활개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탄식입니다. 이미 여기서 시작된 지옥입니다. 이미 그런 징후는 곳곳에 차고 넘칩니다. 반대로 이미 여기서 시작된 천국이요 하늘 나라입니다. 희망이 없는 지옥같은 세상에서 희망의 천국을 살아내야 할 우리 믿는 이들이요 그럴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서 40장1절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어제 26년전 제 자작시 달개비꽃을 어느 좋은 분이 시화詩畫로 만들어 선물로 보내 주었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달개비꽃 시화를 나눴고 위로를 받았다는 감사인사도 받았습니다. 달개비꽃시 전문을 인용합니다. 요즘 아주 낮은 그늘진 곳에서 영롱하게 피었다 잠시후 지는 남보랏빛 작은 야생화 달개비꽃입니다.
“오!
하느님이 밤사이 쏟아놓은 남보랏빛
생명의 보석들!
아주 낮은
그늘 속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
생명의 보석들!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생명의 보석들!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져갈 수 없는 달개비꽃
생명의 보석들!”-1997.8.25
26전 요즘 여름철에 쓴 시입니다. 이때의 시적감성이 그립습니다. 이 시화 선물에 대한 어느 분의 답신입니다.
“요즘 한참이나 힘들었습니다. 신부님이 어떻게 아시고 생명의 보석꽃을 보내셨을까요. 제 마음 아시는 주님처럼 신부님이 참 신기합니다. 남보랏빛 진한 바다 물빛 작은 달개비꽃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참으로 지옥같은, 연옥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얼마나 위로의 구원을 갈망하는지 모릅니다. 주변을 보면 예외없이 온통 아프고 위로 받아야 할 참 마음이 가난한, 쓸쓸한,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위로에 굶주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작은 시 하나에도 감격하여 고마워합니다.
어제 저녁식사후 세기시 수도원에 잠시 거주중인 젊은 몇분 형제들에게 “겸손의 수련”으로 여기며 잘 지내시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고 만족했습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주님의 위로와 평화, 휴식의 구원을 찾아 수도원에 옵니다. 수도원의 환대는 그대로 주님의 환대를 반영합니다.
오늘 복음은 부자의 구원 가능성에 대해 주님은 의미심장한 답을 주십니다. 부자가 구원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할 것이란 말씀은 부자의 구원은 불가능할뿐더러 이렇다면 모두의 구원 역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구원을 받을 것인가, 그것 역시 아닐 것입니다. 제자들의 반문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우리를 눈여겨 보시며 최고의 명답을 주십니다. 결론하여 구원은 오로지 하느님의 은총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참으로 하느님의 회개 은총으로 새로워질 때, 모든 삶의 어려움을 주님을 닮아가는 겸손의 수련, 겸손의 계기, 비움의 수련, 비움의 계기로 삼을 때, 그리하여 작은, 가난한, 겸손한 영혼으로 살 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부자라도 하느님의 회개 은총으로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고 나눔에 항구하다면 이런 부자의 구원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니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가난하다 해도 마음이 탐욕이나 부자에 대한 질투로, 증오로 가득차 있다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성무일도시 힘차게 불렀던 몇 성구가 떠오릅니다.
“주께서 나의 빛 내 구원이시거늘 내 누구를 두려워하랴.”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하느님을 뵈오리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바로 우리의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옥같은, 연옥같은 세상이라 하느님을 추호도 탓할 수 없습니다. 무지한 인간의 탐욕으로 자초한 재앙이요 불행의 연옥이요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의 희망은 하느님께 두고 참으로 주님의 회개 은총으로 지옥같은, 연옥같은 세상에서 날마다 거듭 새롭게 하늘 나라 천국을 살아 내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파스카의 삶이요 이의 빛나는 모범이, 연옥같은, 지옥같은 세상에서 하늘 나라 천국을 살았던 분이 바로 오늘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입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전 성모찬송가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요!
“여왕이시며 사랑에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세상살이 끝날 그때 당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를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마리아!”
우리의 희망과 기쁨, 위로의 샘이신 동정마리아 성모님이 구원받은 자의 빛나는 모범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났던 주님과 하나되어 살았던 주님의 천사로부터 격찬을 받았던 우리 어머니 성모님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참으로 회개로 깨끗해진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이 보속 말씀 처방전을 받고 환호하던 어느 수녀님의 탄성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신부님! 보속이 아니라 보석입니다. 생명의 보석 말씀입니다!”
그 빛나는 모범이 동정마리아 성모님에 이어 제1독서 하느님께 불림 받아 주님의 천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난 기드온 판관입니다. 기드온을 찾아 온 주님의 말씀에 이어지는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너의 힘을 지니고 이스라엘을 미디안족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보십시오, 저의 씨족은 므나쎄 지파에서 가장 약합니다. 또 저는 제 아버지 집안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자입니다.”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이 그대로 위로의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대목도 은혜롭습니다.
-“아, 주 하느님, 제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주님의 천사를 뵈었군요!”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결코 죽지 않는다.”
기드온은 그곳에 주님을 위한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주님은 평화’라고 하였다.-
똑같은 위로와 격려의 주님께서 이 거룩한 제단의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우리 모두 하늘 나라 천국의 일꾼으로, 위로와 평화의 사도로, 희망과 기쁨의 사도로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당신 성자의 모친을 우리의 어머니와 여왕으로 모시게 해주신 하느님,
그의 전구로 보호를 받는 우리로 하여금,
천국에서 당신 자녀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