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충실히, 간절히, 깨어, 한결같이 -진인사대천명의 삶-2021.1.27.연중 제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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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7.연중 제3주간 수요일                                                                히브10,11-18 마르4,1-20

 

 

 

묵묵히, 충실히, 간절히, 깨어, 한결같이

-진인사대천명의 삶-

 

 

 

절망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책임을 다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입니다. 소처럼 묵묵히, 충실히. 간절히, 한결같이, 깨어 우보천리, 우보호시牛步虎視의 자세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의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결과의 양이 아니라 과정의 충실성을 보십니다. 사실 이런 삶 자체가 성공적인 삶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 희망, 사랑이 있어야 이런 한결같은 진인사대천명의 삶이 가능합니다. 이런 삶이 바로 순교적인 삶입니다.

 

바로 성인의 특징이 이러합니다. 죽는 그날까지 이렇게 분투한 성인들이었습니다. 평생 휴식이 없었고 평생 고통이 늘 따랐던 성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성인들에게는 내적 평화와 기쁨이 유우머가 늘 샘솟았습니다. 신망애의 하느님께, 진선미의 하느님께 깊이 뿌린 내린 삶이었기에 가능한 성인들의 이런 삶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삶입니다. 참 한결같은 삶입니다. 참 매력적인 삶입니다. 기념하라 있는, 기억하라 있는 예수님의 삶, 성인들의 삶이 아니라 각자 친히 예수님처럼, 성인들처럼 살아야 할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복음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뉩니다. 처음 부분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예수님 친히 발설하신 부분이요, 후반부는 초대교회의 예수님 비유에 대한 풀이입니다. 전자는 비유parable요 후자는 우화allegory입니다. 전자는 씨뿌리는 사람에 초점이고 후자는 토양인 각자의 사람이 초점입니다.

 

씨뿌리는 사람은 그대로 예수님의 삶의 자세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입니다. 상황이나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없이 인내하며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한결같이, 묵묵히, 간절히,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대로 충실한 농부를 연상케 합니다. 참으로 순수하고 진실하고 단순한 마음입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15,1).

 

사실 예수님은 농부인 아버지를 닮아 농부처럼 묵묵히 씨뿌리는 삶에 충실하셨습니다. 참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끊임없이 한결같이 노력해도 선행의 씨들은 길가에, 돌밭에, 가시덤불밭에, 혹은 좋은 땅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100% 성공은 없습니다. 짧은 안목으로 보면 실패처럼 보여도 긴 안목의 시야로 보면 성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절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실패처럼 보여도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최선을 다한 삶이라면 어디 선가 이런 수확이 이뤄지고 있음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요셉수도원에서 산처럼, 나무처럼, 소처럼 하루하루 정주하기 만 33년 동안 수없이 수도원을 거쳐간 분들을 기억합니다. 결국은 모두가 잘 되더라는 것입니다. 결과로 드러나는 바 각자에 걸맞는 좋은 땅의 삶에 적절한 수확이라는 것입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씨뿌리는 사람의 삶을, 바로 예수님의 삶을 깊이 경청하며 듣고 보며 배우라는 것입니다. 엊그제 사도 바오로 회심 축일 교황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날 교황님은 극심한 좌골신경통의 고통으로 쿠르트 코흐 추기경이 저녁성무일도 끝 무렵 대신 교황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 일치되어 머물 때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요지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 역시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에 선행하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참으로 예수님 안에 일치되어 머물 때 한결같이, 간절히,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탓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내 자신입니다. 아무리 말씀의 씨앗이, 은총의 씨앗이 좋아도 내 마음의 땅이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땅 같다면 별무소득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모든 수행은 좋은 마음 땅을 만들기 위한 노력처럼 생각됩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의 수행을 통해 정화되고 성화되어 좋은 땅의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적 과제입니다. 아니 한결같이 씨뿌리는 수행의 삶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의 땅도 참으로 좋은 땅으로 변모되어 풍성한 수확이 있으리란 믿음이요, 결국 절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오늘 복음의 결론이요 우리 모두가 희구하는 궁극의 소망입니다. 한결같이 농부처럼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진인사대천명의 삶을 살아 온 이들의 결과가 이러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는 유일한 제사의 효과에 대한 말씀입니다. 한 번이자 절대적인 효력을 가진 제사로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단번에 성취한 제사입니다. 바로 이 하나의 제사를 매일미사를 통해 끊임없이 재현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한 번 제물을 바치시고 나서, 영구히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나는 그들의 죄와 그들의 불의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라.’ 이러한 것들이 용서된 곳에는 더 이상 죄 때문에 바치는 예물이 필요없습니다.”

 

바로 한 번 뿐인 십자가의 유일한 희생 제사의 끊임없는 재현의 미사은총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멜키체덱과 같은 영원한 대사제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한결같이, 깨어, 간절히, 충실히, 묵묵히 진인사대천명의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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