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선포의 삶 -기도(신비가), 공부(학자), 일(선교사)-2020.10.18.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연중 제29주일;전교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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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연중 제29주일;전교주일)

이사2,1-5 로마10,9-18 마태28,16-20

 

 

 

복음 선포의 삶

-기도(신비가), 공부(학자), 일(선교사)-

 

 

 

오늘은 제94차 전교주일입니다. 마침 10.18일자 가톨릭신문 10면은 온통 한국가톨릭학술상 특집 기사중 본상 수상작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을 번역한 성염(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에 관한 기사로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교회문헌을 번역한다는 것은 복음 전파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번역은 제게는 선교소명과도 같지요.”

 

선교는 교회의 생명이자 존재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각자 제 고유의 삶의 자리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일이 신자들에게는 본질적인 일임을 깨닫습니다. 책 한권을 번역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교부문헌등을 비롯해 성염 선생이 선보인 번역서만 무려 100여권입니다. 요즘에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성무일도를 바친 직후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을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합니다. 

 

1942년 생이니 만78세의 노령에도 한결같이 노력하는 ‘영원한 현역’의 학자이자 선교사입니다. 성염 선생은 2013년 8월 정요한 수사가 선종한 후 수도원에 위로인사차 부부가 방문하여 주일미사후 대화를 나눈 적이 있고, 마침 제 ‘새벽’이란 시가 좋다하여 적어 드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새벽 숲/온갖 새들 맑은 소리

임의 찬미에 밝아오는 아침/물러나는 어둠/잠깨는 숲/새로 시작되는 하루

새벽을 잃으면/하루 전부를 잃는다”-2001.5.29.

 

오늘 교황님의 전교주일 담화문중 마음에 와 닿은 내용입니다. 

“파스카 신비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는 상처받은 우리 인간을 치유하고 온 우주에 흘러 넘칩니다. 세상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보편 성사인 교회는 역사 안에서 예수님의 사명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으며 모든 곳으로 파견됩니다. 선교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자유롭고 의식적인 응답입니다. 우리는 당신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과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을 때만, 이러한 부르심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의 사명 수행에 앞서 예수님과의 인격적 사랑의 관계가 본질적임을 깨닫습니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한 코로나 19 감염병등 국내외 상황이 급박하고 심각합니다. 복음 선포의 삶에 필히 함께 고려 해야할 생태적 회개의 삶입니다. 

 

“회개하여라. 대재앙이 가까이 왔다”

가슴을 친 기사 제목과 더불어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한국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 교서 제하에 참회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온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여라’(마태28,18-20참조)는 교회의 선교사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만,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과 피조물들의 고통에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힘있는 이익집단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희생되는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지 못했으며, 생태계 파괴 현장을 보면서도 피조물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복음을 선포할 것을 다짐합니다.”

 

요즘의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 할 수 있을까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은 예수님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입니다. 직접 선교활동중인 선교사들과 연대하며 각자 삶의 제자리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정주의 분도 수도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환대를 통한 선교, 바로 우리의 존재론적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얼마전 타계한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의 글중 마지막 결론이 큰 울림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절망스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우리가 옆에 있는 사람하고 잘 지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비상상황일수록 우리가 사람을 더 아끼고, 물자를 더 아끼고, 더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게 천하의 진리인 것 같아요.”

 

바로 복음 선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자세입니다. 금주 ‘시사IN’ 잡지의 표지 제목, ‘젊은 노인의 시대’와 내용중 “노년은 회색이 아니라 무지개 색깔이더군요.”라는 제목도 오늘날의 위기상황에서 나이와 관계 없이 모든 신자들은 온몸의 감각을 동원하여 ‘영원한 현역’의 선교사로 깨어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기도하는 신비가로 사는 것입니다.

바로 이사야 예언자처럼 하늘나라의, 영원한 평화의 비전을, 꿈을 지니고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집이 서있는 산에 밀려 오는 모든 민족의 백성들의 고백을 통해 실현될 비전을 내다보는 이사야 예언자입니다.

“자, 주님의 집에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

이런 하늘 나라의 비전을 지니고 살았던 이사야 예언자요, 바로 우리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하늘 나라의 꿈입니다. 실현되는 꿈이면서도 마르지 않는 샘같은 영원한 꿈의 하늘나라입니다. 바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도하는 신비가로 사는 것입니다. 복음선포의 삶에 첫째 요소입니다.

 

둘째, 공부하는 학자로 사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부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배워야 하는 공부요 우리는  영원한 학인이자 학자입니다. 공부는 우리의 본능적 욕구입니다. 참으로 배워야할 공부중의 공부가 평생 공부인 하느님 공부입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함께 배우며 공부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고 너를 알아가는 공부가 바로 말씀공부요 이에 필히 전제되는 바 겸손입니다. 평화의 공부도 중요합니다. 이사야의 평화의 비전을 오늘 지금 여기에서부터 주님을 모시고 살아가면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야곱의 집안아, 빛속에 걸어가자!”

 

참으로 우리 인류의 영원한 평화의 꿈을 우리 공동체로부터 실현해가는 것입니다. 평화를 이루는 공부보다 더 좋은 공부, 필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가 하늘 나라 영원한 꿈을 새롭게 하고 평화의 꿈을 실현시켜 줍니다. 하느님과의 평화, 피조물 형제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물론 주님은 최고의 배경이자 조력자가 되십니다.

 

셋째, 전문적 선교사로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 잊고 지내는 선교사로서의 신원의식입니다. 정주의 삶을 살다보면 안주의 폐쇠적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웃의 세상에 활짝 열린 개방의 자세로 살아가는 선교사의 삶입니다. 참으로 선교는 우리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바로 선교의 모범이 하느님의 선교사인 예수님이요, 그리스도 예수님의 선교사인 바오로 사도요, 작금의 가톨릭교회의 선교사인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이분들의 본업이 바로 선교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유다인과 그리스인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믿어야 받들어 부를 수 있고, 들어야 믿을 수 있고, 선포하는 사람이 있어야 들을 수 있고, 파견되어야 선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전문적 선교사가 되어 삶의 자리에서 늘 새롭게 파견된 모습으로 사는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로 아름다운 전문적 선교사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닮아 삶자체가 복음이, 하늘나라가 될 때 최고의 전문적 선교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복음선포의 삶에 본질적 요소인 기도하는 신비가, 공부하는 학자, 전문적 선교사로 살 때 온전한 그리스도인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기도하고 공부하고 일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수행자와 선교사로서 세상에 활짝 열린 삶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믿는 이들 모두의 신원입니다. 한국에 54년 동안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성골룸반외방선교회 안광훈 신부의 충고에도 공감합니다.

 

“교회만을 위한 선교는 진정한 선교가 아닙니다. 교회는 세상 구원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말로만 전할 것이 아니라 복음을 몸으로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복음 선포의 삶에 충실한 수행자와 선교사로 살 수 있도록 힘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하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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