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수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민수6,22-27 갈라4,4-7루카2,16-21

 

 

 

축복 받은 우리들!

-영광과 평화, 침묵과 관상, 찬미와 감사-

 

 

 

축복 받은 우리들입니다. 무지로 눈멀어 불행이지 눈만 열리면 어디나 하느님의 선물에 우리 모두 축복 받은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사랑하는 두 형제로부터 받은 두장의 축복 가득 받은 가족 사진 안의 모습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축복 가득 받은 모습들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어제의 끝은 오늘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늘은 경자년庚子年 2020년 새해 첫날이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요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참 가슴 벅차게 축복 가득 받는 날입니다. 경자년은 ‘하얀 쥐의 해’입니다. 흰쥐는 쥐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 능숙하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2020년 새해 첫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새벽 성무일도시 다음 아름다운 화답송 후렴과 찬미가로 복된 하루를 열었습니다.

 

-“동정이신 모친 마리아를 공경하며, 그의 아들 주 그리스도께 조배 드리세.”-

 

-“1.이사이 뿌리에서 꽃이 피었고 그가지 보람되이 열매맺었네

    동정녀 아기가져 아들났어도 언제나 동정으로 어머니로다

 

  2.빛살을 지어내신 빛의 창조주 구유도 마다않고 누워계시네

   일찍이 성부함께 하늘 내신분 아기로 모친품에 안겨 계셨네”-

 

올해 성탄절과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참 많이 보낸 수도원 왼쪽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조형물 사진이었습니다. 벌거벗었던 예수님을 담요로 싼 모습이 참 따뜻하여 다시 찍어 또 여러 분들에게 다음 축하 메시지과 함께 전송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님, 주님, 성가정의 축복 인사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 기도 역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어 더욱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해마다 바치는 기도지만 부를 때 마다 늘 새롭습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

 

우리의 소원에 응답하여 주님은 오늘 제1독서 민수기 말씀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한분한분을 축복하십니다.

 

-“1.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2.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3.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참으로 새해 첫날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축복 가득 받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복덩어리 존재가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당신 아드님의 영을 보내 주시어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요,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상속자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종이, 죄의 종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하느님의 자녀들이요 참 자유인들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의 자유인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바로 감사의 응답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와 목자들처럼 사는 것입니다.

 

첫째, 영광과 평화입니다.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구유 주변에 모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줍니다. 무슨 말입니까? 바로 주님 성탄때 하늘로부터 들려온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평화!”

 

바로 탄생하신 예수님의 존재이유는 물론 우리의 존재이유를 말해 줍니다. 영광과 평화는 구원의 양면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위로 눈들어 하늘을 보면 우선 ‘영광’을 생각하고 아래로 땅의 사람들을 바라보면 ‘평화’부터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일에 영광받으소서” 수도원 정문 바위판에 새겨진 분도수도자들의 모토도 생각납니다. 

 

오늘은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평화가 되어 살 때 하느님께는 영광이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평화의 복을 풍성히 내려주십니다.

 

둘째, 침묵과 관상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 사랑의 표지가 침묵과 관상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침묵이요 관상입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잘 귀기울여 경청하기 위한 침묵이요 침묵에 이어 관상입니다. 참으로 침묵과 관상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너무나 내면 세계가 얕고 가볍기 때문입니다. 깊이와 무게가 없습니다. 그러니 인격적 응답이 아닌 감정적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담아 둘 수 있는 깊이와 넓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침묵과 관상의 모범이, 참으로 바다처럼 크고 깊고 넓고 고요한 내면을 지닌 분이 성모 마리아입니다. 모두가 놀라워 하며 피상적 반응을 보일 때 성모 마리아는 달랐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관상의 모범이,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모범이 성모 마리아입니다. 무엇보다 성모님께 침묵과 들음, 관상의 덕을 배워야 합니다.

 

문득 에코백이 생각납니다. 제가 요즘 외출 때 들고 나가는 것은 가방이 아니라 에코백입니다. 참으로 내면은 에코백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든 이것 저것 다 들어가고 무엇이든 넣기 쉽고 찾아 꺼내기도 쉽습니다. 꼭 큰 보자기처럼, 얼마나 넉넉하고 편한지 모릅니다. 정해진 굳어진 틀이 없고 유연해서 그럴 것입니다. 

 

군자불기君子不器란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군자는 그릇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그릇이란 종지, 사발, 항아리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어 서로 통용될 수 없는 물건을 말합니다. 바로 성모 마리아의 내면이 이러합니다. 군자불기, 에코백처럼 참 넉넉하고 편안한 침묵과 관상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입니다.

 

셋째, 찬양과 찬미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응답이 찬양과 찬미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의 선물이요 이에 대한 자연발생적 반응이, 사랑의 응답이 찬양와 찬미입니다. 사랑의 찬미입니다. 끊임없는 찬양과 찬미가 있어 겸손입니다. 겸손이야 말로 배우는 학인의 기본 자세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는 물론 믿는 이들 모두가 찬미의 사람입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사실 찬미의 기쁨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맑고 밝은 순수한 기쁨의 찬미는 내적 활력의 원천입니다. 오늘 복음의 목자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했을지 몰라도 영적으로는, 아니 총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부자였습니다. 

 

정말 에코백같은 내면의 부자가 목자들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축복받은 목자들입니다. 모두가 잠든 밤, 맨처음 깨어있다가 예수님 탄생의 축복 소식을 들은 목자들이요, 다시 주님의 성가정을 방문해 예수 아기와 예수님의 양친 마리아, 요셉을 친견親見하는 축복을 받은 목자들입니다. 다음 복음의 묘사가 목자들의 기쁨을 압축 요약합니다.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얼마나 아름다운 뒷모습인지요! 마침내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 합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예수’라는 이름의 구원자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대로 우리의 감사와 감격의 마음을 대신하여 고백합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하여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큰 축복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우리의 신원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에코백이 상징하는 것처럼 내면은 참으로 넉넉하고 편안했으면, 너그럽고 자비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강론을 통해 그 답을 주셨습니다. 바로 1.영광과 평화의 사람, 2.침묵과 관상의 사람, 3.찬미와 찬양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새해 첫날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1.01 08:22
    사랑하는 주님, 저희가 주님의 자녀로 주님 말씀을
    모시는 지금 이자리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올 한해 항상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모시고 주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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