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9.사순 제2주간 월요일                                                            다니9,4-ㄴ-10 루카6,36-38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평생 공부’

-기도와 회개, 사랑의 실천-

 

 

 

인류역사를 보면 전쟁사戰爭史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나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많은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게 죽어갔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인류가 시작되면서 전쟁이 있었습니다. 참 역설적인 것이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전쟁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일으킨 2차대전때만 해도 무려 2천만의 아시아인이 죽었습니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전쟁은 계속중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작금의 사태도 흡사 내전 상태를 방불케 합니다.

 

전쟁은 결국 무지의 두려움에서 기인합니다. 무지의 뿌리입니다. 인간의 근원적 병이자 악이 바로 무지입니다. 참 많이 강론 때 강조했던 무지입니다. 우리의 평생 사랑 공부의 목표도 이런 무지의 치유治癒와 퇴치退治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식 공부보다는 사람이 되는 사랑 공부가 진짜 공부입니다. 수도자 역시 수도원에 ‘무엇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 왔다고 정의합니다. 하느님을 찾는 일은 동시에 참 내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이런 면에서 우리 인생은 ‘사랑의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은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어느 자매와 카톡으로 주고 받은 덕담德談입니다. 제가 요즘 자주 고마운 분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통한 축복인사입니다.

 

-“영춘화迎春化 축복인사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넘 예뻐요!”

“꽃보다 자매님 마음이 더 예뻐요!”

“너무나 송구스러워요!”-

 

사실 꽃보다 아름다운 영혼이요 마음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새삼 사랑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끝없는 평생 사랑 공부를 통해 참 나를 깨달아 발견해 가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깨달음을 통해 참 나의 발견이요 무지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은 평생과제를 부여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과제입니다. 믿는 이들은 물론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평생과제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믿는 우리에게 영원한 자비의 모델이자 목표로 주어진 하느님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공부는 무지에 대한 유일한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많은 분들은 이를 일컬어 ‘예닮의 여정’, 즉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의 여정이라 합니다. 바로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파스카의 예수님은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겠는지요? 이어지는 구체적 처방입니다. 남을 심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을 단죄하지 않는 것입니다. 용서하는 것입니다. 주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 고백성사를 주다 보면 가장 많이 고백하는 죄들입니다. 바로 모두 무지에서 비롯한 죄임을 깨닫습니다. 

 

자기를 모르기에 판단하고 단죄하고 용서하지 않고 주지 않는 것입니다. 참으로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이들은 절대 남을 판단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습니다. 끊임없이 용서하고 나눕니다. 뒷담화나 남말만 안해도 완덕에 도달한 이들입니다. 어떻게 자기를 알 수 있을까요? 겸손히 마음을 열고 배우는 것입니다. 자기를 알아가는 것 역시 평생과정입니다. 하여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가 고마운 것입니다. 공동체 형제들 없이 어디서 사랑을 겸손을 섬김을 배웁니까? 어제 읽은 저명한 수도승간의 대화 내용이 생각납니다.

 

-“성공은 때로 부패할 수 있다.”

“그렇다. 성공은 언제나 부패한다. 너도 알다시피 공동체 삶은 그에 대한 최고의 치료제治療劑이다.”

“나는 너의 치료제로서의 공동체라는 표현이 좋다. 공주수도생활은 너를 겸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 공동체는 나를 계속 땅바닥에 닿게 한다. 바로 겸손이다.”-

 

그렇습니다. 공동체의 축복이 참 큽니다. 자기도취의 환상이나 착각을 깸으로 투명한 현실을 살게 하는 공동체입니다. 교만이나 허영으로 자기도 모르게 위로 오를 때 아래로 끌어내리는 공동체입니다. 또 혼자 있으면 배우지 못하고 실천하지도 못합니다. 사랑도 섬김도 겸손도 모두가 그렇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나의 부족함을 자각하면서 보고 배웁니다. 그러니 공동체는 섬김의 배움터, 사랑의 배움터, 겸손의 배움터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다니엘의 회개의 기도가 감동적입니다. 공동체를 대표한 공동체적 회개의 기도입니다. 공동체적 회개의 개인기도가 공동체의 회개와 더불어 공동체는 물론 개인도 동시에 정화하고 성화하며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아 주님! 위대하시고 경외로우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계약과 자애를 지키시는 분! 저희는 죄를 짓고 불의를 저질렀으며 악을 행하고 당신게 거역하였습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 이처럼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주님께 거역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바 ‘저희’라는 복수 단어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주어가 ‘우리’인 것처럼 여기서도 개인기도이자 동시에 공동체적 기도임을 봅니다. 새삼 우리가 바치는 공동체적 개인기도인 찬미와 감사, 반성과 회개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깨닫게 됩니다. 

 

공동체는 물론 개인에게도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흡사 항구한 ‘회개의 시스템’과도 같은 공동전례기도가 중심이 된 수도원 일과표입니다. 바로 우리가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 수행이 ‘회개의 습관화’와 더불어 하느님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게 하여 무지로부터의 해방을 이루어 줍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사랑의 미사은총이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어 주고 우리 모두 무지로부터 해방되어 참 사람, 참 자유인으로 살게 해줍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3.09 07:44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매일 주는 말씀의 양식으로 회개의 삶을 통해
    주님께 향한 저희 모습을 발견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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