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삽시다-2019.11.29.연중 제34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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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다니7,2ㄴ-14 루카21,29-33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삽시다-

 

 

 

모든 것은 다 지나 갑니다. 제행무상입니다. 그러나 하느님만은 영원합니다. 다 지나 사라지지만 하느님과 함께 사는 자는 영원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할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떠오른 성녀 아빌라의 대 데레사 작품인 ‘아무 것도 너를---’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성녀가 기도서에 끼워놓고 늘 보았다는 기도시입니다. 원문을 잘 요약한 다음 시는 성가로도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도다”-

 

초겨울 배밭사이를 산책하면서도 실감하는 진리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끊임없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다 흐르지만 언제나 하늘과 산은 그대로입니다. 한결같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언제나 그 자리의 정주의 하늘과 산입니다. 

 

하느님만으로 행복한 자가, 만족한 자가 진정 부자요 자유로운 자입니다. 흐르는 세월에, 이런저런 사건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항구한 인내로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정주의 삶을 삽니다. 바로 제1독서의 다니엘과 복음의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보이는 현실을 꿰뚫어 영원하신 분을 바라봅니다.

 

다니엘의 환시체험을 통해 그가 늘 깨어 살았던 현자임을 봅니다. 하느님은 깨어 있는 이들의 눈을 열어 주시어 신비 환시 체험을 선물하십니다. 네 마리의 짐승의 환시가 의미심장합니다. 다 지나가는 제국을 상징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제국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독수리가 상징하는 바빌론 제국, 곰이 상징하는 메디아 제국, 표범이 상징하는 페르시아 제국,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짐승이 상징하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 제국입니다. 이 제국들이 다 사라진후 나타나는 영원한 제국, 하느님의 나라, 그리스도 왕국입니다. 오늘 다니엘서의 마지막 대목이 은혜롭습니다.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속에서 앞을 내다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앞의 제국들과 현존하는 작금의 제국들과는 너무 대조적인 그리스도의 왕국을, 하느님의 나라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다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이미 이런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통해 바로 오늘 여기 지금이 종말의 때임을 일깨웁니다. 참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살아야 할 하루하루의 날임을 깨닫습니다.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바로 예수님 당대는 물론 오늘 우리 세대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늘 깨어 오늘 지금 여기를 살라는 종말의 표징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저절로 임재臨在한 하느님의 나라를 삽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주님의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영혼이 주님 말씀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영원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바 하느님의 나라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입니다. 제가 썼던 요셉수도원 설립25주년 회고사 결론 부분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하느님을 만나는 구원의 자리이자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이에겐 늘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입니다. 과거의 업적에 안주하거나 미래를 앞당겨 걱정함이 없이 오늘 지금 여기만 삽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지만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사는 이에겐 늘 영원한 현재만 있을뿐입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살아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 새로 시작할 때 하느님 친히 미래가 되어 주십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듭시다. 우리의 구원이 가까웠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의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살게 하십니다. 아주 오래 전에 써놓고 자주 애송하며 ‘영적 전의靈的 戰意’를 새로이 했던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자작시로 강론을 마칩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작년 가을/붉게 타오르다 사라져갔던 담쟁이

어느 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힘차게 하늘 향해/담벼락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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