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8.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28,16-20.30-31 요한21,20-25

 

 

 

참으로 삽시다

-제자리,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 제대로-

 

 

 

오늘은 이런 저런 묵상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살아갈수록 힘들다 합니다. 하여 많은 분들이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 좌우명 시를 좋아합니다. ‘삶이 선물이냐 짐이냐, 남편이 선물이냐 짐이냐, 아내가 선물이냐 짐이냐, 자녀가 선물이냐 짐이냐’ 물으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입니다. 기도하면, 사랑하면 선물이고, 기도하지 않으면, 사랑이 식으면 짐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수긍합니다.

 

수십년전 들은, 자주 강론에 인용했던 ‘나이 30에 죽어 나이 70에 묻힌다’는 말마디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제대로 하루하루에 깨어 충실했다면 영원한 현역으로 살다가 나이 70에 죽어 나이 70에 묻혀야 할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제자리에서 늘 제모습, 제 색깔, 제향기로 사는 매력적인 분들을 대하면 저절로 반갑습니다. 참으로 모두가 유일무이한 고유의 존재들입니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로운 축복이요 하느님의 선물인지 깨닫습니다. 이젠 ‘여자’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교회 안에서 ‘형제’로 보입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형제애의 출발점입니다.

 

젊음의 순수는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이, 영혼이 순수와 열정으로 늘 새로우면 진짜 아름답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을 주변에서 자주 만납니다. 저보다 12살 더 많은 같은 소띠의 만82세 아랫집 수녀님도 바로 이런 분입니다. 제 좋아하는 '소'도 '소나무'도 둘 다 소씨입니다. 

 

이 노수녀님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늘 새날을 사는 분입니다. 5년전부터 지금까지 매일미사에 나오는 본기도, 제1독서, 복음, 영성체후 기도를 필사 묵상하며 준비한 후 미사에 참석하는 분입니다. 처음에는 입당송부터 영성체후 기도까지 모두 쓰셨다가 얼마전부터는 바꿨다 합니다. 

 

제가 산티아고 순례중 한결같이 썼던 매일 강론에 감동의 충격으로 쓰기 시작한 성서 필사가 5년이 되니 대학노트 열권이 넘었다 합니다. 참으로 나이에 관계 없이 순수와 열정의 수녀님입니다. 며칠 전에는 고백성사 보러 오시면서 손수 마련하신 성령 칠은 뽑기도 선물하셨습니다. 하여 저절로 솟아나는 동지애同志愛에 고백성사후 사죄경을 드린 후, “수녀님 안아 드리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고 강복후 안아 드렸습니다. 

 

또 하나 소개 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참으로 당당하게 제향기를 발하며 살아가는 분입니다. 자매님의 남편은 26년전 1993년 폐암으로 투병중 1년 요셉수도원에 다니다 요셉상 앞에서 선종하신 분입니다. 그 이후 한결같이 전천후로 요셉수도원 봉사를 하신 참으로 신심깊은 자매님입니다. 수도원 제의방 청소는 물론 성작수건, 주수수건 세탁해 오기 무려 30년이 가까워지니 수도원과 역사를 함께 하는 분입니다. 

 

요셉상 주변도 온갖 야생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니 바로 이 자매의 한결같은 정성과 신심을 보여줍니다. 27년전 요셉상 앞에서 선종한 남편은 아내를 하느님의 집 수도원에 선물했고 고인이 된 형제는 날마다 아내가 가꾼 화사한 꽃으로 부활합니다. 요셉상 주변을 보며 쓴 글도 생각납니다. 요셉상을 배경으로 화사하게 피어났던 연상홍을 보며 오래전 써놨던 글입니다.

 

-“얼굴은 고요해도/가슴은 타오르는 불이다

붉게 타오르는 연상홍 배경의/성 요셉상!"-

 

다음은 얼마전 써놨던 글입니다.

 

-“늘/주님 안에

 깊이/항구히

 정주하면/온갖 좋은 것들

 배경이/되어 주신다!”-

 

바로 앞에 예로든 분들이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 주신 제자리에서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로 한결같이 정주하며 참으로 사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감사, 감동, 감탄의 삼감의 마음이 솟아나게 하는 분들입니다. 원망, 절망, 실망의 삼망의 어둠은 일체 발붙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새벽에 읽은 말마디도 참 좋았습니다.

 

-사제의 삼덕 ‘우직/묵직/눌직’

“무슨 일을 처리할 때는 우직愚直(고지식하게), 묵직黙直(말없이 신중하게), 눌직訥直(어눌하나 정직하게)하게 행하라”-

관헌들의 집요한 추격과 탄압을 피하느라 고생하던 해월 최시형 선생이 강론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오늘 화답송, "주님, 올곧은 이는 당신 얼굴을 뵈오리다." 에서 올곧은 이가 지칭하는 바 이런 삼덕의 사람들입니다. 삼덕의 삼직에 솔직率直(바르고 꾸밈이 없음)과 충직忠直(충성스럽고 정직함)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얼마전 영화계의 노벨상이라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미카엘) 형제의 삶도 감동입니다. 팔에 가슴에 영화에 등장하는 초록색 나뭇가지의 문신이 있다 합니다. 영화를 새기고 다니는 영화인의 몸이라는 것이니 얼마나 치열한 삶인지요. “황금종려상 수상 빨리 잊혔으면---” 하나의 장르가 된 봉준호 미카엘 형제에게 칸은 과거입니다. 그는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말합니다.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두고 역동적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로 제자리에서 참으로 사는 봉미카엘 형제입니다. 

 

참으로 살아야 합니다. 죽는 날이 바로 묻히는 날이어야 합니다. 죽는 그날까지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로, 영원한 배움의 주님의 학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바로 이의 빛나는 모범이 복음의 수제자 베드로, 애제자 요한, 그리고 사도행전의 빛나는 사도와 선교사의 모범 바오로입니다. 세분의 모습이, 색깔이, 향기가 다 다릅니다. 다 다르지만 세분의 주님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예수님의 분신같은 분들입니다.

 

오늘로서 부활시기가 끝나고 내일 주일은 성령강림대축일이후로는 연중시기입니다. 오늘 요한복음도 끝나고 사도행전도 끝나면서 뚜렷이 부각되는 세 사도가 대미를 장식합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요한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접고, 한눈 팔지 말고 베드로 네 일에 충실하며 "나를 따라라"는 주님 말씀입니다. 흔히 참견하며 간섭하는 이들에게 “너나 잘 해!”, “너가 뭔데!” 직설적이나 답일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괜찮아!”, “그게 현실이지!” 서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요 지혜일 수 있습니다. 서로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둘 때 공동체의 평화입니다. 이것은 무관심이나 방치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무한한 인내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도행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바오로의 모습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지요.

 

세상의 중심지 로마가 이제 바오로의 로마선교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교의 중심지가 되기 시작했음을 알립니다. 로마 셋집에서 만 이년 머무는 동안 찾아 오는 모든 사람을 환대하며,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치는 그리스도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주님 안에 늘 정주했기에 주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한 바오로 사도입니다. 베드로, 요한, 바오로, 비교가 어불성설입니다. 모두가 그 고유의 주님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도들입니다. 

 

자존감이 약할 때 비교로 인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이웃을, 나를 사랑할수록 자존감 높은 삶에 정체성 또렷한 삶입니다. 참으로 제자리에서 제모습, 제색깔, 제향기로 제 고유의 삶을 살아 갈 때 예수님을 닮아 아름답고 매력적인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6.08 08:12
    참으로 주님을, 이웃을, 나를 사랑할수록 자존감 높은 삶에 정체성 또렷한 삶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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