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집 -은총의 강-2015.11.9. 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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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9. 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주님의 집

                                                                               -은총의 강-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오늘 축일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하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대성전은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천년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세계의 각 지역교회가 로마의 모교회를 중심으로 일치되어 있음을 기억하며 이 축일을 지냅니다.


일치의 중심이 주님이요 주님의 집인 교회입니다. 우리 모두의 본향같은 주님의 집입니다. 하여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고향집을 찾듯이 주님의 집인 수도원을, 성당을 찾습니다. 세계 어디서든 성전에 가면 마치 영혼의 고향집을 찾은 듯 평안함을 느끼는 것은 영혼의 집이자 쉼터인 주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산티아고 대성전을 향한 2000리 800km의 순례중, 끊임없는 기도로 바쳤던 시편성구도 생각이 납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시편122,1)


이 시편을 노래하며 신들린 듯이 걸었던 순례길이었고, 최종 목적지인 주님의 집, 산티아고 대성전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도 빨라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 광야 같은 세상에 ‘갈 곳’인 주님의 집이 있고 ‘찾아 뵐 분’ 주님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위로요 힘인지요.


주님께 대한 사랑은 저절로 주님의 집인 성전 사랑에, 성전에서 끊임없이 거행되는 미사와 성무일도 사링에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사랑은 본능적으로 표현을 찾습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은 결국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며 특히 끊임없는 미사와 시편 성무일도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표현합니다. 하여 이 둘은 '하느님의 일'이자 우리의 '영적 주식主食'이 됩니다.


오늘 예루살렘 성전 정화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주님의 집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은 성전정화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됩니다. 예수님은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열화와 같은 분노를 발하십니다. 


“이것들을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마지막 영적보루인 성전이 속화俗化되는 것에 대한 주님의 열화와 같은 의노義怒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모습에서 즉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 말씀을 상기했다 합니다. 얼마나 주님을, 주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하신 예수님인지 깨닫습니다.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유다인들의 문제 제기에 예수님은 서슴없이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새로 세우겠다.”


참 수수께끼 같은 화두같은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고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야 이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전에서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 성전으로의 전환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안에서 미사를 봉헌함으로 두 차원의 성전은 온전한 일치를 이룹니다.


이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은 영과 진리 안에서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중심이요,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며, 생명수가 넘쳐흐르는 영적성전이 되었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은총의 강물이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하며 살립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 예언서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예루살렘이 바빌론 군대에 함락되고 성전이 불타 없어진 시기에 에제키엘 예언자에 계시된 참 놀랍고 신비로운 비전입니다. 바로 이런 황홀한 주님의 집에 대한 비전이 에제키엘 예언자의 위로와 희망의 원천이 되었음을 봅니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 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그대로 주님의 몸인 성전에서 흘러나가는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주님의 몸만이 성전이 아니라 주님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우리 자신도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다음 강가의 온갖 과일나무들이 상징하는바 주님의 성전인 우리 모두입니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바로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주님의 성전이 되어 살아갈 때 이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운 하느님 꿈의 실현입니다. 바로 은총의 양식을, 은총의 약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이웃과 나누는 자비의 삶의 실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주님의 집인 이 성전과 우리 모두를 정화하고 성화해주십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이 집을 선택하여 성별하고, 이곳에 내 이름을 영원히 있게 하리라.”(2역대7,16참조)


바로 이 집이 가리키는바 주님의 집(성전)인 우리 모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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