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금이자 빛인 우리들 -주님은 발광체發光體, 우리는 반사체反射體-2021.6.8.연중 제10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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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8.연중 제10주간 화요일                                                              2코린1,18-22 마태5,13-16

 

 

 

세상의 소금이자 빛인 우리들

-주님은 발광체發光體, 우리는 반사체反射體-

 

 

 

“주께서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시편27,1ㄱ)

“주님, 당신 얼굴 이 종에게 빛나게 하소서.”(시편119,135ㄱ)

 

오늘 입당송과 화답송 후렴이 오늘 복음과 관련되어 깊은 묵상감이 됩니다. 주님은 발광체인 빛 자체이시고,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라는 것입니다. 흡사 태양과 달의 관계와 같습니다. 이를 참으로 깨달아 알 때 겸손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11,29)

 

예수성심성월인 6월에 고백성사 보속으로 자주 써드리는 처방전 말씀입니다. 예수성심의 온유와 겸손의 사랑을 배워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세상의 소금으로, 또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세상의 빛으로 살 수 있습니다. 

 

문득 오래 전에 써놓은 ‘하늘과 산’이라는 자작 애송시도 생각납니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다짐하며 정주한지 33년! 하루에도 수없이 날마다 바라다 본 불암산과 배경의 하늘입니다. 참 많이도 강론에 인용했던 좌우명같은 시이기도 합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하늘이 주님을 상징한다면 산은 우리를 상징합니다. 우리의 영적 여정은 주님이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입니다. 주님이시자 영원한 도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이 깊어가면서 주님을 닮아갈수록 주님을 환히 반사하는 반사체로 세상의 빛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배치도 의미심장합니다. 마태복음 5장에서 7장까지 장엄한 산상설교가 어제 예수님의 참행복 선언에 이어 곧장 세상의 소금이자 빛인 우리의 신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참행복 선언은 주님의 기도가 그렇듯 그대로 예수님 삶의 반영이자 요약입니다. 우리가 참행복 선언을 실행하여 살아갈수록 참으로 행복한 성인이 될 것이며 동시에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단 참행복선언뿐 아니라 7장까지 이어질 산상설교의 실천이 깊어질수록 주님과의 일치도 깊어질 것이며 명실공히 세상의 소금이자 빛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소금이자 빛은 바로 우리의 신원이자 존재이유입니다. 참으로 예수님 공부와 예수님 살기는 우리의 평생과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그대로 존재이유의 상실이요 매력상실입니다. 음식이 맛이가면 버리기라도 하는데 사람이 맛이 가면 참 버릴수도 없어 난감합니다. 정주定住가 안주安住가 되어 타락, 부패, 변질되어 맛을 상실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참으로 세상에 속화俗化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聖化하는 소금으로 살기위해 주님과의 깊은 일치의 관계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입니다. 세상과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인 우리들을 뜻합니다. 세상을 떠난 우리들, 음식을 떠난 소금처럼 무의미합니다. 부단히 녹아 사라지면서 세상의 부패를 막아주고 맛을 조장하면서 끝까지 변질되지 않는 소금으로 남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우리 정주의 수도자는 물론 신자들의 삶이 이러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기에 앞서 주님은 우리의 소금과 같습니다. 우리의 부패와 변질을 막아주는 소금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떠날 때 악취나는 부패腐敗인생 되기 십중 팔구이고, 주님과 우정이 깊어질수록 한결같은 삶에 향기로운 발효醱酵인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성령은 우리의 소금이자 효소酵素도 됨을 봅니다.

 

악마는 영리합니다. 시간낭비하며 이미 부패 변질된 매력 상실한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합니다. 유혹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 도가 높은 곳에 유혹도 극성이란 말도 있습니다. 도가 높아 매력적이 될수록 악마의 유혹도 가열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영적전쟁의 삶에 소금이신 주님과의 일치를 통한 한결같은 삶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세상의 소금인 우리 신원에 이어 세상의 빛이 또한 우리의 영예스런 신원입니다. 주님은 세상의 빛입니다. 발광체이신 빛이신 주님을 반사하는 세상의 빛인 우리들입니다. 새삼 주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과의 관계와 더불어 함께 가는 빛의 농도입니다. 

 

주님을 떠날 때, 주님과의 관계가 냉담으로 점차 소원해질 때, 빛은 사라지고 어둠이 점차 크게 자리잡아갈 것이며 저절로 매력 상실에 존재이유의 상실입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우리 삶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독서와 복음의 두 말씀이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예!’도 되시면서 ‘아니요!’ 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그분에게서 ‘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도 그분을 통해서 ‘아멘!’합니다.”

 

우리의 주님이시자 평생 도반이신 예수님처럼 전적 순종의 “예!”의 사람, “예스 맨(yes-man)”의 삶을 살 때, 예수님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아멘!”의 삶을 살 때, 참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의 삶이겠습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의 삶은 ‘알렐루야-찬미’와 ‘아멘-감사’로 요약됨을 봅니다. ‘알렐루야 –하느님 찬미’로 살다가, ‘아멘- 하느님 영광’으로 마치는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의 삶이라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하겠는지요!

 

또 하나 복음의 결론같은 말씀도 참 중요합니다.

 

“이와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바로 우리 삶의 궁극 목표입니다. 세상의 소금으로, 세상의 빛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자폐적인 삶도 막연히 추상적인 삶도 아니라 착한 행실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대로 세상에 드러나는 삶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찬양함으로 궁극에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소금이자 빛으로서의 삶은 그대로 존재 자체로 복음 선포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평생 변질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이 세상의 소금이 되어 세상의 부패를 막고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는 세상의 빛으로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수도원은 세상과 고립된 섬같은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활짝 열려있는 세상의 중심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의 부패를 막아 주고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서의 존재! 바로 우리들의 자랑스런 신원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주님과의 날로 깊어지는 일치의 여정, 예닮의 여정입니다. 이래야 세상의 소금으로, 세상의 빛으로 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소금인, 세상의 빛인 수도공동체가 되기 위해 매일 평생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 전례기도에 항구한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바로 이 공동전례기도의 은총이,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세상에 속화, 변질되지 않고 세상을 정화, 성화하는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우리는 모두 빛의 자녀이며 대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1테살5,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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