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애인敬天愛人 -인간의 길-2015.12.29.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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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1요한2,3-11 루카2,22-35


                                                                            경천애인敬天愛人

                                                                               -인간의 길-


경천애인敬天愛人, 제 좋아하는 말마디입니다. 인간의 길은 하느님을 경외敬畏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길, 이 길 하나뿐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 길을 잃어버려 방황이요 혼란입니다. 어제 있었던 여러 묵상나눔으로 오늘 강론을 시작합니다.


1.어제는 휴가같은 하루 외출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곳도 만나볼 분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오늘 지금 여기 주님과 함께 있는데 여기 주님을 두고, 나를 두고 어디, 누구를 찾아나서겠나?’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느꼈습니다. 


2.‘며칠 여행을 다녀옵니다. 묵상글은 내년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셔요.’ 매일 가톨릭 굿뉴스에 묵상글을 올리는 어느 신부님의 강론 말미 글을 읽으며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여년 이상(해외연수2년제외) 스스로 갇힌 ‘강론 감옥(?)’에 익숙해지다 보니 휴가도, 여행도 잊었기 때문입니다.


3.정장에 모자를 쓰고 읽을 거리를 가방에 넣어 지니고 외출했습니다. 전철을 타는 순간 머리털 희끗히끗한 40-50대의 점잖은 장년 한 분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고마우면서도 쓸쓸 미묘한 심정이었습니다.


4.뜻밖에 명동성당 근처에서 여러 수녀님을 만났고, 한 자매에게는 길옆 한적한 곳에서 고백성사를 드렸습니다. 아, 주님을 피해 갈 곳은 아무데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5.요즘 ‘산’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집니다. 불암산 기슭 수도원에서 28년을 살다보니 산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졌습니다. 밖으로는 산山, 안으로는 강江, 제 삶의 모토입니다. 수도생활은 저에겐 끝나지 않은 계속되는 등산과 같습니다. 꽤 멀리 올라온 느낌입니다만 하느님 산은 끝이 없이 높기에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또 하느님 바다 향해 끝없이 흐르는 강의 여정을 닮은 수도생활입니다. 뒤돌아보니 꽤 멀리 흘러왔습니다.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 없는 계속 죽는 날까지 하느님 바다 향해 흘러야 하는 강같은 인생입니다.


6.새정치 민주연합이 공모한 당명 중 ‘민주 소나무당’ 과 ‘더불어 민주당’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온갖 풍상고초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푸른 솔과 더불어의 삶이 경천애인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결국 더불어 민주당으로 결정됐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민주당’으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수식어는 없을수록 좋기 때문입니다. 


7.어제는 가톨릭 교회가 전 교구적 차원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는 날로 서울 광화문에서도 오후 7시에 시국미사가 봉헌됐는데 일간신문은 물론 인터넷 매체에서도 보도한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어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묵상후 요약되는 결론은 경천애인敬天愛人입니다. 경천애인은 우리 믿는 이들의 공통적 인생여정입니다. 경천애인이 삶의 목표요 방향이요 의미요 희망입니다. 미래가 없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경천애인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경천애인을 필생의 목표로 할 때 허무와 무의미의 부정적 비관적 인생관에서의 해방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의 시메온에게서 경천의 전형적 인간상을 보는 느낌입니다. 물론 경천의 사람이라면 애인은 저절로 따라 붙기 마련입니다. 예루살렘의 시메온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위에 머물러 계셨다 합니다. 과연 시메온은 항구한 정주의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주님을 만난 시메온이 감격에 넘쳐 바치는 하느님 찬미가(루카2,29-32)는 우리 수도자들이 끝기도때 마다 바치는 찬미가입니다. 경천敬天의 사람, 시메온이 두 팔에 받아 안은 예수 아기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우리들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경천의 사람에게 환히 계시되는 빛과 영광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반면 오늘 1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어둠이 지나가고 주님의 참빛이 비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애인愛人의 삶을 살 것을 촉구합니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1요한2.9-10).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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