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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연중 제33주간 월요일

 1마카1,10-15.41-43.54-57.62-64 루카18,35-43

 

 

 

개안開眼의 여정

-갈망, 만남, 개안, 따름-

 

 

 

오늘 복음은 작은 복음서라 일컬을 만큼 상징들로 가득하고 의미들 또한 풍부합니다. 흡사 미사 장면을 압축한 듯합니다. 이 복음을 묵상하면 으레 떠오르는 주제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끊임없이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육안 즉 ‘육신의 눈’은 점차 어둬져가도, ‘마음의 눈’ 즉 심안은, ‘영혼의 눈’ 즉 영안은 날로 밝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 성장이요 성숙일 것입니다. 과연 날로 밝아지는 우리의 심안이요 영안인지요? 

 

예리코의 길가에 앉은 어떤 걸인 소경이 상징하는 바, 눈먼 불쌍한 우리 중생들입니다. 주님을 만나기 전 모든 눈먼 무지의 불쌍한 인간들을 상징합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무지의, 몽매蒙昧한 눈뜬 소경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길가에 앉아 길이신 주님을 만나길 갈망하며 구걸하던 걸인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은 그대로 믿음의 표현입니다. 영성생활의 원동력이 바로 이런 주님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요 열망입니다. 이런 주님께 대한 갈망이, 열망이, 열정이, 그리움이 없으면 애당초 영적 삶은 불가능합니다. 

 

하여 하느님만을 찾는 우리 수도자를 하느님의 사람, 갈망의 사람, 그리움의 사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참으로 갈망의 불, 열정의 불이 꺼지지 않고 끊임없이 타오르도록 하는 것이 우리 수행의 요체입니다. 

 

믿음의 갈망으로 주님을 찾을 때 주님을 만납니다. 예리코의 소경, 주님을 간절히 찾는 열망의 믿음이 없었다면 주님은 그대로 길을 지나쳤을 것입니다. 눈은 멀었지만 갈망의 귀는 활짝 열려 있던 걸인 소경은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말을 듣는 순간, 전광석화 주님께 자비를 청합니다. 

 

바야흐로 주님과의 감격적 만남과 개안의 과정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오늘 복음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기도 하고 미사장면같기도 합니다. 그대로 눈먼 걸인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참 좋은 구원의 이름은 ‘예수님’ 하나뿐입니다. 하여 기도의 스승들은 사랑 가득 담아 ‘예수님 이름을 부르는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라 권합니다. 바로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네 단락으로 이뤄진 기도문을 호흡에 맞춰 끊임없이 반복하라는 것입니다. 

 

눈먼 걸인은 잠자코 있으라는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자비송을 반복합니다. 그대로 화산처럼 터져나오는 소경의 갈망의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걸음을 멈췄고 그를 부르시며 묻습니다. 그대로 미사중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물음입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눈먼 걸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생 화두와 같은 물음입니다. 과연 이런 주님의 단도직입적 물음에 무엇이라 답하겠습니까? 정말 예리코의 눈먼 걸인처럼 갈망의 사람이라면 답은 바로 다음 하나뿐 일 것입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보다 중요한 소원은 없습니다. 무지의 눈을 열어달라는 간청입니다. 흡사 선사들이 주고 받는 선문답같이 이심전심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쾌합니다.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제대로된 심안으로, 영안으로, 편견없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보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제대로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보아 잘 분별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갈망의 믿음으로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져 주님을 만남으로 눈이 열린 걸인 소경입니다. 다시 보게 된 걸인 소경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기쁘게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걸인 소경의 ‘갈망-만남-개안-따름’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면은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주님을 보라 있는 눈이요, 주님을 찬양하라 있는 입이며, 주님을 따르라 있는 발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평생 길가에 앉아 눈먼 걸인으로 헛된 삶을 살 수 뿐이 없을 것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 걸인 소경입니다. 이젠 눈 먼이도 아니고, 걸인도 아니고, 길위에서 머물지 않아도 됩니다. 평생 도반이 되신 길이신 주님과 더불어의 여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의 모습같습니다.

 

한 두 번의 개안으로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매일 평생 죽는 그날까지 계속 심안이, 영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이라야 할 것입니다. 개안의 여정과 더불어 날로 깨달음도, 주님과의 일치도 깊어지면서 내적 시야도 넓고 깊어질 것이고, 날로 너그럽고 자비로워짐으로 참으로 자유로워지는 자유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이래야 세상 안에 살면서도 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하며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마카베오상권에 나오는 유대인들은 두 부류로 나눠집니다. 이교 풍습에 동화되어 정체성을 잃는 무리들과, 끝까지 온갖 박해를 감수하면서 자기 전통과 종교관습을 지킴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부류입니다. 

 

오늘 날 역시 흡사합니다. 세상 우상들은, 이념들은 얼마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지요! 물질주의, 소비주의는 물론 온갖 이념들로 인한 세속화로 정체성을 상실하면 즉 소금이 맛을 잃으면, 빛이 빛을 잃으면 그대로 존재 이유의 상실일 것입니다. 

 

바로 끊임없는 개안의 여정을 통해 정화되고 성화되는 우리의 존재가, 또렷해 지는 신원의식과 분별의 지혜가 우리를 세상에 속화되지 않고 세상의 빛이자 세상의 소금으로서 세상을 성화하면서 살게 할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개안의 여정에 충실하고 항구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개안의 여정에 매일 미사은총보다 더 결정적 도움이 되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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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11.18 07:38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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