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7.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사도20,28-38 요한17,11ㄷ-19

 

 

 

진리 말씀으로 거룩해지는 삶

-악惡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성聖-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감동적인 고별사가 계속됩니다. 삶이 거룩하고 아름다우니 고별사도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제자들을 위한 고별기도를 통해 예수님의 삶과 마음이,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위한 고별사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삶과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떼들을 잘 보살피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을 양떼의 감독으로 세우시어, 하느님의 교회 곧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피로 얻으신 교회를 돌보게 하셨습니다.”

 

적은 안팎에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유혹도 있지만 내부로부터의 분열도 있습니다. 참으로 책임자뿐 아니라 각자, 주님의 양떼들은 물론 자신을 깨어 잘 보살펴야 합니다. 예나 이제나 악의 유혹에 직면한 인간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이어지는 바오로 사도의 작별인사도 감동적입니다.

 

“내가 삼 년 반 동안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 두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삶입니다. 얼마나 하느님을 그리고 에페소 교회 신자들을 사랑한 바오로의 삶인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참으로 하느님과 은총의 말씀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산 바오로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그대로 진리에 의한 거룩한 삶은 그의 자급자족적 삶을 통해 그대로 입증됩니다. 얼마나 신자들과 혼연일체의 삶을 살았는지 작별인사후의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였다. 그들을 모두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 과연 이런 작별의 체험이 있으신지요? 예전 졸업식 때 엉엉울던 초등학교 제자들이, 또 학년을 마쳤을 때 제 고별사에 눈물 짓던 제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또 예전 마인라도 수사님이 장례식때 울었던 수많은 분들도 생각납니다. 

 

매일 작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을 앞뒀다 생각하고 고별기도를, 고별사를 미리 작성하여 써 붙여 놓고 매일 읽어보며 삶을 추스르는 것도 영적 삶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과연 지금 고별기도를 바친다면 어떤 고별기도를, 고별사를 쓴다면 어떤 고별사를 쓸 수 있을런지요. 아주 예전 써놨던 ‘하늘길’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참 많이도 굽었다 

하늘빛 찾아 가는 길 순탄대로 곧은 길만은 아니다

첩첩의 장애물 나무들옆 좁은 틈바구니

하늘빛 찾아 이리저리 빠져나가보니 참 많이도 굽었다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다

거룩한 아름다움이다 살아있음이 찬미와 감사다

하늘빛 가득 담은 소나무야!”-2001.4.21

 

치열한 영적 삶을 살았던 바오로 사도의 내면도 이와 흡사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참으로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희구하며 써놨던 '들꽃같은 삶'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살아있음이 기쁨이요 행복이다 

들꽃같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물주지 않아도 거름주지 않아도 가난한 땅에서들 무리이루어 잘도 자란다

작고 수수하나 한결같이 맑고 곱다

탈속의 아름다움이다 

최소한의 자리, 양분, 소비의 가난이지만 하늘 바람에 유유히 휘날리는

샛노란 별무리 고들빼기꽃들 참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가난한 부자다 들꽃같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다”-2001.5.20

 

참으로 무소유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의 삶이 이러하셨을 것입니다. 온전히 하느님 아버지를 향할 때 이런 내적가난과 자유의 삶이요 온전히 이웃과 하나된 사랑의 삶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위한 기도는 구구절절 감동이요 진리입니다. 이런 고별기도에 제자들은 물론 바오로 사도 역시 결정적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이들도 우리와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세상에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금과옥조의 살아있는 진리 말씀입니다. 우리의 신원이 환히 드러납니다. 은총의 말씀에 교회 원로들을 맡긴 바오로처럼 진리 말씀에 제자들을 맡기는 예수님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진리의 아름다움, 진리의 기쁨입니다. 아름다운 진리가 충만한 기쁨을 살게 합니다. 하여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진리의 연인’이 될 것을 희구했고,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진리의 협력자’로 살기를 소망했으며 두분 다 진리를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참으로 진리에 대한 사랑이 그들 삶의 전부였습니다. 

 

악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세상에 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진리로 거룩해지는 삶 하나뿐입니다. 말씀이 진리입니다. 진리 말씀의 부단한 실천으로 날로 진리이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새삼 렉시오 디비나의 부단한 수행을 통한 진리 말씀과의 일치가 영적 삶에 얼마나 본질적이요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요한복음 로고스 찬가중 다음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1,14)

 

우리가 진리의 말씀으로 거룩해져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은총과 영광 충만한 삶이 됩니다. 사면초가 악에 포위된 상황속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출구’는 진리의 예수님뿐이요, 악을 무력화無力化할 수 있는 것도 진리로 거룩해져 예수님을 닮아가는 길뿐임을 깨닫습니다.

 

“악에서 지켜 주십시오”에 대한 답은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하나뿐입니다. 진리로 거룩해지는 삶만이 악으로부터의 보호는 물론 세상에 속화俗化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성화聖化시킬 수 있습니다. ‘착한 신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룩한 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거룩함의 불꽃만이 악을 태울 수 있으니 바로 거룩한 전례 은총입니다. 

 

그러니 ‘악惡’에 대한 처방은 거룩할 ‘성聖’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도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라 하셨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책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심으로 날로 당신을 닮아가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소서.”(요한17,17). 아멘.

 

 

 

  • ?
    고안젤로 2020.05.27 11:54
    "주님도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라 하셨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책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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