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중심의 한 가족 공동체 -기도가 답이다-2020.10.28.수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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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수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2,19-22 루카6,12-19

 

 

 

그리스도 중심의 한 가족 공동체

-기도가 답이다-

 

 

 

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열두사도중 끝부분에 나오는 ‘열혈당원이라고 불리는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로, 열두사도들중 존재감이 약해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복음 선포에 제 몫을 다하다가 페르시아 지역에서 순교한 두 사도입니다. 참 다양한 열두 사도의 면면을 통해서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의 전형을 보는 듯 합니다. 복음 서두 말씀의 느낌이 강렬합니다.

 

“그 무렵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아주 예전부터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예수님은 타볼산에서 하느님을 만나 변모하셨고, 우리는 불암산 기슭 요셉 수도원 성전 미사중 하느님을 만납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날 때 위로와 치유, 기쁨과 평화의 선물이요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기도가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 깨닫습니다. 특히 열두 사도를 부르시는 중대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중에서도 기도의 중요성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어제 받은 편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신지요? 교통 사고 나셨다는 말 듣고 걱정했고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특히 건강 유지 잘 하셔야 됩니다. 많은 이들이 신부님 기도로써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저뿐입니까? 우리 수도자들의 기도로 사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날마다의 미사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많이 달려있는지요! 새삼 ‘하느님의 사람’, ‘기도의 사람’으로서의 우리 수도자의 신원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산에서 밤샘 기도후 즉시 제자들 가운데 열둘을 뽑으시어 사도로 부르십니다. 그러니 열두 사도들은 말그대로 하느님의 선물이자 예수님의 기도의 열매임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인 열두 사도들은 바로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 모습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열두 사도를 부르신 주님은 사방에서 평지에 모여든 무수한 이들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봅니다. 평지설교가 펼쳐 지기 직전의 장면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것입니다. 나약한 인간의 본질적 두 요소가 잘 드러납니다. 말씀도 듣고 질병도 치유되어야 온전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열두 사도의 부르심에 이어지는 평지에서의 장면은 얼마나 역동적이며 신바람 나는 분위기 인지요!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이들은 낫게 되었고 예수님께 손을 댓던 이들은 그분에게서 나온 힘으로 모두 나았다 하니 기도의 힘, 하느님의 힘임을 깨닫습니다. 그대로 주님 중심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우리 역시 말씀도 듣고 영육의 아픔이나 질병도 치유되길 바라며 미사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 형성에 끊임없이 바치는 우리의 공동전례 기도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하루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 주며 우리 삶의 ‘마지막 보루’처럼 생각되는 공동전례 기도입니다. 비단 수도 공동체뿐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의 주님 중심의 공동체의 일치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기도입니다. 

 

열두 사도의 부르심을 통해 우리 성소의 은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열두 제자를 사도로 부르셨듯이 우리를 당신 제자로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의 은총이 선행했다는 것입니다. 한 번의 부르심이 아니라 매일 우리를 새롭게 부르시는 주님이시며 늘 새롭게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 믿는 이들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제자’와 ‘사도’에 정의에 대해 잠시 나눕니다. 제자는 라틴어 동사 ‘디스체레discere’로 배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평생 배움의 여정중에 있는 주님의 제자들이자 평생학인은 그대로 우리의 신원임을 깨닫습니다. 분도 성인은 이런 수도공동체를 일컬어 ‘주님의 섬기는 배움터’라 정의합니다. 

 

이런 제자들중 복음 선포의 사명을 띄고 파견받은 자들이 사도입니다. 그러니 사도는 모두 주님의 제자이지만 모든 제자가 사도는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별은 오늘의 우리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제자이며 사도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께 배울 때는 제자이지만 미사가 끝나면서 삶의 현장에 파견될 때는 사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안으로는 ‘관상의 제자’이고 밖으로는 ‘활동의 사도’라 칭할 수 있는 우리의 공통적 신원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소개되는 그리스도 중심으로 일치된 공동체의 모습이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이런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 형성에 공동체의 기도는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우리의 신원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한 가족’이라는 말마디가 참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하느님의 한 가족의 교회공동체 모습 또한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신약의 성전은 어느 한 장소에 국한된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로 이뤄진 공동체 성전임을 깨닫습니다. 어디든 교회 공동체가 있는 곳에 그리스도께서 그 중심에 현존하십니다. ‘성자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 성부 하느님의 거처로 지어지고 있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성장, 성숙하는 삼위일체 교회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과연 끊임없이 성장, 성숙하고 있는 그리스도 중심의 우리 수도 공동체인지 성찰하게 됩니다. 참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신의 한 수’와도 같은 형제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또 공동체의 일치와 성장을 위해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함께 바치는 공동전례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 중심의 일치와 성장의 공동체를 이뤄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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