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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19.연중 제20주일                                                                                      판관2,11-19 마태19,16-22

 

 

 

영원한 생명의 구원

-끊임없는 회개-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호감을 드러낼 때는 흔히 ‘우리’라는 수식어가 들어갑니다. “회개하면 성인이 될 수 있어도 부패하면 성인이 될 수 없다. 회개한 다윗은 성인이 되었지만, 부패한 솔로몬은 성인이 되지 못했다.”, 참 재미있는, 의미심장한 통찰입니다.

 

살아있을 때 회개이지 죽으면 회개도 끝입니다. 회개하라 주어진 하루하루 인생입니다. 회개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과일도 살아있을 때 익어가지만 죽으면 썩어가기 시작합니다. 살아있어도 병들어 있는 과일을 보면 익어가면서 동시에 썩어갑니다. 그대로 놔두면 나중엔 온통 썩어서 먹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이치도 이와 똑같습니다.

 

어제 저녁식사후 복숭아를 먹으며 수도형제들과 이야기 나누며 새삼스럽게 확인한 진리입니다. 옆의 형제가 겉은 곱고 먹음직스러워 복숭아 껍질을 벗기니 썩어서 거의 통째로 버렸습니다. ‘아, 사람도 겉은 멀쩡해도 속의 영혼은 이렇게 부패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즉시 나눈 대화입니다.

 

“회개도 때가 있습니다. 너무 늦어서 썩으면 회개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조금 썩었을 때 얼른 도려내고 먹을 수 있듯이 조금 썩었을 때, 부패했을 때 즉각적인 회개가 필수입니다. 아니 ‘썩어가는’ 부패腐敗인생이 되지 않고 ‘익어가는’ 발효醱酵인생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는 회개가 필수입니다.”

 

요지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과연 우리는 ‘썩어가는’ 인생입니까? 혹은 ‘익어가는’ 인생입니까? 썩어갈 때 악취惡臭요 익어갈 때 향기香氣입니다. 봄의 꽃향기도 좋지만 가을의 익어가는 열매의 향기는 더 좋습니다. 사람 영혼 역시 냄새가 향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 가을이 되면 과일도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역시 인생 가을도 믿음, 희망, 사랑 즉 신망애信望愛의 열매들 익어가는 시절입니다. 참으로 ‘썩어가는’ 인생이 아니라 ‘익어가는’ 향기로운 인생이 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회개는 필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도 참 귀한 깨달음을 줍니다. 유의할 바 오늘 복음의 배치가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축복하신 예화 다음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며,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다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어떤 부자의 질문은 사막의 스승을 찾았던 구도자들의 공통적 물음입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부자의 영적 목마름을 반영합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내면은 행복하지 않음을 반영합니다. 기쁨과 감사도 없습니다. 역시 부자는 무지에 눈이 멀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보고 영원한 생명을 물으니 말입니다. 부자의 내면을 통찰하신 주님의 지혜로운 접근입니다. 예수님은 지켜야 할 구체적 계명들을 나열하시자 부자는 말합니다.

 

“그런 것들은 제가 다 지켰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분명 부자는 착한, 좋은 신자임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결정적인 것이 하나 빠졌습니다. 삶의 중심에 주님이 아닌 재물이 있었습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의 영혼은 부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 회개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란 살기위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썩지 않기 위한, 영혼의 몸부림이요 발버둥입니다. 이래서 ‘회개의 시스템’ 같은 일과표에 따라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인 성무일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부자의 내적 증상이 중증임을 알아 챈 주님의 즉각적인 극약같은 처방입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바로 이 말씀은 사막의 성자 안토니오는 물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를 회심시킨 복음입니다. 부자의 무지를 일깨우는 처방 말씀입니다. 탐욕의 무지에 눈먼 부자는 여전히 예수님이 영원한 생명이심을 알아 보지 못합니다. 삶의 중심에 재산이 요지부동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이런 처방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 복음의 부자에게만 하셨습니다. 재물이 문제가 아니라 재물에 집착하는 영혼이 문제입니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입니다. 재물을 소유하되 이탈의 정신으로 나누면서 존재를 사는 것이 진짜 지혜로운 삶입니다. 하여 날마다 회개를 통해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라 하신 것입니다.

 

젊은 부자는 이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났으니 그가 많은 재물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적으로 계명을 잘 지킨 좋은 신자였지만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아닌 재물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그처럼 허전하고 목말랐던 것인데 절호의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하느님이 아닌 재물이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공허한 삶이라면 결코 참 기쁨, 참 평화, 참 감사, 참 행복도 기대할 수 없으니 실상 역설적으로 불행하고 가난한 부자입니다. 참으로 시공을 초월하여 복음 말씀을 듣는 청자聽者들인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영원한 깨우침을 주는 예화입니다.

 

결론하여, 계명을 지켜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아니라 끊임없는 회개로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섬겨야 구원인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섬길 때 예수님을 닮아 자연스럽게 저절로 따라 오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의 실천들입니다. 예수님이란 참 보물을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저절로 재물욕으로부터의 이탈로 참으로 자유로운 삶입니다. ‘주님 맛’을 알아갈 때 비로소 ‘돈맛’은 사라져 가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판관기의 시작입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 죄의 현실을, 구제불능의 인간 현실을 봅니다. 주님을 섬기다가 그리도 빨리 유혹의 탈선으로 주님의 구원은혜를 잊고 세상 우상들을 섬기며 부패해가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의 영혼들입니다. 이들 이스라엘 백성들은 판관들의 말을 듣지 않을뿐더러 다른 신들을 따라가 섬기고 경배하며 불륜을 저지르곤 합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반복되는 인간 현실입니다.

 

주님을 따르지 않고 이방 잡신들이나 우상을 섬기는 것을 ‘불륜’이라 칭합니다. 불륜으로 파괴되는 가정처럼 이런 영혼의 불륜인 세상 잡신이나 우상들을 섬김으로 내적으로 분열되고 파괴되는 영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사실 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혼의 불륜에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육신의 불륜입니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묻혀지는 것입니다. 깊이 묻혀진 좋은 것을 기억해 내어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이래서 믿는 이들의 삶은 영적 전쟁의 삶이요 우리는 주님의 영원한 전사가 됩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기에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며 섬김으로 주님을 닮아가는 주님의 전사들인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며, 썩어가는 부패인생이 아닌 익어가는 발효인생을 살아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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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8.19 07:22
    주님, 주님 주신 말씀의 양식으로
    오늘 하루의 삶이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이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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