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여정 -순종, 봉헌, 선물, 떠남-2021.3.22.월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 (480-547) 별세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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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22.월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7) 별세 축일                                             창세12,1-4 루카18,9-14

 

 

 

떠남의 여정

-순종, 봉헌, 선물, 떠남-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중 한 분이 우리 분도 수도회 수도자들의 사부인 성 베네딕도입니다. 이런 분을 대하면 기분이 좋고 늘 새로운 충격과 영감, 감동을 받습니다. 원래는 어제 성인의 별세 축일로 지내지만 어제는 주일이라 다음 날인 오늘로 이동하여 축일을 지냅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잘 떠나는 것입니다. 잘 떠날 때 아름답습니다. 잘 떠날 때 선물입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하면 삶은 짐이 됩니다. 떠남 중의 떠남이 마지막 선물의 죽음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죽음을 앞둔 마지막 선물같은 아름다운 고별기도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들까지 믿는 모든 이들을 위한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별기도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의로우신 아버지,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 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전체중 일부입니다만 전체가 구구절절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모두가 아버지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고별기도입니다.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투신했던 예수님의 전 생애를 압축 요약 반영하는 기도입니다. 참으로 죽음은 삶의 요약임을,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엄연한 진리를 확인합니다. 결코 언젠가 갑작스러운 선종의 죽음은 없습니다.

 

마음대로,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은총의 죽음이기에 정말 잘 살다가 잘 선물로 떠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분도 성인은 물론 사막 교부 수도승들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다음 경구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 앞에 환히 두고 살라.”

 

성 베네딕도는 성규의 당신 말씀대로 늘 죽음을 환히 두고 하루하루 깨어 환상없이 투명하게 살았기에 아름다운 죽음에 오늘의 별세 축일입니다. 사실 잘 떠나는 죽음보다 친지는 물론 이웃에게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오늘 입당송 후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하느님의 사람(Vir Dei),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얼(Dei spiritus)을 지녔기에 세상의 영화(Mundi gloriam)를 포기하였도다.”

 

정말 성 베네딕도처럼, 하느님의 얼을 지닐 때 세상의 영화에 초연한 이탈의 사람,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음을 봅니다. 서방 4대 교부중인 한 분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쓴 ‘성 베네딕도 전기’에 나오는 성인의 죽음을 앞둔 마지막 아름다운 장면도(제37장) 늘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감동입니다. 

 

임종의 순간은 물론 성인의 전생애를 노래한 오늘 복음전 부속가입니다. 라틴어 원문을 노래로 하면 더욱 감미롭게 들립니다. 그대로 우리 말 전문을 인용합니다.

 

“새빛 선물 가져오는 위대하온 지도자를 기념하는 안식일

성총받은 그 영혼이 노래하는 찬미가는 마음속에 울리네

 

동쪽길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성조 용모 감탄 울려 퍼지네

태양같은 생명으로 많은 후손 얻은 그는 아브라함 같도다

 

작은 굴에 있는 그를 까마귀의 복사로써 엘리야로 알리네

강물에서 도끼 건진 성 분도를 엘리사 예언자로 알도다

 

무죄 덕행 요셉같고 장래일도 알아내니 야곱처럼 알도다

그의 생각 지극하며 예수님의 영복소에 우리 인도하소서.”

 

얼마나 깊고 아름답고 감동적이 부속가인지요! 이런 성 베네딕도를 참으로 흠모했고 존숭했던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이었습니다. 오늘 새벽기도의 제1독서 창세기는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을 향해 가는 도중에 있었던 하느님 체험을 말해 줍니다. 또 오늘 미사중 제1독서 창세기는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나기에 앞서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 줍니다. 아브라함, 야곱 모두가 떠남의 여정에 충실했던 하느님의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물론 성서의 아브라함, 야곱 역시 하루하루 선물의 삶, 봉헌의 삶, 순종의 삶, 떠남을 살았던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밖으로는 산처럼 하느님 중심 안에 정주하면서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흐르는 강처럼 순례자로 살았던 분들입니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족속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라는 축복의 약속을 받은 아브라함처럼 후대의 모든 수도승들에게 복이 된 성 베네딕도요,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가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문이로구나!” 꿈중에 주님의 천사를 만나 환호했던 야곱처럼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나라를 살았던, 또 늘 새로운 탈출(Exodus), 늘 새로운 시작의 삶을 살았던 성 베네딕도입니다.

 

기념하고 기억하라고만 있는 베네딕도 성인의 별세 축일이 아니라 실제 오늘 여기서 우리 모두 성인처럼 살라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인 성인의 별세 축일입니다. 바로 모든 성인들의 축일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하루하루 한결같이 늘 순종과 봉헌, 선물과 떠남의 삶에 충실한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늘 새로운 시작의 삶을, 또 이웃에게 복이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매일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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