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26.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탈출32,15-24.30-34 마태13,31-35

 

 

 

하늘 나라의 삶

-신망애信望愛의 겨자씨, 신망애信望愛의 누룩-

 

 

 

믿음이 없다면 거기가 지옥일 것입니다.

희망이 없다면 거기가 지옥일 것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거기가 지옥일 것입니다.

지옥이나 천국은 장소보다는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신망애의 관계라면 천국이지만 천국같은 현실에서도 신망애가 심히 결핍된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환경이라면 거기가 지옥입니다. 

 

“모든 이들이 힘든 삶을 사는데 날씨까지 무더워 삶속에서 희망을 잃고 사는 것 같아요! 믿음이 있는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축복이고 은총입니다!”

 

어제 받은 메시지가 생각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고달프고 힘들게 살아갑니다. 하루하루가 영적전쟁입니다. 저 역시 수도원이지만 ‘하루하루’ 하느님만 바라보면서 살아갑니다. 33년 동안 정주의 비결은 우보천리, ‘하루하루’의 삶에 있음을 봅니다. 믿는 이들 삶의 본질은 어디서나 누구나 똑같습니다. 하루하루 하느님께 궁극의 믿음을, 궁극의 희망을, 궁극의 사랑을 두고 힘껏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하루하루가 영적전쟁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성녀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요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하늘 나라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살아갈 때 오늘 지금 여기서 은총처럼 실현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하늘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영원한 꿈이자 비전, 희망은 하늘 나라인 파스카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숨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를 살아야 함은 우리의 고귀한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바로 예수님이 하늘 나라 겨자씨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하늘나라 겨자씨입니다. 여기 수도원도 하늘 나라 겨자씨입니다. 성장과 성숙이 멈춘 겨자씨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 성숙하는 신망애의 겨자씨입니다. 

 

“여기 수도원을 보면 그대로 겨자씨의 비유가 생각나요. 수많은 새들이 깃든 겨자씨 나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큰 숲을 이룬 하늘 나라 수도원을 찾고 있어요.”

 

어느 수도자의 말도 생각납니다. 참 작고 보잘 것 없는 겨자씨가 상징하는 바 참으로 숨겨진 겸손한 신망애의 삶입니다. 이런 이들을 통해 묵묵히 소리없이 일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수도원 정주 생활의 놀라움은 수도원이 온통 숲으로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은 2009년 심을 때는 어린 나무들이었는데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목들로 성장했습니다. 

 

나무의 성장과 성숙이 상징하는 바 우리의 내적, 영적 성장과 성숙이요 그대로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외적, 육체적 성장과 성숙은 멈추고 쇠락衰落해 가더라도 내적 영적 성장과 성숙은 살아 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때 그대로 하늘 나라 삶의 실현입니다. 과연 끊임없이 내적으로, 영적으로 성장 성숙하는 신망애의 겨자씨가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고 있는지요. 죽어서 가는 하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내야 하는 하늘 나라입니다.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 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우리 하나하나가, 우리 공동체가 세상의 누룩이 되어야 합니다. 믿음의 누룩, 희망의 누룩, 사랑의 누룩, 기쁨의 누룩, 평화의 누룩, 겸손의 누룩, 감사의 누룩, 행복의 누룩 끝이 없습니다. 이런 누룩들이 서로를, 공동체를 믿음으로, 희망으로, 사랑으로, 기쁨으로, 평화로, 겸손으로, 감사로, 행복으로 부풀리니 그대로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행복기도 다음 대목이 생각납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살 줄 몰라 지옥이요 살 줄 알면 천국임을

깨닫나이다.“

 

하늘 나라를 살아야 할 자리 그 어디도 아닌 오늘 지금 여기 내 자리입니다. 영적전쟁중의 평화입니다. 모든 성인들은 끊임없는 고통중에 휴식없는 삶이었지만 영원한 안식처인 주님 안에 머물렀기에 지상에서 기쁨과 평화 가득한 천국을 살았습니다. 지옥같은 환경중에도 끊임없는 노고와 분투의 영적전투중에도 주님 안에 정주하며 천국의 삶을 살았습니다. 

 

바로 그 빛나는 모범이 오늘 탈출기의 하느님의 전사이자 하느님의 벗인 모세입니다. 하느님과 백성 사이, 진퇴양난의 곤경 속에서도 참으로 대담하게 중재자의 책임을 다합니다. 그대로 거목으로 성장한 신망애 겨자씨와 같고, 신망애의 누룩, 화해의 누룩과 같습니다. 

 

오늘 탈출기의 다음 대목이 모세의 영적성장과 성숙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곤궁중에 살아가는 모든 신자들에게 모세가 주는 위로와 격려가, 감동이 참으로 큽니다. 참 거목으로 자란 신망애 겨자씨같은 모세요, 모세의 지극 정성의 사랑의 누룩에 하느님도 백성들도 감동으로 부풀었을 것입니다. 

 

“아, 이 백성이 큰 죄를 지었습니다. 자신들을 위하여 금으로 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시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주십시오.”

 

참으로 하느님을, 백성을 지극 정성 사랑했던 모세이기에 이런 배수진을 친 진퇴양난의 사랑입니다. 이런 모세 같은 하느님의 전사들이,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 지도자들이 참으로 그리운, 절실한 세상입니다. 너무 영적으로 왜소한 난쟁이들 세상 같습니다. 문득 모세로 수도명을 했을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으로 모세같은 성인이, 영적 거인의 성인들이 절박한 시대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모님의 부모님인 성 요아캄과 성녀 안나도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두분 역시 신망애의 겨자씨로, 신망애의 누룩으로 하늘 나라의 꿈을 실현했던 분들입니다. 참으로 혼돈의 어둔 시대 성인성녀들은 우리 삶의 어둠을 비추는 하느님의 빛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 고유의 성인이 되어 세상의 빛으로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모세에게 감격한 하느님의 반응도 감동이요 참 멋집니다.

 

“나는 나에게 죄지은 자만 내 책에서 지운다. 이제 너는 가서 내가 너에게 일러 준 곳으로 백성을 이끌어라. 보아라. 내 천사가 네 앞에 서서 나아갈 것이다.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한 모세요, 얼마나 모세를 신뢰한 하느님인지 깨닫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의 사랑이자 자랑이듯, 하느님 역시 모세의 사랑이자 자랑이였음을 봅니다. 참으로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신망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의 천사가 우리와 늘 동행할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주님 말씀의 겨자씨가 성체의 누룩이 우리 모두 영적성장과 성숙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7.26 08:30
    "하루하루가 영적전쟁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성녀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요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하늘 나라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살아갈 때 오늘 지금 여기서 은총처럼 실현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03 참 권위의 원천인 하느님 -하느님 중심의 삶-2024.1.9.연중 제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9 130
3302 비움의 여정 -주님을 따름과 닮음-2024.1.8.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8 141
3301 “별을 바라보라!” (Respice Stellam!)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순례 여정-2024.1.7.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7 122
3300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2024.1.6.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6 120
3299 더불어(together) 주님과 만남의 여정 -참나의 발견과 실현- “형제를 사랑하라”2024.1.5.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5 115
3298 “누가 참 아름답고 멋진 스승인가?” -참 스승이신 주 예수님께 인도(引導)하는 자들-2024.1.4.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4 107
3297 예닮의 여정 -“따름과 닮음;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2024.1.3.주님 공현 대축일 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1.03 118
3296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항구합시다 -참 아름다운 선물-2024.1.2.화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02 145
3295 축복의 하느님 -하느님의 자녀답게 삽시다-2024.1.1.월요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1 117
3294 성가정 교회 공동체 -하느님의 참 좋은 치유와 구원의 선물-2023.12.31.주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31 127
3293 날로 자유로워지고 경쾌(輕快)해지는 선물인생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여정-2023.12.30.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내 제6일 프란치스코 2023.12.30 137
3292 정주의 축복, 사랑의 정주 -밖으로는 산처럼, 안으로는 강처럼-2023.12.29.금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프란치스코 2023.12.29 119
3291 역사는 반복되는가 -날마다 주님 ‘파스카의 꽃’으로 삽시다-2023.12.28.목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28 128
3290 주님을 사랑하는 참맛 -우리 모두가 주님의 애제자(愛弟子)이다-2023.12.27.수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27 124
3289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영적승리의 순교영성-2023.12.26.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26 149
3288 White Christmas, Merry Christmas (화이트 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말씀이 사람이 되시다-2023,12,25.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프란치스코 2023.12.25 127
3287 참 기쁜 소식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2023.12.25. 월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프란치스코 2023.12.24 70
3286 하느님 중심의 삶 -겸손(信), 경청(望), 순종(愛)-2023.12.24. 대림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23.12.24 121
3285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늘 오늘 지금 여기서 따뜻한 “봄의 사람”이 되어 삽시다-2023.12.23.토요일 12월23일 프란치스코 2023.12.23 139
3284 노래의 힘, 기도의 힘 -아나뷤(amawim;가난한 이들)의 노래, 아나뷤의 영성-2023.12.22.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12.22 14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