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귀가歸家의 여정-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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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27. 주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요한묵14,13-16 루카12,15-21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귀가歸家의 여정-


추석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이 고통 중인데 나혼자 즐거워할 수는 없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려해도 너무 부정적 어둔 현실입니다. 정말 보통 사람들이, 착하고 약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입니다.


-세대불문 명절 증후군’ 고통 “대화가 배려가 중요”-

-“한국 떠나고 싶다” 젊은층 ‘헬조선’ 증후군-

-“추석 잊은 지 오래예요” 취업 준비생들의 명절나기-

-자살률 1위에 건강마저 하위권, 삶에 지친 대한민국-

-수출, 짙어가는 먹구름-


인터넷 뉴스에서 뽑아본 제목입니다. 또 이어지는 주간지 기사 내용의 요약입니다.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올까? 고군분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40대 여성들의 모습, 비정규직, 양극화, 가부장제 등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감당하는 40대 여성들의 삶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아버지는 ‘하늘감옥’에 계셔서 이번 한가위에는 못 오십니다. 가족 모이는 명절에도 못 내려오는 5인, 고공농성 100일을 넘는 세 곳-


어느 석학의 충고도 눈에 띕니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낮아도 조화로운 사회를 이뤘듯이, 한국도 4%에 연연하지 말고 2.5%대 성장을 하더라도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빈부격차가 작아지고 함께 나눠 조화를 이룰수만 있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정치와 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중요하게 부각되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정치이론가 존 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인터뷰 마지막 두 조언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무엇이 옳은가?’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 ‘옳은 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


저절로 오늘 강론 제목은 결정났습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참 위태한, 아슬아슬한 현실을 살아갑니다. 우선 각자의 제자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것입니다. 좋은 이웃과 연대의 끈을 잡는 것입니다. 


삶은 과정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지금이 마지막이라 결론을 내지 않고 활짝 열어 놓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을 믿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첫째,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궁극의 희망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둬야 현실의 희망이 보이고 살아갈 힘도 생깁니다. 희망이 없으면 더욱 절망적이 됩니다. 탐욕을 경계하라 하지만 하느님께 희망을 둬야 비로소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를 보십시오. 


재물은 많은데 하늘 희망이 없습니다. 완전히 하늘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 곳간이 아닌 땅 곳간에 재물을 쌓아 둡니다. 함께 사는 이웃과 나누는 것이 하늘 곳간에 보물을 쌓아 두는 것인데 이를 까맣게 몰랐습니다. 아, 오늘 복음의 부자는 하늘 희망을 잃어 탐욕에 사로잡힌, 내적시야가 완전 차단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 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아, 크나큰 착각입니다. 재물이 생명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게 적나라한 이기적 어리석은 인간의 실상입니다. 하늘 희망을 잃었을 때의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하느님도, 이웃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만 있습니다. 희망을 잃으니 자유도 잃어 탐욕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사람인 듯 하지만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물론 이웃과도 단절된 풍요속의 지옥입니다.


둘째, 죽음을 생각하십시오.

옛 사막 수도자들은 물론 성 베네딕도 역시 ‘죽음을 날마다 눈 앞에 환히 두고 살라’하셨습니다. 죽음 묵상이 탐욕의 구름을, 환상의 어둠을 거둬냅니다. 삶의 본질을 직시하게 합니다. 지혜의 눈이 열립니다. ‘이렇게 살아서 되나?’라는 생각에 저절로 회개가 일어납니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무無에로의 환원還元이 아니라 하느님 집으로의 귀가歸家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귀가의 여정입니다. 중년을 넘으면 서서히 귀가 준비를, 죽음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내 인생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여, 또 일년사계에 넣어보면서 어느 귀가 지점에 와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하느님의 조롱입니다. 악몽같지만 어리석은 부자는 물론 우리를 살리는, 회개를 촉구하는 길몽입니다. 아마 어리석은 부자는 꿈 중에 이 말씀을 들으며 식은 땀을 흘렸을 것이며 잠을 깬 후 즉시 회개를 실천했으리라는 제 나름대로의 묵상입니다.


하느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은 구원 또는 심판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산 자들에게는 구원이겠지만, 세상에 희망을 두고 탐욕에 묻혀 산 자들에게는 심판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 주님 안에서 죽은 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부터 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구원받은 이들을 향한 축복의 말씀에 이어 죽음이 심판임을 알리는 천사의 음성입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의 때가 되었습니다.”


앞서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이런 모든 말씀들이 더욱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삶은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막연한 회개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의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회개의 완성입니다.


셋째, 하느님을 찬양하십시오.

‘그래서’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길은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찬미와 감사에서 샘솟는 희망, 기쁨, 평화입니다. 특히 오늘 한가위 추석이 그러합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날입니다. 조상들과 이웃들에게 감사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는 날입니다. 요엘 예언자의 권고가 한가위 추석에 참 적절합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오늘 하루 이렇게 현재주의자가 되어 ‘신의 한 수’처럼 사는 것입니다. 아니 매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미와 감사의 현재주의자로 살 때 하느님은 희망의 살 길을 열어 주십니다. 부정적 비관적으로 보면 매사 부정적 비관적 절망의 현실입니다. 반면 긍정적 낙관적으로 보면 매사 긍정적 낙관적 희망의 현실입니다. 바로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가 우리 인생관을 바꿔 줍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봄의 꽃들은 풍성한 열매들로 드러납니다. 바로 제대 앞에 놓인 가을 열매들이 우리 삶의 열매들을 상징합니다. 꽃은 아름다웠는데 열매들 빈약한 인생 가을이라면 참 쓸쓸할 것입니다. 


삶은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기쁨을 선사하시며 신망애信望愛 삶의 열매들을 잘 익어가게 하십니다.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와 달리,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은 자비를 베푸시고 저희에게 복을 내리소서”(시편67,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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