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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7.사순 제4주간 화요일                                                                                                                             에제47,1-9.12 요한5,1-16


                                                                                                     사랑의 유배(流配)


내 안식년은 광야순례여정의 기간이었습니다. 자주 나는 웃음지으며 이를 하느님 친히 특별히 마련해 주신 회개와 보속의 '사랑의 유배(流配)기간(?)'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의 안배에 감격(感激)하고 감사(感謝)합니다. 하여 어제만 해도 짧은 자작시 2편을 지었습니다.


-1.주님, 당신만 바라 봐도 


하늘과 산/주님, 당신만

바라 봐도 살것 같다


족하다/행복하다

더 바랄 것 없다


내려 놓으니/비워 버리니

이렇게 편하고 자유로울 수가!


제자리에/돌아오니

세상이 안정되었다-


-2.지금 여기


떠났다/지났다

삶은/흐르는 강이다

지금/여기를 살자


내 집무실 책상 좌우 편의 배치가 의미심장합니다. 오른쪽 벽 게시판에는 내 사랑하는 도반인 빠코미오 원장수사가 내 귀원을 환대하며 만들어준 '안식년 순례여정-이수철프라치스코수사 무사귀원-'이란 게시물이 붙어있고, 게시판 왼쪽 면은 산티아고 순례를 상기시키는 여러 자료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책상 오른쪽의 배치입니다. 상단 중앙에는 '돌아온 탕자를 얼싸안고 있는 자비하신 아버지'의 렘브란트 그림이, 그 하단 왼편에는 '예수 아기를 안고 있는 성모님'이, 그 하단 오른편에는 '산티아고 순례'때의 배낭과 그 위에 미사가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으로 상징성이 깊은 배치로 얼마전의 기발한 착상입니다. 늘 기억하고 싶은 나의 갈망에 주님은 이런 배치의 영감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배낭과 미사가방에 대한 내 애착이 참으로 큽니다. 늘 순례여정임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요, 하느님 주신 평생 지고 가야 할 내 운명의 '선물'이자 '짐'인 십자가를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주님을 등에 업고 가듯이 산티아고 순례 때에 꼭 내 십자가를 상징하는 배낭에 미사가방을 넣고, 신들린 듯이 걸으며 매일미사를 봉헌하며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늘 끊임없이 되뇌었던 기도문은 다음 시편 구절입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시편122,1)

사실 산티아고 대성전에 가까울수록 설레는 마음에 뛰듯이 걸었습니다. 어제 오늘 복음 묵상 중 이 모든 것의 의미가 다음 한 구절로 다 풀렸습니다.


"Rise, take up your mat, and walk,“

(일어나 네 요를 걷어 들고 걸어가거라)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읽었기에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즉시 연상된 것이 루카 복음(6,23)의 말씀이었습니다.

"If anyone wishes to come after me, he must deny himself and take up his cross daily and follow me“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 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그대로 오늘 복음의 38년동안 벳자타 못가 옆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하신 주님 말씀과 일치합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deny)' 대신 '일어나(rise)'란 말로, '네 요를 걷어 들고(take up your mat)' 대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take up his cross daily)'란 말마디로, '걸어가거라(walk)' 대신 '나를 따라라(follow me)'란 말마디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과거의 온갖 부정적 아픈 추억들을 말끔히 버리고, 불운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 버리고(deny), 벌떡 일어나(rise) 부활하여 주님과 함께 날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라는 말씀입니다. '걸어가라(walk)'란 말은 '나를 따라라(follow me)'란 말씀으로 구체화됩니다. 막연히 살아가는게 아니라 십자가를 상징했던 '요(mat)'를 버리지 말고, 잊지 말고 늘 보면서 살라는 말씀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달고 있는 노란리본처럼  말입니다. 하여 얼마 동안이 될지는 몰라도 나는 오늘 복음의 병자의 '요(mat)'대신 산티아고 순례 때의 '배낭(knapsack)'을 늘 놓고 보려고 집무실 한편에 놓아 두었습니다.


아, 오늘 복음 말씀은 38년 누워있던 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진짜 벳자타 못은 '생명의 샘'이신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에제키엘이 환시 중에 보았던 '생명수의 강'의 시원(始原)인 '주님의 집'은 바로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오늘 1독서 에제키엘서의 후반부 말씀이 참 은혜롭습니다. 그대로 세례성사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물이 성전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주님의 성사의 은총이 참으로 놀랍고 풍요롭습니다. 우리 영혼의 식(食)과 약(藥)이 되는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다시 새롭게 살아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전시켜 주시며 사랑 가득 담긴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네 십자가를 지고 날마다 나를 따라라(Rise, take up your cross daily and follow)."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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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3.17 05:51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화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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