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21.목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7) 별세 축일   

창세12,1-4ㄱ 요한17,20-26

 

 

 

떠남의 여정

-참 아름답고 멋진 사부 성 베네딕도-

 

 

 

엊그제 성 요셉 대축일에 이어 오늘 우리 분도수도자들은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께서 성 베네딕도 아빠스를 지상 삶에서 천상 삶으로 옮기신 날을 경축하는 축일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삶을 묵상하는 순간 떠오른 강론 주제는 “떠남의 여정-참 아름답고 멋진 사부 성 베네딕도-”였습니다. 입당송을 읽는 순간 저절로 아름답고 멋진 사부 성 베네딕도라는 찬탄이 나왔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얼을 지니셨기에 세상의 영화를 업신여기고 버렸도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삶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떠남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한 떠남의 여정, 탈출의 여정, 비움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분입니다. 웅덩이에 고인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맑게 흐르는 강으로 사셨던 분입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정주할 것을 서원한 우리 수도자들의 내적여정에 참 좋은 모범을 보여 주신 사부 성 베네딕도입니다. 오늘은 바로 성인께서 지상 삶을 떠나 마지막 결정적으로 하느님의 집으로 귀가하신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성인의 별세 축일, 성인의 거룩한 떠남을 노래한 저녁기도 찬미가 역시 참 아름다웠습니다.

 

-“예수님의 발자취 따르는 이들/아버지요 스승인 성 베네딕도

  하늘나라 오르신 이날 기리며/노래 불러라

  스쳐가는 세속의 행락등지고/주님 찾는 보람을 한껏 누리며

  천사들과 한노래 부르는 영복/끝이 없어라.”-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잘 떠나는 죽음보다 이웃에 줄 수 있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죽음의 귀가준비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언젠가 갑자기의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하루하루 아름답고 멋지게 살았을 때 아름답고 멋진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입니다. 

 

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의 삶과 죽음을 성찰했을 때 저절로 나온 결론이 “참 아름답고 멋진 사부 성 베네딕도” 였고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이 말씀대로 하루하루 귀가준비에 충실하셨던 성인임이 분명합니다.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삶을 사셨던 성인임이 분명합니다. 분명 성인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자 하느님의 나라였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기도 시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 36장의 독서가 성인의 삶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에 그대로 인용합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그 많은 기적으로 명성이 널리 알려졌으나, 이에 못지 않게 가르치는 말로써도 빛났다. 즉 그분은 수도승들을 위한 규칙서를 탁월한 분별력과 명쾌한 문체로 저술하셨다. 그분의 거룩한 생활을 더욱 깊이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바로 이 규칙서에서 그가 교사로서 실행했던 모든 행적을 재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성인께서는 당신이 사신 것과는 다른 어떤 것도 도무지 가르칠 수 없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부 성 베네딕도의 삶이셨던지요! 그분의 저술하신 규칙서와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님이 지으신 ‘베네딕도 전기’를 보면 ‘기도의 사람’, ‘연민의 사람’, ‘분별의 사람’으로서 성인의 아름답고 진실했던 삶의 모습이 감동깊게 마음에 전달됩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는 아브라함의 떠남에 대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축복을 가득 받고 떠남의 여정에 오르는 아브라함입니다. 다음 말씀은 언제 읽어도 상쾌, 통쾌, 유쾌합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아브라함의 떠남인지요. 주님의 복이 되어, 복덩어리가 되어 파견되는 아브라함의 삶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사람이라면 그 자체가 복이 되어 모든 이들에게 복을 전할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물론이고 모든 성인을 통해 전달되는 주님의 복입니다. 마지막 간명한 구절이 장엄하고 엄숙합니다.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나 평생을 주님의 뜻에 순종하여 주님의 순례자요 나그네로 살며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아브라함입니다. 생략된 이어지는 구절도 있었으면 좋을 뻔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었다.’ 일흔 다섯 고령에도 ‘영원한 청년’처럼 생각되는 ‘떠남의 사람’ 아브라함의 삶이 신선한 충격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수난의 길로 떠나기전 예수님의 유명한 고별기도입니다. 바로 장차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에서 믿는 이들의 공동체 곧 교회를 이룰 사람들까지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 일치를 이루는 고별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져 2천년후 동방의 이름없는 우리들이 주님 사랑 안에서 하나되어 살게 되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어지는 당신 사랑안에서 모두 하나가 되고 영광스럽게 해달라는 기도가 구구절절 간절하고 애절하여 심금을 울립니다. 참으로 사랑 안에서 일치의 참 좋은 유산을 남기고 떠나시는 예수님의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지요. 그러고 보니 예수님, 아브라함, 베네딕도, 모두 떠남의 여정에 충실했던 아름답고 멋진 ‘삶과 죽음’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분열과 아픈 기억과 상처의 유산을 남겨놓고 떠나는 속인들의 삶과 죽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유산의 분배로 분열되어 원수처럼 지내는 자손들도 흔히 목격하지 않습니까? 참 좋은 기억에 사랑의 일치의 선물을 유산으로 남겨 놓고 떠나는 삶과 죽음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특히 마지막으로 상기하고 싶은 것은 세상을 떠나기전 사부 성 베네딕도의 거룩한 준비된 죽음입니다. 베네딕도 전기 제37장에 나오는 내용 일부를 인용합니다.

 

“성인은 임종하시기 엿새 전에 당신을 위한 무덤을 열어 두라고 하셨다. 엿새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시었다.”

 

바로 성인께서 임종하시는 순간, 일부 제자들은 성인의 방에서 동쪽을 향해 활짝 열린 하늘길을 보았다 합니다. 양탄자가 깔려 있고 양탄자 하늘길 옆에 수많은 등불이 가로등처럼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합니다. 그대로 세상을 떠나 천국행에 오른 성인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인지요! 세상에 이런 거룩한 죽음보다 위로와 격려가 되는 죽음의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바로 거룩한 사순시기 주님께서 주시는 참 좋은 선물이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부 성 베네딕도처럼,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함으로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삶과 죽음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복된 베네딕도의 가르침에 따라 주님을 충실히 섬기며, 진심으로 형제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19.03.21 13:01
    주님 , 주님 주신 말씀으로
    저희가 떠남의 여정에 더욱 충실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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