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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8.연중 제27주간 화요일                                                             요나3,1-10 루카10,38-42

 

 

 

말씀의 환대와 회개

-회개의 일상화-

 

 

 

말씀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습니다. 전자가 바로 다윗이라면 후자는 바로 그의 아들 솔로몬입니다. 참으로 말씀을 환대할 때 말씀은 고맙고 은혜롭게도 회개를 촉발시킵니다. 말씀은 그대로 살아 계신 주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은 회개를 촉발시킬뿐 아니라 영혼의 약藥이자 식食이 됩니다. 영혼을 치유하는 약이자 영혼을 건강케 하는 영양식이 바로 말씀입니다. 약이자 식인 말씀의 결핍으로 무지와 허무의 병중에 살아가는 이들은, ‘영혼의 골다공증’을 겪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무지의 병중에 있으면서도 무지의 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것, 영혼이 부패하고 있는 데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지내는 것이 참 문제입니다. 때로 과일을 먹다보면 겉은 멀쩡한데 벗겨 보면 거의 썩어 버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또 썩어가는 과일을 보면 초기에 빨리 발라내고 먹어야지 그대로 놔두면 다 썩어 하나도 못 먹고 버리게 됩니다.

 

“맛이 갔다!”

아주 예전에 들은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음식은 맛이 가면 버리기라도 하는 데 자식은 그럴 수 없다는 내적 어려움을 토로한 말입니다. 맛이 가지 않도록, 부패하지 않도록 식이자 약인 말씀 섭취가, 또 회개가 필수임을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말씀 맛은 그대로 하느님 맛입니다. 말씀에 맛들여 갈 때 치유되는 영혼, 튼튼해지는 영혼, 향기로운 영혼이 됩니다. 팬티끈이 영혼이라면 팬티천은 육신입니다. 영혼이 튼튼하면 육신은 저절로 영혼을 따릅니다.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습니다. 하여 말씀을 통한 회개가 필수입니다. 회개만 촉발시킬뿐만 아니라 약이되고 식이 되는 말씀의 은총입니다.

 

부패인생이냐 발효인생이냐? 자주 인용했던 강론 내용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이며 영입니다. 이런 ‘말씀의 효소酵素’가 끊임없이 주입될 때 끊임없는 회개로 영혼의 부패를 막아주고 회개를 통한 발효인생이 되게 합니다. 악취가 나는 부패인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발효인생이 되게 합니다. 

 

바로 성인들이 발효인생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발효식품인 된장과 고추장은 얼마나 유익한 지요! 반찬 맛은 된장맛과 고추장 맛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으로 발효인생을 사는 성인같은 이들이 맛있고 멋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갑니다.

 

어제 어느 지인과 제1독서 요나서를 읽으며 나눈 유머가 생각납니다. “도망가는 요나나 쫓는 하느님이나 똑같다! 그냥 놔두지 싫다고 도망가는 요나를 끝까지 추적하여 잡아내다니! 참 하느님도 집요하시다!”라는 유머에 지인도 웃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사람은 포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한 번 좋아서 점찍어 놓은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찾아 내어 자기 사람으로 만듭니다. 바로 이것이 복된 성소요 여러분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을 포기할 지언정 하느님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한 번 점찍어 놓은 사람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성인들은 물론이고 여러분도 바로 그러합니다. 제가 볼 때는 오늘 복음의 마리아와 그 언니 마르타 두 성녀도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은 관상과 활동을 이야기 한것이 아니라 환대의 경청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해석은 마리아를 관상의 전형적 인물로, 마르타를 활동의 전형적 인물로 치부합니다만 그것이 아닙니다. 둘은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에 따른 상호보완관계를 말해 줍니다.

 

우선적인 것이 환대의 경청이요 말씀의 관상입니다. 진정한 환대는 내 좋을 대로의 환대가 아니라 상대방의 뜻에 따른 환대입니다. 말씀자체이신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환대는 마리아처럼 당신의 말씀을 귀기울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경청(傾聽, 敬聽)입니다. 영성체송 말씀이 그대로 마리아의 심중을 대변합니다.

 

“당신을 바라는 이에게, 당신을 찾는 영혼에게 주님은 좋으신 분”(애가3,25)

 

 

아마 예수님은 배가 고파 밥먹으로 두 자매의 집에 방문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싶었음이 분명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먹는 것을 목표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장소를 찾아 음식점을 찾습니다. 만날 때는 필히 따르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대화도 나누고 말도 하고 싶어 갔는데 혼자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은 음식만들기에 분주하더라는 것입니다. 속으로 화까지 났던 오래전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마도 복음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심중을 잘 헤아려 예수님의 원하는 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함으로 환대합니다. 아마 평상시 답답할 때는 이 자매들의 집을 방문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외딴곳을 찾았듯이 보이는 위로를 찾을 때는 이 베타니아 자매들의 집을 찾았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을 환대한 것은 마르타 였는데 예수님을 독점하여 그분 발치에 앉자 다정한 모습으로 말씀을 경청하고 자기는 음식 만들기에 분주하니 마르타의 경우라면 누구라도 질투심에 화가 날 것입니다. 마침내 화가 폭발한 마르타가 예수님을 추궁하듯 말하자 예수님은 마르타는 물론 우리에게는 죽비같은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을 주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마리아의 삶의 중심을 잡아 주는, 예수님의 사랑가득 담긴 깊은 깨우침을 주는 참 고마운 말씀입니다. 영성생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선적인 것이 말씀의 경청이라는 것입니다. 영혼의 회개와 더불어 약이 되고 식이 되는 말씀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미사도 말씀의 전례에 이어 성찬의 전례의 우선순위에 따라 거행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만 말씀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 역시 말씀에 배고파 목말라 미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그 좋은 증거입니다. 아마도 마르타는 예수님이 서운하기도 했겠지만 깊이 회개하여 깨우쳤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예수님은 마리아를 편애한 것이 아니라 두 자매들 똑같이 사랑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음식준비 역시 당신께 대한 사랑의 환대의 표현이었을 예수님이 모를리 없습니다. 

 

어제에 이어 요나서의 내용이 풍부합니다. 하느님의 유머로 가득찬 책입니다. 도주하다 하느님 손에 붙잡힌 요나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니네베에 회개를 선포합니다. “이제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요나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을 환대하여 회개하는 모습은 얼마나 신속하며 거족적擧族的인지요! 요나도 하느님도 놀랐을 것입니다. 

 

바로 회개를 촉발시키는 말씀의 위력을 깨닫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은 임금부터 시작하여 높은 사람무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단식을 선포하고 자루옷을 입고, “저마다 제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서야 한다”며 즉각적인 회개의 실천에 돌입합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시고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그 재앙을 내리지 않으십니다. 말씀의 환대에 따른 자연스런 응답이 이런 회개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것도 우리의 끊임없는 회개입니다. 우리 나라도 이런 거국적인 회개가 필요한 시국입니다. 아니 ‘나라’는 아니라도 ‘교회공동체’만이라도 거족족인 회개가 필요한 때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공동체는 공동전례기도를 주축으로 하여 ‘회개의 시스템’같은 일과표에 따라 날마다 회개를 일상화하여 살아갑니다. 

 

참으로 영적 삶에 말씀의 환대와 경청을 통한 ‘회개의 일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환대하는 우리 모두에게 회개의 일상화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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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10.08 11:00
    사랑하는 주님, 저희가 주님말씀으로
    "회개의 일상화"를 통하여
    주님께서 바라시는 바를
    이룰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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