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1.토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480-547) 축일                                    창세12,1-4ㄱ 요한17,20-26

 

 

 

떠남의 여정, 귀가歸家의 여정, 파스카의 여정

-성 베네딕도 예찬禮讚- 

 

 

 

좋은 분은 그 자체가 짐이 아닌 복된 선물입니다. 빈손으로 와도 좋고 반갑고 또 기다려집니다. 인생 마치고 아버지의 집에 귀가했을 때 아버지의 심정도 그러할 것입니다. 언젠가 수도원을 방문한 분에게 드린 “오늘은 자매님의 수도원 방문 축일이네요’ 라는 말마디의 덕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오래전 써놨던 시가 생각납니다.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향기만 선물로 남기고 떠나신 아름다운 분

몇 년 만에 고백성사차 방문하셔서

겨우 한 시간 머무는 동안도 민첩한 손놀림으로

빨간 행주 둥글게 뜨게 질하여 선물로 남기고 가신 분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는다”-2007.

 

성인들의 삶은 선물이자 축제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이 아닌 복된 선물 인생을, 고해 인생이 아닌 축제 인생을 사셨던 성인들이고 죽음 역시 그러합니다. 삶도 죽음도 참 아름다운 선물처럼 생각되는 성인들입니다. 분열이 아닌 공동체의 일치를, 슬픔이 아닌 기쁨을, 원망이 아닌 감사를 선물로 남기고 떠난 성인들이요 여전히 향기로 남아 있어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오늘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이요 성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쁨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성인의 별세 축일입니다. 성인의 마지막 임종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의 ‘베네딕도 전기’에 나오는 일화는 늘 읽어도 감동입니다.

 

-“성인께서는 몇몇 제자들에게 당신의 지극히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날을 미리 알려주셨다. 그분은 임종하시기 전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이요 남은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과 더불어 공동체의 일치를 남기고 떠난 성인입니다. 이때 멀리서 환시를 보았던 제자들의 증언도 아름답습니다. 모두 베네딕도 전기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성인의 방에서부터 동쪽을 향해 하늘에 이르기까지 똑바로 나있는 길을 보았는데, 그 길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고 수없이 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위에 빛나는 옷을 입은 존엄한 분이 나타나시어 ‘이 길은 주님께 사랑받는 베네딕도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삶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임을 입증하는 일화입니다. 오늘 본기도문중 ‘오늘 성 베네딕도 성 아빠스를 지상 삶에서 천상 삶으로 옮기셨으니, 이 축일을 경축하는 저희 죄를 사해 주시고’라는 대목도 이와 일치합니다. 끊임없는 떠남의 여정으로 이뤄졌던 성인은 마침내 죽음을 통해 이승을 떠나 아버지께 감으로 그 파란만장했던 삶은 완성에 이릅니다. 오늘 입당송의 성인에 대한 묘사 역시 참 아름답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얼을 지니셨기에 세상의 영화를 업신여기고 버렸도다."

 

우연한 복된 죽음은 없습니다. 복된 선물같은 죽음은 그대로 복된 선물같은 삶의 요약이요 표현입니다. 오늘 원래는 라틴어지만 번역된 복음 전의 부속가는 또 얼마나 은혜롭고 아름다운지요.

 

-“새빛 선물 가져오는 위대하온 지도자를 기념하는 안식일

성총받은 그 영혼이 노래하는 찬미가는 마음속에 울리네

동쪽길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성조 용모 감탄 울려퍼지네

태양같은 생명으로 많은 후손 얻은 그는 아브라함과 같도다

작은 굴에 있는 그를 까마귀의 복사로써 엘리야로 알리네

강물에서 도끼건진 성 분도를 엘리사 예언자로 알도다

무죄 덕행 요셉같고 장래일도 알아내니 야곱처럼 알도다

그의 생각 지극하여 예수님의 영복속에 우리 인도하소서”-

 

그대로 성 베네딕도의 거룩한 삶과 죽음을 요약하는 찬가입니다. 참으로 복음의 예수님을 닮았던 하여, 예닮의 여정, 떠남의 여정, 귀가의 여정, 파스카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성인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고별사중 일부입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전 믿는 이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바치는 유언과도 같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소원은 단 하나, 믿는 이들이 모두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달라는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소원은 그대로 당신이 남기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인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듯이, 예수님은 떠나셨어도 파스카의 예수님은 미사안에 언제나 살아 현존하시어 공동체의 일치를 이뤄주십니다.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람 역시 떠남의 여정에 충실했던 성인이셨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떠남의 여정에 하나로 관통되고 있음을 봅니다. 하느님은 바벨탑의 실패에 좌절치 않으시고 아브람을 통해 새롭게 구원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의 복이 되어 복된 선물의 존재로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아브람이었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하여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었다 하니 과연 영원한 현역이요, 떠남의 여정에 빛나는 모범입니다. 아브람뿐 아니라 참으로 믿는 우리들 모두가 떠남의 여정의 복된 선물같은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떠남의 여정, 귀가의 여정, 파스카의 여정이요, 이 여정중에 복된 선물의 존재로 축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신앙의 어둔밤의 정화의 여정중에 있지만 이 여정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주님과 함께 새롭게 부활할 것입니다. 참으로 수천년간 국난극복國難克服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코로나 사태를 서서히 평정해 가고 있는 자랑스런 한국인韓國人이요, 전 세계가 ‘선진국先進國의 품격品格’을 지닌 한국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떠남의 여정, 귀가의 여정, 파스카의 여정에 충실하며 복된 선물의 존재가 되어 축제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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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3.22 07:45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멀고도 험한 사순시기를 극복하여 주님 참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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