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9.연중 제6주간 수요일                                                            야고1,19-27 마르8,22-26

 

 

 

개안開眼의 여정

-말씀의 경청敬聽과 수용受容, 그리고 실행實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 어제의 향기로운 만남을 잊지 못합니다. 거의 20년만에 만난 화가 조광호 신부님입니다. 수도원을 방문한 신부님과 오후 잠시 집무실에서 대화후 셀카 사진도 찍었습니다. 한결같이 정진해온 구도자의 풍모였습니다. 작년 ‘여여如如의 창窓과 관조觀照;homo contemplans’하는 인간’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갖기도 한 분입니다. 새삼 편견偏見이나 선입견先入見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바로 제대로 보는 정견正見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인간정신의 세계도 다를 바가 없다. 인식의 창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와 목적이 정해진다. 올바로 봄, 정견正見은 지혜의 출발점이요, ‘실상을 있는 그대로 봄’에서 모든 종교적 가치가 형성되고 철학과 예술이 시작되고 전승된다.”

 

전시회 팜프렛에서 인용한 글귀입니다. 영성생활에서도 참으로 잘 보는 것은 결정적입니다. 또 어제 오랜 만에 만난 어느 자매가 보내 준 메시지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역시 삶의 현장에서 구도자적 자세로 치열히 살아가는 분입니다.

 

-“오늘, 잠깐 신부님의 얼굴 뵐 때, ‘영원속의 시간’적인 존재, 인간이란 글귀가 떠올랐어요! 칠순까지 한마음이셨으니 신부님, 성공하신거예요! 와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두 분과의 참으로 유쾌한 만남의 기분 좋은 여운이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참으로 깨어 정진하는 영적 삶의 모습들은 어디서나 아름답습니다. 육신은 노쇠해가도 영혼은 날로 새로워져야 할 것이고 여기서 ‘봄見’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과연 날로 내적으로 깊어지고 넓어지는 심안心眼이요 영안靈眼인지 살펴보게 합니다. 수도원 경내의 나무들이 30년이 지나니 거목巨木이 되었는데 과연 내 내적 삶도 그렇게 성장했는지 자주 성찰하곤 합니다. 영적성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삶의 실상을 보는 눈입니다. 

 

오늘 복음은 벳사이다의 눈먼 이가 주님을 만나 치유되어 점차 눈이 열려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이 ‘개안의 여정’입니다. 제1독서의 야고보 사도가 고맙게도 개안의 여정에 구체적 처방을 제시해 줍니다. 개안의 여정, 오늘 복음을 만날 때면 기분 좋게 택하는 강론 주제입니다. 반복됨에 개의치 않습니다. 기분 좋고 의미 깊은 주제는 반복하여 깊이 각인시키는 것이 영적으로도 유익합니다. 

 

어제의 ‘깨달음의 여정’과 일맥상통합니다. 주님을 만나 눈이 열려가는 눈먼이의 개안의 과정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지요! 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심으로 점차 영적 시력을 회복하는 우리들입니다. 이런면에서 불가식佛家式으로 말해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아니라 돈오점수頓悟漸修가 맞습니다.

 

‘그분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그대로 개안의 여정을 상징하는 오늘 복음의 일화입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이라면 날마다 주님을 만남으로 끊임없이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날로 깊어지고 넓어지는 내적시야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개안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을까요? 경청敬聽입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분노하지 않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대로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분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모든 더러움과 넘치는 악을 다 벗어 버리고 우리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성서의 예수님 시대나 지금이나 정도나 양상의 차이일뿐 도처에 널려 있는 더러운 영에 들려 있는 사람들이요 영적으로 눈먼 이들입니다. 바로 말씀의 경청이 얼마나 영혼의 정화와 성화에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말씀의 경청에 이어 우리 안에 심어진 말씀의 겸손한 수용입니다. 이어 말씀의 실행이요, 참으로 말씀의 항구하고 충실한 공부와 실행이 우리의 개안의 여정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말씀에는 우리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말씀을 실천에 옮겨 실행하는 사람은 자기의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말씀의 경청과 수용, 그리고 실행을 통해 주님을 만남으로 깊은 신심을 지니게 되고 날로 눈이 열려 밝아지고 맑아지는 심안이요 영안입니다. 더불어 필히 유념해야 할 것은 혀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며, 야고보 사도의 다음 말씀을 깊이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누가 스스로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혀에 재갈을 물리지 않아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사람의 신심은 헛된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실로 눈이 열린 이런 신심 깊은 이가 각자覺者입니다. 또 이렇게 살아야 성공적 개안의 여정입니다. 필자도 예언자의 전통에 따라 참된 경신례와 약자들을 위한 의로움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참으로 우리가 개안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신심은 더욱 깊어지고, 더불어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 대한 사랑 실천도 더욱 깊어질 것이며, 날로 성화聖化되어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더러운 영들을 말끔히 몰아내시고 영적 시력을 회복시켜 주시며 개안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하여 주소서.”(에페1,17-18). 아멘.

 

  • ?
    고안젤로 2020.02.19 08:49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매일 주시는 말씀으로 오늘 하루의 여정속에서 항상 주님을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42 “나를 따라라” -더불어(together) 주님을 따름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2024.2.17.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7 94
3341 참된 단식 -하느님께서 좋아하는 단식-2024.2.16.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6 168
3340 삶은 선택입니다 -짐이 아닌 늘 선물 인생을 사십시오- “생명의 길, 행복의 길, 구원의 길, 성인의 길”2024.2.15.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5 155
3339 하느님 중심의 참된 삶 -“회개하라, 사랑하라, 진실하라”-2024.2.14.재의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4 150
3338 깨달음 예찬 “무지에 대한 답은 깨달음뿐이다” -깨달음의 은총, 깨달음의 사랑, 깨달음의 훈련, 깨달음의 여정-2024.2.13.연중 제6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3 151
3337 예닮의 여정 -무지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이다- “행복하여라, 지혜로운 이들!”2024.2.12.연중 제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2.12 143
3336 치유의 구원 -갈망과 찾음, 만남과 치유, 선포와 영광-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2024.2.11.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프란치스코 2024.02.11 133
3335 성화의 여정 -존엄한 품위의 삶- “감사하십시오, 겸손하십시오, 깨어 있으십시오”-2024.2.10.토요일 설 프란치스코 2024.02.10 155
3334 들어라! -“에파타(열려라)!”-2024.2.9.연중 제5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9 140
3333 하느님 중심의 정주 영성과 믿음의 -한결같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한 삶-2024.2.8.연중 제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8 141
3332 하느님 중심의 마음 관리 “회개의 여정, 자아초월의 여정”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부단한 선택-훈련-습관'의 평생과제이다 2024.2.7.연중 제5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7 150
3331 “하느님은 어디에서 사시는가?” -존엄한 품위의 우리 안에, 우리와 더불어- “우리가 바로 성전입니다”2024.2.6.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25위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6 126
3330 우리 영혼의 본향(本鄕)이신 예수님 -집에서 집을 그리워함- (homesick at home)2024.2.5.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231-25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5 144
3329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 -찬미의 전사, 복음의 전사, 기도의 전사-2024.2.4.연중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2.04 142
3328 지도자들은 물론 사람들의 필수 덕목 -섬김과 배움, 자비와 지혜-2024.2.3.연중 제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3 124
3327 봉헌의 여정 -한결같은 하느님 중심의 삶-2024.2.2.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프란치스코 2024.02.02 135
3326 하느님 나라의 꿈의 실현 “소유가 아닌 존재론적(存在論的), 시적(詩的)인 복음 선포의 삶“ 2024.2.1.연중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01 115
3325 내 소중한 삶의 성경책 ‘렉시오 디비나’하기 -날로 썩어가는 부패인생이 아닌, 날로 익어가는 발효인생을 삽시다- “끈임없는 기도와 회개, 배움의 겸손한 삶”2024.1.31.수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31 147
3324 하느님 중심의 믿음 -믿음의 여정, 믿음의 훈련, 믿음의 전사- “하루하루 ‘믿음으로’ 살았습니다”2024.1.30.연중 제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30 151
3323 지상 천국의 온전한 삶 -하느님 중심의 정주(定住)와 믿음과 사랑-2024.1.29.연중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9 1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