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7.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콜로1,21-23 루카6,1-5

 

 

 

사랑은 분별의 잣대

-영적靈的일수록 현실적現實的이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주제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모든 참된 영성가가 이에 해당됩니다. 예전 수도원에서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이는 원장과 재무라는 말에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영적 삶을 추구하지만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아주 현실적이 될 수뿐이 없는 두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흔들리면 공동체도 불안정하고 장상도 사임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여 우스개 소리로 원장의 한 눈은 하느님(하늘)을 보고 한 눈은 돈(땅)을 봐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엊그제 재미있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수도원 정문 바위판에 자신의 좌우명을 벽돌에 써서 배치한 교구 사제입니다.

 

-“수사님, 기도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일하라! 뒤에 완성 문구 생각했습니다. 자 이제 드디어 곧 수도원에 완성하러 가겠습니다. ㅎㅎ 잘 놀고 좀 쉬어라!ㅎ”-즉시 화답했습니다.

-“기가 막힌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예수님 생각도 일치합니다.”-

 

제자들이 복음 선포 활동을 보고한 후엔 즉시 쉬도록 배려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참으로 영적 분별력을 지닌 이들은 육신의 배려에 민감합니다. 결코 무지하게 고신극기한다며 육신을 혹독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교회도 언제나 극단에 치우친 광기와도 같은 육신의 고행은 이단으로 엄중히 단죄했습니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 여정중에도 구체적 몸과 관련된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하여 알베르게 숙소에 도착하여 우선 확인하는 것이 화장실, 샤워실, 식당, 침실입니다. 배설하고 씻고 먹고 자는 것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몸의 욕구입니다. 

 

수도원에 피정 오는 분들도 이 네 요소가 잘 구비되어야 상쾌한 피정도 가능합니다. 피정집 안내중 쾌적한 크고 밝은 침실, 깨끗한 식당, 화장실, 샤워실을 봤을 때 환해 지는 얼굴 표정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여 지혜롭고 현실적인 장상은 공동체 형제들의 몸의 욕구에 신속히 응답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지친 형제들은 병원에 가든지 쉬든지 즉각 조치하며 기도 의무도 관면해 줍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예수님이 얼마나 현실적인 분인지 드러납니다. 사실 진짜 이상주의자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을 정도라면 극히 배고픈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사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 복음 선포후에는 온통 굶주린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일과 병든 이들, 귀신 들린 이들, 불구자들을 고쳐 주셨다는 몸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임을 봅니다.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지만, 법 아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법 위에 있는 사람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법위에 있는 사람’이란 말마디에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바로 법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말입니다. 법은 상대적입니다만 사랑의 법은 절대적입니다. 안식일법을 잣대로 당신 제자들의 위법을 추궁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은 다윗 일행의 예를 들면서 예외적 상황도 있음을 주지시킵니다. 

 

법대로 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고 일처리도 간단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악은 디테일 안에 있습니다. 생각없이 법대로 한다 하면서 배고픈 현실을 방치하거나 억울한 이를 양산해 낸다면 이건 분명히 악입니다. 참으로 법의 미명하에 인간의 무지나 악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악한 일들이 벌어지는 지요.

 

이래서 깨어 ‘살아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고 사랑을 잣대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명쾌한 처방입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바로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사랑이 유일한 분별의 잣대임을 천명합니다. 사랑의 분별의 잣대라 함은 바로 하느님 사랑의 화신과도 같은 예수님이 분별의 잣대라 함과 일치합니다. 바로 이점을 예수님은 명쾌하게 밝힙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모든 분별의 잣대는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분별의 어려움을 겪을 때, 예수님은 어떻게 처신하셨을까 심사숙고하면 답은 자명히 나옵니다. 죄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무지의 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어제 참으로 깊고 풍부했던 ‘그리스도 찬가’(콜로1,15-20)는 바로 바오로의 영성의 뿌리와 같습니다. 얼마나 깊은 영성의 사람 바오로 사도인지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 사랑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기에 그리도 명쾌한 분별력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제의 그리스도 찬가를 우리 영성의 뿌리로 만드는 일 역시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뿌리는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뿌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현실에서의 자유롭고 사랑 풍부한 삶입니다. 참으로 현실적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영성의 뿌리가 튼튼하고 건강합니다. 그러니 일상의 영적 수행이 목표하는 바, 우리 영성의 뿌리를 건강하고 튼튼히 하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파스카의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와 화해하시어, 우리는 거룩하고 흠 없고 나무랄 데 사람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하셨습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예수님은 우리 영성의 참된 뿌리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는 믿음에 기초를 두고 꿋꿋하게 견디어 내며 우리가 들은 복음의 희망을 지니고 아주 영적이자 현실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영성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시고 풍성한 사랑을 선사하시어 올바른 분별력을 지니고 살게 하십니다.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떠받치는 분이시다.”(시편54,6). 참으로 하느님은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의 영성의 뿌리임을 고백하는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9.07 08:41
    주님,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사랑을 세상속에서
    항상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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